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맥킨지는 생성형 AI 파일럿을 진행한 기업 가운데 실제 업무에 정착시킨 비율이 전체의 11%에 그쳤다고 발표했습니다. 나머지 89%는 개념 증명 단계를 넘지 못하거나, 현업 배포 직후 몇 달 만에 유야무야됐습니다. 같은 해 국내 기업 AI 도입 현장에서도 유사한 말이 반복됐습니다. 

"PoCProof of Concept는 끝났는데 왜 못 쓰죠?"

이 질문이 이상한 이유는, PoC를 통과시킨 팀이 이미 도구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도구는 작동했습니다. 그런데 현업 배포는 멈춥니다. 유클릭스가 최근 국내 최초로 기업용 AI 실행 전담 센터를 열면서 이 공백을 정면으로 건드렸습니다. 체험부터 검증, 현업 적용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표방했습니다. 이 센터가 생긴 배경 자체가, PoC 이후 실행이 왜 그렇게 자주 실패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PoC 이후 묘한 침묵이 옵니다

기업에서 AI 파일럿이 진행되는 과정은 대개 비슷합니다. 팀 하나가 도구를 골라 몇 주간 시험합니다. 결과가 인상적이면 경영진 발표가 이어집니다. 승인이 납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다음부터 속도가 느려집니다.

느려지는 이유는 기술보다 사람 쪽에 훨씬 많습니다. PoC를 진행한 팀과 실제로 도구를 써야 할 현업 팀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파일럿을 이끈 팀은 AI에 이미 익숙하지만 현업 팀은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구를 설명해줄 내부 자원이 없으면 현업에서는 기존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 합의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PoC 발표에서는 '시간 단축'이나 '정확도 향상' 같은 인상적인 수치가 나오지만, 그게 기존 KPI 체계 어디에 연결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현업 리더는 굳이 바꿀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새 도구를 쓰려면 기존 프로세스 어딘가를 바꿔야 하는데, 그 변경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호한 경우도 많습니다.

가트너는 전 세계 기업 AI 프로젝트의 85%가 기대했던 가치를 내지 못한다고 추정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성공한 파일럿도 조직 적용에서 걸립니다.

기술이 준비됐다고 조직이 준비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다른 시각도 짚어야 합니다. 일부 연구자들과 컨설턴트들은 "실행 공백 자체가 과장된 문제"라고 봅니다. 모든 기업이 AI를 빠르게 채택해야 할 의무는 없으며, PoC 이후 채택이 느린 것은 신중한 조직 판단의 결과일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파일럿 결과가 인상적이었어도 ROI가 불명확하거나 규제 리스크가 크면 채택을 늦추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또한 AI 실행 전담 센터 같은 형태가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답이 되는지도 불분명합니다. 대기업은 전담 조직을 꾸릴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과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반론을 인정하더라도, 실행 공백이 단순한 속도 조절과는 다른 현상입니다. 속도를 조절한 팀은 명확한 조건과 일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백에 빠진 팀은 그 조건 자체가 없습니다. 많은 현장에서 확인되는 반응은 단순합니다.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언제 배포할지 아직 결정 못 했다'는 말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는 도구를 평가하는 기준과 변화를 실행하는 역량이 동시에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경영학에서는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다뤄 왔습니다. 새 전략이나 도구가 도입될 때 기술의 준비도와 조직의 준비도는 대부분 같은 속도로 오르지 않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완성되지만, 사람이 그것을 쓰는 루틴을 바꾸려면 프로세스와 인센티브, 교육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경영의 기초를 다루는 교육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원칙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AI 도입 현장도 그 원칙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공백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면 절반은 해결됩니다

AI 도입을 담당하는 실무자나 중간관리자라면, 지금 자신의 조직에서 이런 질문들에 답해 볼 수 있습니다.

PoC를 진행한 팀과 실제 도구를 쓸 팀이 같은 팀이었습니까. 파일럿을 IT 부서나 혁신팀이 대리 진행했다면, 현업 팀에게 배포는 처음 접하는 경험입니다. 도구의 작동 방식을 설명해줄 내부 자원이 없으면 현업은 기존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실제로 쓸 사람이 파일럿에 처음부터 참여했는지 여부가 이후 배포 속도를 크게 가릅니다.

AI 사용으로 기대하는 변화가 기존 성과 지표와 연결돼 있습니까. "보고서 작성 시간이 30분 줄었습니다"라는 PoC 결과가 있다면, 그 30분이 무엇으로 전환되는지 — 다른 고객 응대인지, 매출인지, 없어지는 야근인지 — 를 현업 리더와 미리 합의해야 합니다. 합의 없이 배포하면 현업 리더는 도구를 권장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기존 프로세스를 바꿀 권한이 배포 팀에 있습니까. AI 도구는 대부분 기존 업무 흐름 어딘가를 바꿔야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변경 권한이 배포 팀 안에 없거나, 별도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못 바꾸는 상황이라면 배포는 시작도 전에 멈춥니다. 많은 현장에서 AI 배포가 걸리는 자리는 기술보다 이 권한 문제입니다.

세 질문 중 하나라도 "모르겠습니다"가 나온다면, 그 자리가 공백의 시작점입니다.

PoC를 통과시킨 팀은 이미 절반을 해낸 것이 맞습니다. 그 팀이 아직 들어가지 않은 절반은 도구를 쓰는 사람과 프로세스를 준비하는 작업입니다. 유클릭스가 체험부터 현업 적용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센터를 연 것은, 그 작업이 얼마나 많은 기업에서 아직 빠져 있는지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