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불과 할부로 보는 투자와 수익화
돈을 번다는 건 투자, 그리고 수익화입니다.
이 두 가지 흐름이 필요합니다.
출판 기획자로 일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을 만날 기회가 정말 많은데요, 돈을 버는 방식도 역시 다양합니다. 그런데 돈을 버는 패턴을 곰곰이 살펴보면 결국 투자와 수익화가 일시불과 할부의 믹스로 결정되더라고요.
투자와 수익화 프로세스에서 일시불과 할부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2×2 매트릭스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경제학부를 나오고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는데도 배운 적 없는, 하지만 정말 쉬운 개념입니다.
첫 번째: 일시불 투자 → 일시불 수익화 (수렵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납품해서 한 번에 수익화하는 방식입니다.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처럼 오더메이드에 해당하죠. 주문이 들어왔을 때 해당 주문만큼 만들고, 납품하면서 큰 덩어리로 수익을 올립니다. 기업 간 거래나 정부와 거래처럼 신용도 있는 거래선과 관계를 바탕으로 생산하고 납품하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방식을 수렵에 비유합니다. 매머드를 사냥해서 납품하면 큰 돈을 버는 방식이죠.
장점은 한 번 계약하면 큰 돈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계약이 끝나면 다시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요. 여기서 검토해야 할 건 두 가지입니다. 내가 매머드를 잡을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매머드를 필요로 하는 믿음직한 거래처와 연결되어 있는지.
두 번째: 일시불 투자 → 할부 수익화 (농경형)
제품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나눠서 결제하면서 수익이 발생하는 방식입니다.
사입을 하거나, 제품을 기획해서 시장에 내놓고 판매하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해요. 제조업 기반이면서 동시에 상품과 시장 접점을 만들어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투자해서 만든 제품을 재고로 쌓아두고, 재고를 소진해 나가면서 판매하는 구조죠.
출판 사업이 정확히 여기에 해당합니다. 저자님과 함께 원고를 가공하고, 종이책을 제조해서 물류사에 입고시킵니다. 서점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공급망을 통해 배본하고요.
이 방식에서 중요한 건 두 가지입니다. 초기 비용, 즉 원가를 절감하는 것과 꾸준히 팔릴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 한 번 만들어 놓은 제품이 스테디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죠.
디지털 영역에서 이 모델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데요, 한 번 만든 소프트웨어를 구독료 형태로 할부 수익화하는 구조입니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SaaS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2,662억 달러에서 2025년 3,15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6% 성장할 전망입니다. 2032년에는 1조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요. 국내 구독경제 시장도 KT경제경영연구소 기준 2016년 약 26조 원에서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핵심은 같습니다. 초기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 그리고 꾸준히 팔릴 수 있는 상품의 질.
세 번째: 할부 투자 → 일시불 수익화 (스타트업형)
조금씩 투자해서 가치를 키운 다음, 한 번에 매각하는 방식입니다.
개인 투자자로 보면 주식을 조금씩 사 모아서 적정 가격에 매도하는 것이고, 기업으로 보면 스타트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3년에서 5년 동안 열심히 회사를 키우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M&A(인수합병)나 IPO(상장)로 큰 돈을 한 번에 받고 나가는 것이죠. 이걸 '엑시트(exit)'한다고 표현합니다.
한국에서 눈길을 끄는 엑시트 사례를 보면 이 구조가 명확해집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을 인수한 사례, 매치그룹이 하이퍼커넥트를 인수한 사례,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사례, 직방이 호갱노노를 약 230억 원에 인수한 사례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엑시트 비율은 평균 2.3% 수준이에요.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엑시트 소요 기간은 9.2년으로 장기화되고 있고,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자료를 보면 국내 스타트업 M&A 건수가 2022년 150건에서 2023년 88건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전경련 자료에서도 유니콘 세계 5강의 엑시트 중 82.8%가 M&A인 반면, 한국은 52.9%에 그쳐 M&A를 통한 엑시트 환경이 아직 부족합니다.
이 방식은 장기적인 투자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단기간에 돈을 벌기 어렵지만, 큰 돈을 벌어들일 가능성이 있어요. 반대로 장기적으로 아무 수익도 못 낼 수도 있다는 게 큰 리스크죠. 좋은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모두 갖춰야 시도해볼 만합니다.
참고로 저희 회사에서 출간된 『1%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는 책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인터뷰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하죠. 벤처 투자를 받고자 하는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네 번째: 할부 투자 → 할부 수익화 (콘텐츠 창작형)
조금씩 투자해서 조금씩 수익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유튜브, 블로그, 온라인 강의 등 콘텐츠를 가지고 계신 창작자분들이 이 비즈니스 모델에 해당합니다.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매일 자신이 구축하고자 하는 블로그 성격에 맞는 콘텐츠를 하나씩 올리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무 성과도 안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회수가 올라가고, 광고 수익이 들어옵니다.
꾸준히 투자해서 꾸준한 수익을 얻어가는 방식입니다. 중간에 포기하면 수익도 없어지기 때문에, 꾸준함이 생명이에요.
출판을 생각하고 계신 저자님들 역시 이 방식을 고민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앞서 말한 두 번째 모델—일시불 투자, 할부 수익화—이지만, 저자님 입장은 다릅니다. 매일 꾸준하게 시간을 투자해서 콘텐츠를 쌓다 보면, 출판이라는 기회를 통해 할부로 수익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어요. 콘텐츠 하나에 일시불로 수익화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드라마틱한 사례가 가끔 나타나긴 하지만, 일시불의 수익화는 모두에게 해당하지 않습니다. 콘텐츠를 꾸준히 만드는 할부 투자, 그것을 통한 할부 수익화. 이 관점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하나의 모델에만 의존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계신가요? 어떤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로 돈을 벌고자 하시나요?
만약 하나의 방식에만 의존하고 있다면, 다른 방식을 추가하는 것을 고민해 볼 만합니다. 모델을 하나만 쓰는 게 아니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거죠.
예를 들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회사를 키워서 일시불로 매각할 것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창업자 스스로 개인 가치를 높이며 할부 수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투자와 수익화 방식에 따른 4가지 비즈니스 모델
네 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든, 투자와 수익화의 구조를 인식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수익 모델을 설계하는 눈이 달라집니다. 가능하다면 지금 하고 있는 모델에 다른 모델 하나를 더 추가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