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이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외식업체의 영업이익률은 8.7%로 전년보다 떨어졌습니다. 매출은 1.4% 겨우 올랐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매출 50.9% 증가, 영업이익 85.3% 증가를 기록한 외식 브랜드가 있습니다. 중국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입니다.
하이디라오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177억 원으로 처음 1,000억 원을 넘었습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대기 번호가 300번을 넘기고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불황 속에서 이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구조를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식이 아니라 '놀이'를 팝니다
하이디라오에서 사람들이 하는 일을 보면, 식사라기보다 놀이에 가깝습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쇼츠에서 연예인들이 공유하는 나만의 소스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봅니다. 두유피에 우삼겹을 싸서 익혀 먹고, 방울토마토를 육수에 넣어 토마토 탕을 직접 만들고, 생계란으로 면을 만들어 먹습니다.
핵심은 '조합의 자유'입니다.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메기살, 대구살, 다양한 식자재에 자유로운 샐러드바까지. 정해진 메뉴를 시켜서 먹는 게 아니라, 재료를 조합하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됩니다. 자주 찾는 고객은 "나만의 소스를 만들고 친구들과 나눠 맛보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이건 음식의 맛이 아니라 경험의 설계입니다. 같은 재료를 놓고도 방문할 때마다 다른 조합을 시도할 수 있으니 재방문 이유가 저절로 생깁니다. "새 식자재와 조리법을 맛본 소비자들은 결국은 또 맛보러 찾아온다"는 게 하이디라오 측의 설명입니다.
'대접받았다'는 느낌의 구조
재미만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하이디라오의 두 번째 축은 '환대hospitality'입니다.
생일 팔찌를 차고 있으면 직원들이 떡과 조각케이크로 작은 케이크를 만들고 축하 노래를 불러줍니다. 직원들이 메뉴를 적극 추천하고, 재량껏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단골이 일정 금액을 적립해 다이아 등급에 오르면 전담 매니저와 카카오톡 채팅방이 생기고 예약이 자유로워집니다.
고객의 말이 이 경험을 정확히 표현합니다.
"다른 식당에서는 무제한이라고 해도 샐러드바를 이렇게 쓰면 눈치를 줄 법한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고 '그렇게 먹으면 맛있겠다'며 매니저들도 함께 좋아해준다."
국내 외식업계의 현재 분위기와 비교하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한 끼 20~30만 원짜리 파인다이닝과 가성비를 극한까지 추구하는 뷔페로 양극화되어 있고, 그 사이 가격대의 식당은 비용 효율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반찬 리필 한 번에도 눈치가 보이는 분위기. 하이디라오는 그 불편함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줍니다.
감동처럼 보이지만, 비용은 통제됩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서비스를 퍼주면 남는 게 있을까요. 영업이익률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매출 1,177억 원에 영업이익 202억 원. 이익률 17%입니다. 국내 외식업 평균 8.7%의 두 배입니다.
비밀은 원가 구조에 있습니다. 하이디라오는 식품 기업에 가깝습니다. 소스, 육수, 반가공 식재료를 매장 주방에서 조리하지 않고 대규모로 공급받습니다. 대량 구매로 원가를 낮추고, 조리 인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주방 인건비도 적습니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일 이벤트나 추가 서비스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하게 제공되는 게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직원 재량으로 이루어집니다. 고객은 엄청난 혜택을 받은 느낌이지만, 실제 비용은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습니다.
F&B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 핵심을 찌릅니다.
"서비스가 많아 보이지만, 모든 소비자가 동일하게 누리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직원 재량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는 엄청 혜택을 많이 누린 느낌이지만 실제 비용은 통제가 가능하다."
불황에서 작동하는 공식
하이디라오의 전략을 분해하면 세 층위입니다.
첫째,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설계합니다. 레시피 조합이라는 '놀이'가 재방문을 만들고, 그 과정이 SNS 콘텐츠가 되어 신규 고객을 끌어옵니다. 마케팅 비용을 별도로 쓰지 않아도 고객이 알아서 홍보합니다.
둘째, 감동 수준의 서비스를 선별적으로 제공합니다.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주면 비용이 감당이 안 됩니다. 직원 재량으로 운영하되, 고객이 느끼는 체감 가치는 극대화합니다. 2~3만 원을 쓰고 나오면서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구조입니다.
셋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가를 깎습니다. 대량 공급 체계로 식재료 원가를 낮추고, 반가공 식자재로 주방 인건비를 줄입니다.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수준은 올리면서, 실제 운영 비용은 내리는 겁니다.
경희대 김현수 교수는 논문에서 "하이디라오는 질 높은 재료와 철저한 위생관리의 기반 위에서, 소비자의 기대를 초월한 감동과 만족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외식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황 속에서 성장하는 브랜드의 패턴은 업종을 넘어 비슷합니다. 가격을 깎는 대신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것. 비용을 줄이되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줄이지 않는 것. 모든 고객에게 똑같이 주는 대신, 선별적으로 감동을 설계하는 것.
하이디라오의 경쟁자는 다른 훠궈집이 아닙니다. "오늘 저녁 뭐 먹지?"라는 질문에서 선택받는 모든 외식 옵션이 경쟁자입니다. 그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더 싼 가격'이 아니라 '더 재밌고 더 환대받는 경험'이라는 걸, 숫자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