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최고디지털책임자 요한나 로스는 올해 상반기 맥킨지 인터뷰에서 이 한 문장을 꺼냈습니다. "모든 것을 하려다 아무것도 못 할 위험." 글로벌 60개국, 4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의 디지털 전환 총책임자가 한 말치고는 뜻밖입니다. 그 정도 규모면 AI 전담팀도 있고, 외부 컨설팅 예산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가장 먼저 이 질문을 꺼냈습니다.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에이전틱 AI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빠르게 실험하는 기술 방향입니다. 스스로 여러 단계 작업을 수행하고, 외부 시스템과 연결하고, 판단을 내리며 실행합니다. 챗봇이 "이 제품의 반품 정책은 무엇입니까?"에 답하는 수준이라면, 에이전틱 AI는 그 질문을 받은 뒤 고객 구매 이력을 조회하고, 물류 일정을 확인하고, 반품 접수까지 완료합니다. 이케아는 이 기술을 고객 경험 전반에 적용하려는 여정 위에 있습니다. 그 여정에서 이 기업이 먼저 부딪힌 장벽은 기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400개 매장도 못 피한 우선순위 혼란
이케아 CDO가 맥킨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중 무게감이 가장 큰 부분은 에이전틱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도입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에이전틱 AI를 도입하면 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갑자기 쏟아집니다. 고객 응대 자동화, 재고 예측, 배송 관리, 맞춤형 상품 추천, 직원 교육 보조. 이케아 규모에서도 이 전부를 동시에 추진할 수는 없었습니다. CDO는 무엇을 먼저 고를 것인가의 기준을 세우는 일에 자원을 집중했습니다.
이 선택에는 기술적 타당성 외에 조직 문화, 데이터 준비 상태,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함께 작동합니다. 에이전틱 AI는 데이터에 접근하고, 외부 시스템을 호출하고, 때로는 고객 정보를 다루는 판단을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행동 하나가 브랜드 신뢰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이케아는 고객 경험 품질과 신뢰 유지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AI 기능을 활성화할지는 그 기준 아래에서 결정됩니다.
에이전틱 AI가 활성화되면 각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와 연결되는 복잡한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한 에이전트가 재고를 확인하고, 다른 에이전트가 배송 일정을 조율하고, 또 다른 에이전트가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연쇄가 일어납니다. 이 연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각 연결 지점의 데이터 품질과 시스템 안정성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CDO가 "모든 것을 하려다 아무것도 못 할 위험"을 경고한 배경에는 이런 기술적 현실이 있습니다.
규모의 격차가 교훈을 차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케아 수준의 인프라와 한국 1인 사업자·솔로 PM의 현실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반론은 타당합니다. 이케아에는 데이터 엔지니어팀이 있고, CDO가 있고, 외부 컨설팅 예산도 있습니다. 혼자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에이전틱 AI 전략을 세우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이케아는 수십 년간 데이터를 쌓아온 기업입니다. 그들의 에이전틱 AI가 재고를 조회할 때, 그 기반에는 표준화된 상품 코드와 글로벌 물류 데이터베이스가 있습니다.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는 그 토대를 먼저 만드는 과정 자체가 훨씬 길고 힘든 작업일 수 있습니다. "이케아도 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단순 비교는 실행 장벽을 낮춰 보이게 하는 착시를 만듭니다.
그런데 이케아가 겪은 우선순위 혼란은 규모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실수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 오판이 오히려 더 빠르게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솔로 PM이 클로드나 GPT를 활용해 고객 응대 자동화를 먼저 시도했는데 수개월이 지나도 실제 업무 시간이 줄지 않는 경험을 해봤다면, 이케아 CDO의 경고가 낯설지 않습니다. AI 도구가 넘쳐날수록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감각, 그 감각은 조직 크기와 무관하게 나타납니다.
혼자 일하는 사람이 에이전틱 AI를 쓸 때 먼저 확인할 것
그렇다면 실제로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까.
에이전틱 AI의 실질적 가치는 반복적이고 단계적인 작업을 위임하는 데 있습니다.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시간 낭비는 보통 세 영역에서 발생합니다. 정보 수집, 초안 작성, 그리고 내부 커뮤니케이션 정리입니다. 이 세 영역 중 하나에서 에이전틱 AI 흐름을 먼저 만드는 것이 이케아 CDO가 말한 "무엇을 먼저 고를 것인가"에 해당하는 실무 선택입니다.
매주 업계 뉴스를 정리해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는 업무가 있다면, 이 흐름 전체를 에이전틱 AI에 맡기는 구성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AI가 특정 키워드로 정보를 수집하고, 요약하고, 형식에 맞게 초안을 만들어두면 담당자는 검토하고 발송만 합니다. 이 단계를 완전히 안정화하기 전에 다음 업무 영역으로 확장하면, CDO가 경고한 상황과 같아집니다.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여러 개를 동시에 가동하면 어디서 오류가 났는지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AI 도구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개인이 더 많이 활용해야 하는 능력은 도구를 다루는 기술이 아닙니다. 어떤 작업을 AI에 위임하고, 어떤 판단을 직접 내릴 것인지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수백 명의 AI 전문가 조직을 이끄는 CDO가 직접 우선순위 기준을 세웠다는 사실이 이 방향을 가리킵니다. AI가 복잡한 연쇄 작업을 수행할수록, 그 연쇄를 처음 설계하는 사람의 판단이 산출물의 질을 결정합니다. 저는 이것이 에이전틱 AI 시대에 개인이 갖춰야 할 가장 실질적인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케아의 에이전틱 AI 여정은 글로벌 기업의 화려한 전환 사례처럼 보이지만, 그 중심에 있는 질문은 작은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나중으로 미룰 것인가. 그 판단이 어긋나면 좋은 도구도 방향 없이 쌓입니다. AI에 시킬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일은 그 일들 중 무엇을 먼저 시킬지 정하는 것으로 좁혀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