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150만 개 중 135만 개는 샴푸가 아니었습니다. 탈모케어 브랜드 리필드가 창업 이후 쌓아온 누적 판매 집계입니다. 전체의 90%가 두피에 바른 뒤 씻어내지 않는 앰플과 세럼에서 나왔습니다. 리필드는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샴푸를 전면에 내세우며 브랜드를 세웠지만, 정작 고객이 반복해서 결제를 누른 제품은 따로 있었습니다.

리필드를 운영하는 콘스탄트는 올해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탈모 기능성 샴푸 판매를 중단하고 앰플·세럼 중심의 '스칼프 사이언스 브랜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창업 이후 전면에 내세웠던 제품을 스스로 단종하는 선택이었습니다. 이 결정을 뒷받침한 근거는 이미 몇 년에 걸쳐 쌓인 판매 기록이었습니다. 고객이 먼저 결론을 냈고, 브랜드가 뒤늦게 그것을 수용했습니다. 이 순서를 되짚어 보면, 1인 사업자와 소규모 창업자에게도 직접 닿는 질문이 생깁니다.

브랜드가 앞세운 제품과 고객이 선택한 제품이 달랐습니다

탈모 시장에서 샴푸는 가장 익숙한 진입점입니다. 포털에서 '탈모 케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제품군이 샴푸입니다. 오픈마켓의 카테고리 구조도, 드럭스토어의 진열 방식도 샴푸를 중심으로 설계됐습니다. 탈모케어 시장에 진입하는 브랜드 대부분이 샴푸를 대표 제품으로 내세우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리필드 역시 이 틀 안에서 브랜드를 구성했습니다. 탈모 증상 완화 효능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정받은 기능성 샴푸를 앞세우고, 앰플과 세럼은 함께 구성하는 추가 라인으로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판매 비중은 달랐습니다. 앰플은 두피에 직접 바르고 씻어내지 않으므로, 유효 성분이 더 오래, 더 집중적으로 피부에 닿습니다. 샴푸는 세정 과정에서 대부분 씻겨 나가지만 앰플은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이 체감 차이를 경험하고 재구매로 표현했습니다. 리필드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동안 내내, 앰플과 세럼의 비중은 90%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리뷰 수가 가장 많이 쌓인 제품도, 사용자들이 소셜에서 자발적으로 올린 사용기도, '두피가 달라졌다'는 후기도 앰플에 집중됐습니다.

이 패턴은 수년에 걸쳐 반복됐습니다. 브랜드가 샴푸를 앞세우는 동안 고객은 꾸준히 앰플을 골랐습니다. 이 간격이 몇 달이 아니라 창업 이후 전체 판매 기간에 걸쳐 유지됐다면, 마케팅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고객이 직접 경험을 통해 자신의 선택을 굳혀간 과정입니다. 브랜드가 말하는 것과 고객이 고르는 것 사이의 이 거리가, 콘스탄트로 하여금 샴푸를 접게 한 배경입니다.

기능성 샴푸를 버리는 결정에는 비용이 따릅니다

이 결정이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점은 짚어야 합니다. 국내 탈모 관련 시장은 수천억 원 규모이고, 기능성 인증을 취득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들어갑니다. 이미 구축된 유통 채널과 기존 고객 기반을 감안하면, 인증 제품을 자진 단종하는 결정은 외부에서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경쟁사가 이 빈자리를 채우려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 시각도 있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앰플 중심 포트폴리오가 장기적으로 신규 고객 유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봅니다. 탈모 관리를 처음 시작하는 소비자는 대체로 샴푸부터 시도합니다. 진입 장벽이 낮고, 사용법이 익숙하며, 가격대도 앰플보다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샴푸를 단종하면 이 유입 경로가 좁아집니다.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이 아무리 높아도, 새 고객이 들어오는 통로가 줄어들면 브랜드 전체의 성장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세정 없는 두피 케어 루틴'을 소비자에게 설득하는 것은 카테고리 교육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과제입니다. 이것이 마케팅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이 우려는 합리적입니다. 리필드의 결정이 성공적인 브랜드 전환으로 기록될지는 앞으로 2~3년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결정의 근거 자체, 즉 고객이 장기간 반복해서 선택한 제품을 사업의 중심으로 이동한다는 방향은, 시장 예측이나 창업자의 직관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판매 데이터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릅니다.

지금 내 판매 내역이 다음 기획서를 이미 쓰고 있습니다

리필드 사례가 1인 사업자와 소규모 창업자에게 직접 연결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 결정은 수백억 원의 투자를 요구하는 전략 변경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판매 기록을 다시 읽는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질문을 지금 내 사업에도 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주력이라고 생각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실제로 재구매나 재계약이 반복되는 항목이 일치하는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 차이가 얼마나 큰가.

콘텐츠를 판매하는 크리에이터라면, 어떤 주제와 포맷에서 결제나 구독 유지가 반복되는지를 월별 수익 내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독 감사 메시지가 오는 콘텐츠가 있다면, 그것이 리필드의 앰플에 해당하는 항목입니다. 온라인 강의나 컨설팅을 운영한다면, 수강생이 수료 후 다시 연락해 오거나 지인을 소개하는 세션이 무엇인지를 추적하는 것이 출발점이 됩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라면 환불 요청 없이 조용히 반복 구매되는 SKU를 먼저 봐야 합니다. 이 항목들이 마케팅 자료에서 가장 크게 다루는 제품과 일치하는지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 신호들은 별도의 조사 없이 사업 안에 이미 쌓여 있습니다. 판매 내역, 고객 문의 기록, 리뷰 텍스트, 재구매 주기. 이것을 분기마다 꺼내 읽는 루틴이 없다면, 리필드처럼 수년이 지난 뒤에야 패턴을 인식하게 됩니다. 사업 초기에는 창업자의 가설과 기획이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운영이 1년을 넘어서면 고객의 선택이 데이터로 쌓입니다. 이 데이터에는 창업자의 계획과 다른 신호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신호를 읽는 루틴 하나가, 새 제품 아이디어 열 개보다 사업 방향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도가 높지 않더라도 운영을 멈추지 않고 쌓아온 브랜드일수록, 고객 반응 데이터가 두텁게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 라인을 설계한 것보다, 실제 판매와 재구매를 거치면서 방향을 조정해 온 쪽이 더 단단한 판단 근거를 갖게 됩니다. 리필드가 샴푸를 버릴 수 있었던 것도 수년간의 누적 판매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데이터가 없었다면 결정은 훨씬 어려웠을 것입니다.

매출 내역서는 기획서의 가정보다 실제 구매 행동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지금 내 사업의 판매 기록을 열어, 어떤 항목에서 수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새 제품을 구상하기 전에 먼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고객이 이미 반복 구매로 선택을 드러냈다면, 그 항목을 찾아내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