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영업팀에서 사무실 불을 가장 먼저 켜고 가장 늦게 끄는 사람입니다. 거래처 전화도 제일 많이 받고 주말에 나온 날도 여러 번입니다. 그런데 월말 실적표에서 당신의 이름은 늘 중간쯤에 있습니다. 정시에 퇴근하는 옆자리 동료는 같은 제품을 팔면서 맨 위에 올라 있습니다. 일한 시간은 당신이 더 긴데 숫자는 반대로 나옵니다.
같은 장면을 감원 명단 앞에서 겪은 영업 사원이 있습니다. 최종 후보가 그를 포함한 두 명으로 좁혀지자, 지점장은 직원들을 한 사람씩 따로 불러 누구를 남길지 물었습니다. 그를 남기자는 동료들의 이유는 하나로 모였는데, 출근은 누구보다 이르고 퇴근은 누구보다 늦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덕에 회사에 남고도 그는 이 말을 전해 듣고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동료들 눈에 비친 자신은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부지런하기만 한 사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무렵 옆자리 대리는 정시에 퇴근하면서도 가장 높은 실적을 내고 있었습니다.
판매에 쓰는 시간은 하루의 30%입니다
오래 일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 까닭은 시간의 양보다 쓰임에 있습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2024년 영업 현황 자료를 보면, 영업 담당자는 근무 시간의 30%만 실제 판매에 쓰고 나머지 70%를 서류 작업과 데이터 입력, 이동에 씁니다. 하루 열 시간을 일한다면 고객을 상대하는 시간은 세 시간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비율이 그대로라면 근무를 한 시간 늘려도 판매에 더해지는 시간은 18분뿐입니다.
감원 위기를 넘긴 그 영업 사원은 실적 상위권 동료들이 하루를 어떻게 쓰는지 지켜보고, 시간 관리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얻은 방법은 하루를 네 종류로 나눠 따로 점검하는 것이었고, 종류마다 줄일 대상도 달랐습니다.
넷 가운데 어디서 시간이 가장 많이 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파는 것이 제품이든 서비스든 점검하는 방법은 같습니다.
현장 시간: 체면을 지키느라 늘어난 시간을 셉니다
그가 두 번째 회사에 들어가 석 달째 되던 때의 일입니다. 월말 마감을 며칠 앞두고 주요 거래처인 슈퍼마켓이 창고가 찼다며 입고를 멈췄고, 그달 실적에 100만 원이 비었습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네 슈퍼마켓 점주에게 사정을 털어놓자 100만 원어치를 들여 주겠다는 답이 왔습니다. 남은 일은 배송입니다. 한 상자에 13.5kg인 분말 세제 70상자를, 차에서 30m 떨어진 지하 창고까지 옮겨야 합니다. 한 상자씩 나르면 두 시간이 넘게 걸릴 양입니다. 같은 날 다른 거래처의 외상 대금도 받아야 했는데, 월말에 늦게 찾아가면 점주들이 현금이 없다며 지급을 다음 달로 넘기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양복 상의를 벗은 그는 세 상자씩 등에 지고 날라 40분 만에 일을 마쳤습니다. 그렇게 생긴 1시간 20분 동안 거래처 세 곳을 돌며 대금을 받았고, 그달 목표도 채웠습니다. 이 일에서 눈여겨볼 것은 노동의 강도보다 망설임에 들어갈 뻔한 시간입니다. 옷이 더러워질까, 아는 사람이 볼까 신경 쓰며 한 상자씩 옮겼다면 1시간 20분은 생기지 않았고, 수금도 다음 달로 밀렸을 것입니다. 몸을 쓰는 방식이 늘 영업의 답이라는 말은 아니라고 그 역시 덧붙입니다.
현장에서 쓰는 시간에는 일 자체보다 체면과 망설임에 들어간 몫이 섞여 있습니다. 현장 점검은 그 몫이 얼마인지 세어 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사무실 시간: 매일 되풀이하는 작업부터 줄입니다
농협 채널로 담당이 바뀐 뒤 그에게 매일 아침 주어진 일은 일일 현황 보고서였습니다. 전임자에게 물려받은 수동 엑셀 양식으로 만들어야 해서, 처음 혼자 만든 날에는 4시간 30분이 걸렸고 손에 익은 뒤에도 2시간 30분이 들었습니다. 여러 시트의 숫자를 하나씩 옮겨 붙이고 틀린 곳을 확인하다 보면 오전 11시 30분이 됩니다. 그때쯤이면 만나야 할 위탁점주들은 오전 일을 마치고 현장으로 나간 뒤라, 점심 뒤에 움직이면 서로 엇갈리기 일쑤였습니다.
옆자리 선배는 양식을 고칠 여유가 있으면 거래처에 전화라도 더 돌리라고 했지만, 셈을 해 보면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매일 아침 두 시간을 되찾으면 거래처 담당자를 날마다 두 명씩 더 만날 수 있고, 근무일로 치면 한 달에 40명입니다. 엑셀 책과 동영상 강의로 VLOOKUP 함수와 피벗 테이블을 익혔고, 석 달 동안 고치고 또 고친 끝에 버튼 한 번으로 자료가 모이는 양식이 나왔습니다. 2시간 30분 걸리던 보고서는 30분으로 줄었고, 한 달에 40시간이 생겼습니다. 그 시간은 기존 고객을 한 번 더 만나는 데 들어갔고, 실적이 오르자 동료들이 먼저 방법을 물어 왔습니다.
돌아보면 걸림돌은 함수의 난도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 쪽에 있었습니다. 이 질문은 AI 도구가 흔해진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보고서 취합을 AI에 넘길 수는 있어도, 매일 아침의 두 시간을 불편하다고 느끼고 고칠 시간을 따로 떼어 두는 일은 사람의 몫입니다. 데이터를 어떤 틀로 모을지 궁리하던 그때의 경험이, 나중에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을지 정하는 밑바탕이 됐다고 그는 돌아봅니다.
계획 시간: 하루에 한 가지, 가장 미루고 싶은 일을 정합니다
아낀 시간도 쓸 곳을 정해 두지 않으면 조금 더 빨리 헤매는 데 그칩니다. 그가 먼저 손본 것은 목표 문장이었습니다. 어느 거래처의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식의 다짐 대신, 언제까지 어느 매장의 누구를 만나 무엇을 확정할지를 숫자와 함께 적었습니다. 매일 아침에는 그날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하기 싫은 일 하나에 빨간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사람은 어렵고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고, 쉽고 빨리 끝나는 일부터 처리하며 일한 기분을 얻기 쉽습니다. 미룬 일일수록 부담이 커지니, 하루 한 가지라도 먼저 끝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일요일 밤 30분은 지난주를 돌아보고 다음 주를 짜는 데 썼습니다. 몇 주가 쌓이자 성과 대부분이 일부 거래처와 일부 업무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보였습니다. 흔히 파레토 법칙이라 부르는 쏠림입니다. 명절 시즌에는 매출 상위 20%에 드는 매장 담당자들에게 공을 더 들였습니다. 그중 한 대형 마트 매장에서는 행사 기간에 고객 눈높이의 진열대가 비자 담당자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그해 이 매장의 자사 선물 세트 매출은 전년보다 45% 늘었습니다.
같은 원칙은 온라인 전자 입찰에서도 쓰였습니다. 운송 구간 100여 개의 단가를 30분 안에 써내야 하는 입찰로, 구간마다 배점이 다르고 총점은 마감 전까지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는 이익을 가장 크게 잡은 견적과 마진을 가장 낮게 잡은 견적 두 가지를 미리 마련해 두고, 입찰 중에는 자료가 물동량이 큰 순서로 정리됐으리라 보고 앞쪽 20개 구간의 순위만 지켜봤습니다. 그날 입찰은 놓쳤습니다. 경쟁사가 그의 기준으로는 적자인 단가를 써냈기 때문입니다. 모든 항목에서 1등을 할 필요는 없다는 원칙은 입찰 결과와 상관없이 쓸모가 있습니다.
휴식 시간: 적어서 비우고, 일부러 멈춥니다
도구와 계획이 갖춰져도 판단하는 머리가 지쳐 있으면 쓸모가 줄어듭니다. 여기서 권할 습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메모입니다. 예전 팀장이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말을 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뜻으로 바꿔 쓰던 것을 계기로, 그는 고객과 나눈 대화를 빠짐없이 받아 적기 시작했습니다. 적어 둔 내용은 대부분 다시 펼쳐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달라진 점은 있었습니다. 외워야 한다는 부담이 줄었고, 받아 적으려 집중하니 더 깊이 듣게 됐습니다. 고객 쪽에서도 필기 속도에 맞춰 말을 늦추거나, 이 대목은 적지 않아도 된다고 먼저 알려 주곤 했습니다. 적는 모습 자체가 상대의 말을 귀하게 듣고 있다는 표시가 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쉬는 방법입니다. 입사 두 달째 선배를 따라 사우나에서 한 시간을 보낸 날, 그의 머릿속은 실적 걱정과 휴대폰이 울리면 지점장일지 모른다는 긴장으로 가득했습니다. 몸만 쉰 시간이었습니다. 며칠 뒤 다른 선배는 거래처 근처 대학 캠퍼스 벤치에 그를 앉히고 30분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10분쯤 지나자 며칠째 풀리지 않던 거래처 제안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 뒤로 미팅을 망친 날에는 한 시간쯤 차를 몰았고, 주말에는 설거지를 하며 머리를 비웠습니다.
이번 주에 손댈 세 가지
외근 하루를 골라 시간을 15분 단위로 적어 봅니다. 칸은 판매, 이동, 서류, 대기 넷이면 충분합니다. 하루가 끝나면 판매 칸의 합을 전체 근무 시간으로 나눕니다. 30%에 못 미친다면 나머지 칸 가운데 줄일 수 있는 것부터 표시합니다. 체면이나 망설임 때문에 늘어난 시간이 있었다면 그것도 따로 적어 둡니다.
매일 또는 매주 같은 순서로 반복하는 작업 하나를 고르고, 걸리는 시간에 한 달 근무일 수를 곱해 봅니다. 숫자가 생각보다 크다면 그 작업이 첫 개선 대상입니다. 고치는 데 쓸 시간은 일정표에 날짜와 시각까지 먼저 넣어 둡니다. 비워 둔 시간은 급한 일에 쉽게 밀리기 때문입니다. 반복 취합을 AI 도구에 맡길 생각이라면, 무엇을 넣고 어떤 모양으로 받을지부터 한 줄로 적어 보면 됩니다.
지난 석 달 매출을 거래처별로 정렬해 상위 20%가 어디인지 적습니다. 그 목록을 책상 앞에 두고, 매일 아침 그날 가장 미루고 싶은 일 하나에 표시한 뒤 그날 안에 끝냅니다. 매주 같은 요일 30분은 지난주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비워 둡니다. 휴대폰을 멀리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30분도 이 표에 함께 올려 두면 좋습니다.
오래 일하는 사람과 먼저 정하는 사람
네 가지 점검은 모두 오늘 일한 시간 가운데 고객에게 간 시간이 얼마인지를 묻습니다. 현장에서 망설인 시간, 사무실에서 되풀이한 작업, 흩어진 우선순위, 쉬는 척만 한 시간을 줄이면 같은 근무 시간 안에서 고객을 만나는 몫이 늘어납니다. 감원 명단에 올랐던 그 영업 사원은 입사 6년 차에 전국 1등 영업 사원이 됐습니다. 영업의 목적을 다시 세우고 거절을 견디는 법을 익힌 것과 함께, 이 네 가지 시간 점검이 그 과정에 들어 있었습니다.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가는 습관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 시간이 어디에 쓰이는지 한 주만 적어 보면 무엇부터 줄일지 정할 수 있습니다.
개념 별첨
- 파레토 법칙 —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V. Pareto)가 토지와 소득 분포의 쏠림을 관찰한 데서 이름을 따 왔고, 품질 관리 연구자 주란(J. Juran)이 «소수의 핵심 원인» 경험칙으로 정리했습니다. 80 대 20은 정확한 비율보다 쏠림의 정도를 나타내는 어림값입니다. - 결정 피로 — 결정을 연달아 내릴수록 판단의 질이 떨어진다는 개념으로, 바우마이스터(R. Baumeister) 연구진의 자기 통제 연구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후 대규모 재현 연구에서 효과의 크기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휴식의 근거로 쓸 때는 자기 경험과 함께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 판매 시간 비중 —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영업 현황 보고서(State of Sales) 2024년 판은 영업 담당자가 근무 시간의 약 70%를 판매 외 업무에 쓴다고 집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