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미국 직종의 47%가 향후 20년 안에 자동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 수치는 당시 산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이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은 변수가 있었습니다. 직업의 '종류'였습니다. 이 계산은 어떤 일을 하느냐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 일을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며 수행하느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AI 도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병목은 그 빠진 변수 안에 있습니다.

자동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직종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숙련도가 높고 경험이 깊을수록, 그 사람이 하는 일을 언어로 설명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이 역설이 기업들의 AI 학습 프로젝트에서 가장 예상치 못한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직원에게 일하는 법을 물었더니 벌어진 일

AI 시스템에 내부 업무 방식을 학습시키려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부딪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신이 어떻게 일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들으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매일 하는 일을 설명하지 못한다니요. 사람이 어떤 일을 충분히 오래 반복하면,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판단들이 의식 아래로 내려갑니다. 분석하기 전에 감각이 먼저 반응하고, 생각하기 전에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 숙련된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인식론 분야에서는 이를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부릅니다. 영국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가 1966년 저서에서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We know more than we can tell)"고 쓴 개념입니다. 장인이 나무를 깎을 때 힘과 각도를 조율하는 감각, 20년 경력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서는 순간 환자 상태를 포착하는 능력, 콘텐츠 기획자가 기획서를 훑어보자마자 "방향이 틀렸다"고 느끼는 직관 같은 것들입니다. 배워서 습득한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쌓인 것들입니다.

기업들이 이 암묵지를 AI 학습 데이터로 변환하려 할 때의 시도는 대개 이렇게 시작됩니다. 숙련 직원에게 자신이 내리는 판단의 기준을 언어로 서술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런데 오래 숙련된 사람일수록 더 막힙니다. 어느 제조업체 생산관리 팀장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이 상황을 보여줍니다. "라인을 보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압니다. 왜 그런지 설명하라고 하면 한참 걸립니다. 설명한 다음에도 그게 제가 실제로 판단하는 방식인지 확신이 없습니다."

이 문제는 인터뷰 방식 자체의 한계와도 연결됩니다. 직원에게 "어떻게 결정했나요?"라고 물으면, 그 사람은 실제 판단 과정이 아니라 사후에 합리화한 설명을 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후 설명 편향'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일어난 인지 과정과 말로 꺼낸 설명 사이에 간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취재한 기업들의 사례에서도 이 패턴이 반복됩니다. 업무 자동화보다 업무 명시화가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임을 기업들이 뒤늦게 발견하게 됩니다.

명시화하는 순간 잃어버리는 것이 생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암묵지를 언어로 끄집어내려는 시도 자체가 예상치 않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입니다.

심리학에서 '언어 차폐(verbal overshadowing)'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어떤 능력이나 기억을 언어로 설명하도록 요청받으면, 이후 그 능력의 정확도가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운동 선수에게 자신의 동작을 상세히 언어로 분석하게 하면 이후 경기 수행 능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는 것이 실험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됩니다. 의식화하는 순간 자동화된 기능이 간섭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는 스포츠 심리학에서도 잘 알려진 현상으로, 고수가 초보자에게 가르치려 할 때 자신의 퍼포먼스가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경험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기업 현장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보고됩니다. 숙련 직원에게 판단 과정을 문서화하도록 하면, 원래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던 것을 새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속도와 정확성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AI 학습 데이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현업 인력의 효율이 단기적으로 낮아지는 역설입니다.

그렇다고 암묵지가 자동화에 완전한 장벽이 된다는 주장은 지나칩니다. 이 지점에서 반론을 정직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식 자체의 한계가 아니라 설명 방식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관찰 기반의 데이터 수집, 영상 분석, 행동 추적 등의 방법을 활용하면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암묵지도 상당 부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AI는 이미 방사선 영상 판독, 신용 평가, 법률 문서 검토 등 과거에 전문가 직관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암묵지를 절대적 장벽으로 신화화하는 것이 현실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반론이 맞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은 분명히 나뉩니다. 반복성이 높고 판단 기준이 명확한 업무는 데이터화가 가능하고, AI는 그런 영역에서 숙련자를 빠르게 따라잡습니다. 관계의 역사가 담긴 판단, 상황의 뉘앙스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판단, 명확한 기준이 없는 자리에서 내려지는 판단은 다릅니다.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자체를 구성하기가 훨씬 어렵고, AI 학습 프로젝트가 막히는 지점이 주로 여기에 집중됩니다.

이 논쟁이 한국 1인 사업자에게 주는 실마리

이 흐름을 한국 1인 사업자와 기획자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인 물음이 생깁니다.

먼저 "내가 하는 일 중에서 무엇이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가"입니다. 자신의 업무를 체크리스트로 만들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별해 보는 것입니다. 절차가 정해져 있고 기준이 명확한 업무는 AI가 빠르게 대체하거나 효율화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기 어렵고, 상황마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며, 오랜 관계와 맥락이 배어 있는 업무는 학습 데이터를 구성하기 자체가 어렵습니다.

저는 이 구별을 '내 일의 지도 그리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도를 그려보면 어디가 명시화 가능한 영역이고, 어디가 경험이 쌓여야만 접근 가능한 영역인지 보입니다. AI가 빠르게 들어오는 환경에서 후자의 영역이 두꺼워지도록 시간을 쓰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입니다.

그다음 물음은 "그 암묵지를 지금 적극적으로 쌓고 있는가"입니다. AI 도구가 많은 것을 처리해 줄수록, 사람이 그 도구로 처리되지 않는 판단을 얼마나 많이 경험하고 쌓느냐가 격차를 만듭니다. AI가 잘하는 일에 자신의 시간을 계속 쏟거나, AI가 어려워하는 영역에서의 경험 자체를 중단하는 것 — 이 두 방향 모두 자원을 잘못 배치하는 것입니다.

지금 해볼 수 있는 작업이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 가운데 "이건 AI가 흉내 내기 어렵지만 나는 잘 한다"는 항목을 10개 적어보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와의 대화에서 말하지 않은 니즈를 읽는 능력, 프로젝트가 틀어지기 직전의 분위기를 먼저 포착하는 감각, 수많은 기획 방향 중 이것이 맞다는 직관, 긴 원고를 읽자마자 전체 톤이 어긋났다는 것을 아는 편집 감각 같은 것들입니다.

이 목록을 만들어 보면 두 종류로 나뉩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이면 명시화가 가능한 것과, 수백 번의 경험 없이는 체득되지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 종류가 많을수록, 지금도 그 경험을 계속 쌓고 있을수록, AI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에서 그 자리는 더 오래 유지됩니다.

2030년대 비즈니스 환경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짚는 역량들이 있습니다. 사회적 맥락을 복잡하게 읽는 능력, 비정형 상황에서 내리는 판단,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장기적 관계. 이 역량들은 기술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히며, 암묵지가 가장 많이 농축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기업들이 AI에 직원의 업무를 가르치다가 막히는 자리에 그 직원의 가장 오래가는 강점이 놓여 있습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하고, 그 경험을 스스로 복기하는 시간이 쌓이면 이 강점도 두꺼워집니다. 자동화의 파도가 높을수록 그 아래 닿지 않는 층이 어디인지를 먼저 아는 사람이 그 자리를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