카페를 운영하거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최근 매장에서 이런 변화를 느끼고 있을 겁니다. 아메리카노 대신 말차라떼를 주문하는 20대. 디카페인을 찾는 30대 초반. "카페인 없는 거 뭐 있어요?"라고 묻는 손님. 한두 명이 아닙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노 지터No Jitter' 트렌드가 이 변화를 설명합니다. 카페인을 마신 뒤 손이 떨리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이 싫어서, 카페인 없는 음료를 찾거나 디카페인을 선택하는 젊은 직장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겁니다.
'노 지터'가 뭔가요
지터Jitter는 '떨림'이라는 뜻입니다. 카페인을 섭취한 뒤 나타나는 미세한 심장 두근거림, 손 떨림, 불안감을 가리킵니다. 노 지터No Jitter는 이런 증상을 피하겠다는 소비 경향입니다.
미국 커피 브랜드 에브리데이 도즈가 커피 애호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이 커피를 마신 후 불안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경험했습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 중 67%는 커피 섭취량을 줄였고, 66%는 말차나 버섯 커피 같은 대안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숫자가 있습니다. 18~24세 젊은 성인은 65세 이상보다 카페인으로 인한 불안감을 거의 5배나 더 많이 호소했습니다. 카페 매출의 핵심 고객층인 20대가 카페인에 가장 민감하다는 겁니다.
왜 지금 이런 변화가 오는가
젊은 세대의 카페인 민감도가 갑자기 높아진 건 아닙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더 기민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겁니다.
생리학적 배경이 있습니다. 뇌가 피로를 느끼면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수용체와 결합해서 졸음 신호를 보냅니다. 카페인은 이 수용체에 아데노신 대신 달라붙어 졸음을 차단합니다. 문제는 카페인이 수용체를 계속 막으면, 뇌가 수용체 수를 늘려버린다는 겁니다. 이게 '카페인 내성'입니다. 젊을수록 이 내성이 덜 형성되어 있어서 카페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문화적 변화에 있습니다. Z세대를 중심으로 퍼진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소버 큐리어스는 의도적으로 음주를 멀리하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건강을 위해 술을 꺼리고, 통제력을 잃는 걸 싫어하는 세대. 대학가에서 취할 때까지 마시는 문화가 사라졌고, 회식도 일 년에 몇 번 하지 않습니다.
술을 멀리하며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데 익숙해진 이들에게, 카페인이 일으키는 미세한 두근거림과 불안감은 과거보다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이전 세대가 "원래 커피 마시면 그런 거지"라고 넘겼던 불편함을, 이 세대는 "그럼 안 마시면 되지"라고 반응하는 겁니다.
카페 창업자가 알아야 할 것
이 트렌드가 카페 사업에 주는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비카페인 메뉴의 수익성을 재계산해야 합니다. 많은 카페가 아메리카노를 중심으로 원가 구조를 잡고, 비카페인 음료는 '있으면 좋은' 부가 메뉴로 취급합니다. 하지만 비카페인을 찾는 고객이 전체의 30%에 근접한다면, 이건 부가 메뉴가 아니라 핵심 상품군입니다. 말차, 루이보스, 허브티, 디카페인 원두의 품질과 다양성이 매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버섯 커피'라는 카테고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사에서도 언급된 버섯 커피는 차가버섯, 영지버섯 등의 추출물을 커피에 혼합한 것으로, 카페인 함량이 일반 커피의 절반 이하이면서 커피 맛은 유지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고,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메뉴 개발의 방향을 제시하는 키워드입니다.
디카페인 원두의 품질이 차별화 포인트가 됩니다. 디카페인 수요가 늘면서, "디카페인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는 매장이 선택받고 있습니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Swiss Water Process 같은 화학 용매를 쓰지 않는 디카페인 추출 방식을 쓰거나, 디카페인 전용 원두를 별도로 로스팅하는 것이 메뉴판 한 줄보다 강한 마케팅이 됩니다.
"카페인 없는 거 뭐 있어요?"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질문에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요"로 끝나는 매장과, "말차라떼, 루이보스 차, 자몽 허니 블랙티, 디카페인 핸드드립이 있는데 취향에 따라 추천해드릴까요?"라고 답하는 매장은 다릅니다. 비카페인 고객에게 선택지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 자체가 재방문 이유가 됩니다.
8잔 중 1잔의 의미
기사 도입부의 장면이 상징적입니다. 대기업 마케팅팀 8명이 카페에 갔는데, 아메리카노 7잔에 자몽 허니 블랙티 1잔. 지금은 8분의 1입니다. 하지만 이 비율은 바뀌고 있습니다.
카페 매출의 절대다수가 커피에서 나오는 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겁니다. 그러나 비카페인 메뉴의 비중이 올라가는 흐름은 분명합니다. 이 변화를 먼저 읽고 메뉴 구성에 반영하는 카페가, 노 지터 세대의 단골을 확보하게 될 겁니다.
결국 카페의 경쟁력은 커피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손님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를 줄 수 있느냐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