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딩을 대신해주고, 책 쓰기까지 도와주는 시대입니다. 머릿속 상상을 실체로 구현하는 일이 이렇게 쉬워진 적은 없었죠.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건물에 누가 입주할 것인가.
바이브 코딩의 함정: 빠른 건설, 높은 공실률
바이브 코딩이란 개발자가 AI에게 자연어로 지시하고, 코드 작성부터 배포까지 AI가 수행하는 개발 방식입니다. 마치 건축가가 설계도만 그리면 로봇이 건물을 완성해주는 것과 같죠.
문제는 이렇게 지어진 건물의 내부 구조입니다. 배관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요. 전기 배선은 안전할까요. 구조적 안정성은 검증되었을까요. 대부분의 개발자는 이를 스스로 점검할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건물을 짓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린다는 점입니다. 공실률이 50%인 건물을 100채 짓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입주자가 없는 빌딩은 그냥 폐허입니다.
출판에서도 반복되는 패턴
이 현상은 출판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AI가 글쓰기를 도와주면서 '바이브 출판'이 가능해졌습니다. 저자의 아이디어를 책으로 빠르게 구현할 수 있죠.
하지만 여기서도 같은 질문이 등장합니다. 누가 그 책을 읽을 것인가.
저자가 자신의 생각만 정리하고 싶어 하고,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그 책은 높은 공실률의 건물과 다르지 않습니다. 서점에서 팔리지 않고, 독자에게 도달하지 못하며, 결국 창고에서 먼지만 쌓이게 되죠.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AI 시대의 역설이 여기에 있습니다. 만드는 능력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여전히 24시간입니다.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는 시간보다, 만든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소중해졌습니다. 건물을 하루 아침에 짓고 부수는 마법 같은 능력을 얻었다면, 이제 그 건물에 누가 입주하게 될지, 입주 후 서비스가 원활하게 돌아갈지를 치밀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개발자라면 기능 구현보다 사용자 경험을, 작가라면 글쓰기보다 독자와의 연결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활용 설계가 먼저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콘텐츠를 생성해도, 기획자가 주제를 선정하고, 독자를 설정하며, 활용 방안을 먼저 설계해야합니다.
책은 단순히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독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건축물입니다. 그 건물에 누가 살게 될지, 어떤 삶을 영위하게 될지를 먼저 그려야 의미 있는 출판이 됩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경쟁력은 만드는 속도가 아니라 활용하는 지혜입니다. 공실률 제로인 건물을 설계하고 배포하는 능력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