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나와 첫 제품을 혼자 띄운 당신은, 출시 첫 주에 적은 할 일 목록을 보고 잠시 멍해집니다. 핵심 기능은 며칠이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로 랜딩 페이지 카피, 결제 연동, 유통 채널 등록, 사업자 신고, 고객 문의 응대가 줄지어 있습니다. 디자인팀이, 법무팀이, 경리팀이 대신 해 주던 일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몸으로 압니다. 어느 밤 당신은 모니터에 창 세 개를 띄워 두 시간을 보냅니다. 하나는 외주 개발자가 보낸 견적 메일, 하나는 인공지능 디자인 도구의 결제 화면, 하나는 강의 사이트입니다. 결제 연동 하나를 두고 맡길지, 도구로 직접 붙일지, 배워서 할지 정하지 못한 채 밤이 깊습니다.

막힌 곳은 연동 자체가 아닙니다. 연동은 배우면 되고 견적은 비교하면 됩니다. 없는 것은 누구에게 맡길지 가르는 기준입니다.

혼자 창업한 사람이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배분입니다

혼자 창업한 사람이 매출 걱정보다 먼저 만나는 문제는 대부분 배분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이걸 내가 하나, 맡기나"라는 질문이 돌아옵니다. 기준 없이 그때그때 정하면 통상 두 가지 방식으로 무너집니다. 전부 직접 하다가 시간이 바닥나거나, 전부 맡기다가 품질과 현금이 같이 바닥납니다. 많은 1인 창업자가 처음 석 달을 앞쪽 방식으로 보냅니다. 결제 연동을 독학하고 정산 양식을 만드느라 제품 개선이 밀리고, 가장 잘하는 일을 가장 적게 하는 달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질문은 단순해야 합니다. 내 일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위임의 경계란 내 사업의 과업 전체를 펼쳐 놓고 직접 할 일과 맡길 일을 가르는 선을 말합니다. 과업이란 직무를 더 쪼갤 수 없을 만큼 나눈 최소 작업 단위입니다. '마케팅'은 직무이고, '주간 뉴스레터 초안 작성'은 과업입니다. 경계는 직무보다 잘게, 과업 단위로 그어야 합니다. 같은 마케팅 안에서도 초안 작성은 맡길 일이고 발행 승인은 직접 할 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책상 위로 내려옵니다

1937년 경제학자 코즈(R. Coase)는 「기업의 본성」에서 이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시장이 그렇게 효율적이라면, 왜 사람들은 회사를 만들어 그 안에서 일할까요. 그의 답이 거래비용입니다. 거래비용이란 시장에서 거래 상대를 찾고, 조건을 협상하고, 결과를 감시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말합니다. 밖에서 사 오는 비용이 안에서 처리하는 비용보다 크면 기업은 그 일을 내부로 들이고, 반대면 밖에 맡깁니다. 기업의 경계는 두 비용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정해진다는 것이 코즈의 답이었습니다.

당신이 보낸 그 밤도 거래비용의 밤입니다. 개발자를 찾아 포트폴리오를 비교하는 것이 탐색 비용이고, 견적과 수정 횟수를 조율하는 것이 협상 비용이고, 결과물을 확인하고 다시 고치게 하는 것이 감시 비용입니다. 외주비가 30만 원이어도 이 세 비용을 더하면 실제 가격은 더 올라갑니다. 망설임을 거래비용으로 옮겨 놓으면, 그 밤은 계산으로 다룰 수 있는 문제로 바뀝니다.

이 이론은 오랫동안 대기업의 인수합병이나 외주 전략을 설명하는 데만 쓰였습니다. 직원을 고용할 수 없는 1인 창업자에게는 '내부화'라는 선택지 자체가 없었던 탓입니다. 인공지능 도구가 등장하면서 이 전제가 허물어졌습니다. 탐색도 협상도 없이, 월 몇만 원으로, 새벽 세 시에도 돌아가는 처리 능력이 생기자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도 '안'이라 부를 영역이 생겼습니다. 바깥쪽도 넓어졌습니다. 순다라라잔(A. Sundararajan)이 긱 경제 연구에서 정리했듯, 디지털 플랫폼은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도 과업 하나 단위로 외부 인력을 빌리는 시장을 열었습니다. 안쪽에는 인공지능이, 바깥쪽에는 과업 단위 외주 시장이 생기면서 "왜 기업이 존재하는가"라는 백 년 묵은 질문은 이렇게 내려옵니다. 무엇을 내가 하고, 무엇을 인공지능이 하고, 무엇을 외주가 하는가.

여기서 흔히 떠올리는 위임 기준은 "내가 못하는 일을 맡긴다"입니다. 직관적이지만 절반만 맞습니다. 1817년 리카도(D. Ricardo)가 비교우위 원리로 보인 그대로입니다. 비교우위란 절대 실력과 무관하게 기회비용이 낮은 쪽에 특화할 때 거래하는 양쪽 모두 이득을 얻는다는 원리입니다. 코드 품질이 인공지능보다 나은 개발자를 떠올려 봅시다. 절대 실력으로는 사람이 우위입니다. 그러나 그가 코딩에 쓰는 한 시간은 제품 기획이나 고객 인터뷰에 쓸 수 있었던 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기획 한 시간이 만드는 가치가 코드 품질의 차이보다 크다면, 코딩은 인공지능에 넘기고 마지막 검수만 남기는 쪽이 사업 전체의 산출을 키웁니다. 기준은 "인공지능이 나보다 잘하는가"가 아니라 "그 일을 붙들고 있는 동안 무엇을 포기하는가"입니다. 잘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쥐고 있는 과업일수록 포기하는 가치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경계는 한 번 긋고 끝나는 선이 아닙니다. 코즈의 논리대로라면 거래비용이 바뀔 때마다 경계는 움직여야 하는데, 인공지능 도구의 능력과 가격은 몇 달 단위로 변합니다. 작년에 외주로 보낸 자막 작업이 올해는 도구로 직접 붙일 일이 되고, 직접 하던 자료 정리가 인공지능 칸으로 넘어갑니다. 1인 창업자에게 위임의 경계는 분기마다 다시 푸는 문제입니다. 움직이는 선은 잘게 그어 둘수록 고쳐 긋기 쉽습니다.

경계를 긋는 세 가지 행동

이 망설임은 표 한 장으로 줄어듭니다. 세 가지 행동이면 됩니다.

첫째, 지난 2주의 과업 스무 개를 동사 단위로 적습니다. '마케팅'처럼 크게 적지 말고 '인스타그램 게시물 작성', '거래처 입금 확인'처럼 동사가 들어가는 단위로 쪼개는 것이 요령입니다. 기억이 흐릿하면 달력과 결제 내역을 거슬러 훑습니다. 위임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대부분 질문이 직무 크기로 묶여 있기 때문이고, 과업 크기로 쪼개는 순간 절반은 이미 판정이 끝나 있습니다.

둘째, 맡길 것보다 남길 것을 먼저 고릅니다. 고객과의 대화, 가격 결정, 최종 품질 판정처럼 판단이 쌓여 자산이 되는 과업은 내 몫입니다. 이런 과업의 산출은 그날의 결과물만이 아닙니다. 반복할수록 고객에 대한 감각과 데이터가 내 쪽에 쌓이고, 그 누적은 다른 사람이 베끼기 어렵습니다. 거꾸로 맡길 것부터 고르면 통상 가장 하기 싫은 일부터 넘기게 되는데, 하기 싫은 일 안에는 고객 응대처럼 판단이 쌓이는 과업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의 영상으로 독립한 어느 1인 창업자는 첫 달부터 편집·자막·댓글 응대까지 전부 외주로 돌렸고, 석 달 뒤 자기 채널인데 어떤 영상이 왜 반응을 얻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가 남았습니다. 판단이 쌓이기 전에, 판단이 필요한 과업부터 넘긴 탓입니다.

셋째, 남은 과업을 인공지능과 외주로 가르되 위임 비용을 계산에 넣습니다. 절차를 문서로 적을 수 있고 잘못돼도 되돌릴 수 있는 과업은 인공지능 몫입니다. 단, 한 번도 직접 해 본 적 없는 과업은 맡겨도 검수하기 어려우니, 좋은 결과물의 기준을 잡을 때까지는 한 번 직접 해 봅니다. 법적 책임이 걸리거나 물리 작업이거나 절차를 옮기기 어려운 전문 판단은 외주 몫입니다. 외주 칸의 각 행에는 외주비 옆에 괄호로 내 시간을 적습니다. 견적서를 받고, 작업을 설명하고, 결과물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젠슨(M. Jensen)과 메클링(W. Meckling)이 대리인 이론으로 정리했듯, 맡기는 사람과 맡는 사람은 이해가 다르고 정보가 비대칭이라 감시 비용이 따라붙습니다. 이 시간에 내 시급을 곱해 외주비에 더한 값이 그 과업의 실제 가격입니다.

생산성에서 수익성으로

경계를 긋고 나면 시간이 남습니다. 그러나 위임으로 절약한 시간은 그 자체로는 절약 자산일 뿐입니다. 시간당 가치에 절약 시간을 곱한 만큼만 값이 있고, 천장이 있습니다. 절약한 시간이 매출로 이어지려면 그 시간의 가치가 경계 안쪽에 남긴 과업, 곧 판단과 관계에서 정해져야 합니다. 경계를 긋는 일은 생산성의 문제로 보이지만, 무엇을 남기느냐를 정하는 순간 그것은 무엇으로 버느냐를 정하는 수익성의 문제로 바뀝니다.

부산물도 생깁니다. 인공지능에 과업을 넘기려면 절차를 문서로 적고 검수 기준을 정해야 하는데, 이 지시문과 검수 절차의 묶음은 한 번 만들면 계속 쓰는 절약 자산이면서, 같은 일을 하는 다른 1인 창업자에게 외부화할 수 있는 잠재 자산이기도 합니다. "한 번 만들어 두 번 쓴다"가 첫 달부터 작동하는 첫 사례가 위임 규칙인 셈입니다. 그러니 매출 계획을 세우기 전에, 이번 주에 과업 표부터 채워 보십시오. 다음 분기 첫 주에 표를 다시 채울 일정도 지금 캘린더에 잡아 두십시오. 경계선이 움직인 흔적은 직원 없는 회사에서 조직도 구실을 합니다.

이 시리즈는 회계와 경제와 경영과 투자의 표준 이론을 분과 경계 없이 1인 사업의 문제로 다시 묶은 한 권의 원고에서 출발합니다. 위임의 경계는 그 지도의 출발점에 해당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경계 안쪽에 남긴 그 판단 과업이 어떻게 누구도 베낄 수 없는 해자로 쌓이는지, 그리고 그 자산이 왜 회계 장부에는 0원으로 적히는지를 다룹니다. 만드는 일에는 익숙해졌는데 무엇을 남길지에서 멈춰 선 분이라면, 다음 편부터가 본론입니다.


개념 별첨

- 거래비용 이론 — 경제학자 코즈(R. Coase, 1937)가 「기업의 본성」에서 제시. 시장에서 거래 상대를 찾고 협상하고 감시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가리키며, 그 비용이 내부 처리 비용보다 클 때 기업이 일을 안으로 들인다고 설명합니다. 윌리엄슨(O. Williamson)이 자산 특수성과 불확실성이라는 조건을 보탰습니다. 인공지능이 내부 처리 비용을 낮추면서, 같은 논리가 한 사람의 일 배분에 적용됩니다. 

- 비교우위 — 리카도(D. Ricardo, 1817)가 국가 간 무역을 설명하며 제시. 절대 실력과 무관하게 기회비용이 낮은 쪽에 특화할 때 거래하는 양쪽 모두 이득을 얻는다는 원리입니다. 교역 상대가 나라에서 인공지능으로 바뀌었을 뿐, 나와 인공지능 사이의 과업 배분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 대리인 이론 — 젠슨(M. Jensen)과 메클링(W. Meckling)이 정리. 맡기는 사람과 맡는 사람의 이해가 다르고 정보가 비대칭이라 감시 비용과 잔여 손실이 따라붙는다는 관점입니다. 외주비 견적만 내 시급과 비교하면 이 비용이 계산에서 빠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