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을 업무에 쓰기 시작한 팀들에서 비슷한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고서를 AI에 입력했더니 핵심 수치가 빠진 채 요약됐다거나, 표 안의 항목들이 엉뚱하게 묶였다거나, 실제로는 세 지역 데이터인데 하나의 합산값처럼 나왔다는 식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은 그 정보를 분명히 넣었습니다. AI가 왜 다르게 읽었을까요.

그 의문을 따라가면 문서 서식이 나옵니다.

AI는 표에서 무엇을 보는가

사람이 표를 읽는 방식과 AI가 표를 파싱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사람은 표를 시각 패턴으로 읽습니다. 같은 배경색으로 묶인 줄끼리 하나의 범주로 인식하고, 병합된 셀을 계층의 표시로 이해하며, 굵은 테두리 안쪽이 강조 영역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압니다. 수십 년간 이런 방식으로 표를 만들고 읽어온 사람에게 병합 셀은 정보를 더 빠르게 전달하는 도구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표를 잘 만든다는 것은 곧 계층과 범주를 시각적으로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AI는 표를 행과 열의 관계로 읽습니다. 텍스트를 추출할 때, 각 셀의 값이 같은 행·같은 열의 다른 셀과 어떤 관계인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셀이 병합된 자리에서 그 관계가 끊깁니다. '이 세 행은 하나의 상위 범주 아래 있다'는 정보가 병합으로 표현되어 있을 때, 파싱 결과에는 첫 행에만 그 범주가 있고 나머지 두 행에는 범주 정보가 없습니다. AI가 이 구조를 요약하면, 나머지 두 행의 데이터가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 알 수 없는 채로 처리됩니다.

색상 강조와 특수 기호도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만듭니다. "●", "▶", "①②③" 같은 기호는 텍스트 추출 과정에서 노이즈로 처리됩니다. "다음과 같음 :" 뒤에 줄 바꿈이 이어지는 관용 표현도 같습니다. 사람이 빠르게 훑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각 장치들이, AI에게는 데이터의 맥락을 흐리는 요소로 작동하는 겁니다.

시범 결과가 드러낸 것

행정안전부는 올해 3월부터 5개월간 'AI 친화적 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시범 적용했습니다. 2026년 8월 23일 전면 도입을 발표하면서 공개된 결과에는 두 가지 변화가 나란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편집과 표 구성에 쓰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 그리고 AI를 통한 문서 요약과 발표자료 작성의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가 중요한 이유는 '이전에는 정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이 수십 년 써온 표준 서식, 즉 복잡한 셀 병합과 색상 강조로 구성된 그 서식이 AI 파싱에 맞지 않았다는 기록입니다.

행안부가 제시한 핵심 원칙은 두 가지입니다. 표와 그림 상단에 제목과 번호를 달고 셀 병합을 단순화할 것. 문장은 서술식으로 쓰고 불필요한 시각 효과를 줄일 것. 이 두 원칙은 외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문서가 처리되는 환경이 달라진 현실에 서식을 맞추는 것입니다.

문서를 먼저 처리하는 쪽이 달라졌습니다

업무에서 문서가 읽히는 순서가 바뀌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의 패턴은 이랬습니다. 문서를 받은 담당자가 직접 읽고 맥락을 파악한 뒤, 필요하면 AI로 특정 부분을 요약했습니다. AI는 보조 수단이었고, 사람이 이미 문서를 이해한 상태에서 쓰는 도구였습니다.

지금은 다른 패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서가 도착하면 AI가 먼저 요약하거나 주요 항목을 추출합니다. 의사결정자는 그 결과를 보고 판단을 내립니다. 원문을 직접 읽는 것은 특정 내용을 확인해야 할 때로 미뤄집니다. 이 흐름에서 문서를 먼저 처리하는 것은 AI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문서가 아무리 충실하게 작성되어 있어도, AI가 핵심 데이터를 누락하거나 항목 간 관계를 잘못 읽으면 의사결정자에게는 왜곡된 요약이 전달됩니다. 원문이 아니라 그 요약을 기준으로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채용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패턴이 있습니다. 지원자는 이력서 전체가 꼼꼼히 검토되기를 기대하지만, 실제 첫 처리는 지원자 추적 시스템(ATS)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시스템을 통과하지 못한 이력서는 내용이 아무리 충실해도 채용 담당자 눈에 닿지 않습니다. 이 현실을 먼저 파악한 지원자들은 내용을 보강하기 전에 파싱 구조부터 정비했습니다. 일반 업무 문서가 지금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서식에서 먼저 손댈 자리

병합 셀을 푸는 것이 가장 즉각적인 변화입니다. 계층 관계는 별도 열이나 접두어 텍스트로 대신합니다. "서울 / 강남", "서울 / 강북"처럼 반복이 생기더라도 각 행이 독립적으로 읽힐 수 있는 구조가 AI 파싱에서 안전합니다.

표와 그림에는 제목을 답니다. "[표 1] 지역별 분기 실적 (단위: 백만 원, 2026년 상반기)"처럼 표 바로 위에 맥락 정보를 두면, AI가 추출한 수치가 무엇에 대한 값인지 함께 처리됩니다. 제목 없는 표에서 AI가 꺼낸 숫자는 맥락 없이 떠도는 값이 됩니다.

항목 기호는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 "■" 같은 특수문자 대신 번호 매기기나 서술식 문장을 씁니다. 한국 문서에서 흔히 쓰는 "◎ 주요 이슈 ① ② ③" 구조가 AI에게는 기호 노이즈와 숫자가 뒤섞인 텍스트로 추출됩니다.

이 변화들은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쓰는 문서 작성 환경에서 바로 적용됩니다.

'시각적으로 완성된 문서'와 'AI가 정확하게 읽는 문서'가 충돌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 충돌 지점은 좁습니다. 병합 셀, 색상 강조, 특수 기호처럼 장식 목적의 요소를 줄이는 것으로 두 조건이 대부분 동시에 충족됩니다. 내용을 구조적으로 명확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 읽을 때도, AI가 처리할 때도 같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행안부가 공식화한 이 기준이 민간 실무로 퍼지는 속도는 공공 정책의 일반적인 확산 속도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조달, 투자 검토, 파트너십 제안처럼 외부 검토가 수반되는 문서에서는 이미 그 방향으로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AI가 처리하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서식을 정비하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그 사이에 오가는 문서들의 파싱 오류가 누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