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을 금지하는 대신, 창업 자금 2억 8천만 원을 공식으로 지급합니다. 조건은 하나입니다. 몰래 준비하지 말고 회사에 공식 신청하라는 것입니다. 런던의 AI 스타트업 Omnea가 'Future Founders Fund'라는 이름으로 이 프로그램을 발표하자,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획기적인 인재 유지 전략"이라는 쪽과, "어차피 떠날 사람은 떠난다"는 쪽입니다. 두 반응 모두 이 실험이 왜 지금 나왔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 맥락 안에, 한국 1인 사업자에게도 해당되는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5년 근속자에게 피칭 기회를 연 이유

Omnea는 기업의 공급업체 지출을 통합 관리하는 AI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창업자 로리 프리먼이 이 프로그램을 설계한 배경에는 스타트업 특유의 인력 구조가 있습니다.

벤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어느 시점에 자신의 회사를 세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채용 인터뷰에서도 자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계획을 지금 재직 중인 회사에 꺼내놓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원은 퇴근 후 몰래 공유 오피스를 빌리고, 주말마다 공동창업자를 찾고, 투자자 미팅을 조용히 잡습니다. 회사는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묵인합니다.

이 묵계 아래서 직원의 집중은 분산되고, 회사는 그 사람의 일부만 받습니다. Future Founders Fund는 이 구조를 건드립니다. 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창업 계획을 경영진에게 정식으로 피칭하면, 내부 심사를 거쳐 25만 달러의 시드 자금과 Omnea 네트워크, 멘토링이 제공됩니다. 직원이 생태계의 파트너로 전환되는 구조를 의도한 것입니다.

프리먼의 설계가 흥미로운 것은 이 프로그램 자체보다, 그것이 전제하는 판단 때문입니다. 창업을 꿈꾸는 직원은 어떻게든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그 움직임을 회사가 모른 척하는 것보다 알고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것입니다.

이 설계의 약점을 먼저 봐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는 근거 없이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5년 근속이라는 진입 조건 자체가 대상자를 크게 좁힙니다. 스타트업에서 한 회사에 5년을 머무르는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업계 특성상 2~3년 사이에 이직하거나 독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5만 달러라는 금액도 런던의 물가와 초기 SaaS 제품 개발 비용을 감안하면 12~18개월이면 소진될 수 있습니다.

구조적 긴장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경영진이 심사를 맡는 이상, 직원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을까요. 회사와 경쟁할 소지가 있는 아이디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인재 유지 프로그램이라는 명분 뒤에 잠재적 경쟁자의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는 채널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실리콘밸리 일부 커뮤니티에서 실제로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것은 설계의 완성도 때문이 아닙니다. 직원의 창업 계획을 억제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다면 통제 대신 수용이 선택지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 때문입니다.

1인 사업자가 이 실험에서 꺼낼 수 있는 것

한국 시장에서 이 프로그램을 그대로 운영할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5년 근속자 자체가 드문 곳도 많고, 25만 달러를 시드로 꺼낼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구조를 조직 외부에서 뒤집어 보면 다른 질문이 나옵니다.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다음에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가.

경영학에서 이해관계자를 분석할 때, 핵심 질문은 이해관계자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있는가입니다. 1인 사업자라도 이해관계자는 있습니다. 오래 함께한 외주 디자이너, 반복 의뢰를 주고받는 개발자, 장기 거래처 담당자. 이들이 지금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지 아는 쪽과 모르는 쪽은 협업의 밀도가 다릅니다. Omnea가 5년 근속 직원에게 시드를 지급하기 위해 먼저 한 일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상대의 계획을 숨어 있는 채로 두지 않고 꺼내놓게 한 것입니다.

한국의 노동 시장에서 부업이나 창업 준비를 공개하는 문화는 아직 얇습니다. 대기업에 재직하며 주말마다 온라인 판매를 운영하는 사람 대부분이 직장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습니다. 이 이중성은 시스템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조건입니다. 개인의 성향보다, 공개했을 때 생기는 불이익에 대한 현실적 계산이 앞서는 구조입니다.

Omnea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직원의 욕구를 투명하게 처리하는 사례가 한국에서도 나올 발판이 마련됩니다. 실패한다면—심사를 형식적으로 통과시키거나 아이디어를 숨기는 방식으로—그 이중성이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는지가 데이터로 남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솔로 PM이나 1인 기획자 입장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한 번의 대화입니다. 오래 일한 파트너에게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 그리고 그 대화가 협업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정보임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의 욕구를 알고 있는가—Omnea의 2억 8천만 원은 이 질문에 회사가 지불하는 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