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자리에서 이 말을 꺼냈습니다. "미국은 AI를 하룻밤에 끊을 수 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같은 우려를 공개석상에서 표명했습니다. 국가 정상이 G7 공식 무대에서 동맹국의 기술 인프라에 이런 경고를 날리는 일은 전례가 드뭅니다. 그리고 이 경고가 회의장에서 나오던 바로 그 무렵, Anthropic의 Claude 서비스가 예고 없이 수시간 동안 끊겼습니다.

기술적 오류로 빚어진 그 블랙아웃은 며칠이 지나자 잊혔습니다. 그러나 마크롱과 모디가 그린 시나리오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이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행정명령 한 장으로 특정 국가의 AI 플랫폼 접근을 차단하는 상황, 또는 미국 기업이 지정학적 압력 아래에서 서비스를 제한하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1인 사업자에게까지 닿을 수 있는 이야기냐고 묻는다면, 그렇습니다. 규모가 다를 뿐 구조는 같습니다.

미국 AI 플랫폼이 글로벌 인프라가 된 속도

현재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70%를 넘습니다. OpenAI, Anthropic, Google DeepMind, Meta AI, Microsoft — 이 다섯 기업이 글로벌 AI 인프라의 대부분을 제공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10년에 걸쳐 기업 인프라를 장악했다면, 생성형 AI는 2023년 이후 2년 만에 지식 노동의 핵심 도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2024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과 1인 사업자의 AI 도입률은 30%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외산 플랫폼 의존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마케팅 카피 작성, 보고서 요약, 고객 문의 대응, 코드 작성, 이미지 생성 — 한국 1인 사업자가 AI로 처리하는 작업의 상당 부분이 미국 서버를 경유합니다. 이것은 편의의 문제로 보면 좋은 선택입니다. 그런데 G7 정상들은 이것이 언제든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G7 정상들이 이것을 문제 삼은 이유는 이미 유사한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2022년 10월 이후 중국에 대한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단계적으로 제한해왔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발동되자 AWS, Google Cloud, Microsoft Azure는 해당 국가의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심각하게 제한했습니다. 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외교적 압력과 제재 환경이라는 맥락 안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AI 서비스가 같은 논리로 제한될 수 있는 구조는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마크롱이 경고한 것은 상상이 아니라 선례였습니다.

이번 G7 선언에서 각국 정상들이 강조한 것은 "AI 안보"였습니다. 여기서 안보는 군사적 의미가 아닙니다. AI 서비스 접근권이 외교·무역 협상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도체 수출 통제처럼, AI 서비스 접근도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 한 장으로 제한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마크롱이 지적한 것은 이 논리의 확장 가능성이었습니다. 제재는 국가 단위이지만, 기술 인프라 통제의 신호가 민주주의 동맹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선례가 쌓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AI에 의존해도 괜찮다는 반론

이 경고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실적인 반론을 먼저 보면, 미국 AI 플랫폼을 배제할 경우 당장 쓸 수 있는 동급 성능의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미스트랄, 독일의 앨렉파, 한국의 HyperCLOVA X, LG의 EXAONE — 이 모델들은 존재하지만 범용 성능에서 GPT-4o나 Claude 3.7 Sonnet을 안정적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구간이 여전히 있습니다. 최고 성능 도구를 쓰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고, 의존이 나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쓰는 것이 맞다는 주장입니다.

비즈니스 논리에 기댄 반론도 있습니다. Anthropic이나 OpenAI 같은 기업들이 글로벌 고객에게 서비스를 자의적으로 끊을 유인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수익 구조는 글로벌 구독자 기반에 달려 있습니다. 서비스를 끊으면 자사 매출이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G7 정상들의 경고가 과잉 반응이라는 시각입니다.

두 반론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반론들은 정확히 다른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기업의 자발적 중단 가능성이 아니라, 정부 간 외교 긴장이나 무역 분쟁 속에서 발생하는 강제적 중단 가능성입니다. 러시아 사례에서 보듯,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끊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업의 선의는 정책 환경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책 환경이 바뀌는 데 사전 통보는 없습니다.

오픈AI의 서비스 약관을 보면, 이용자에게 사전 통보 없이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Anthropic의 약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랙아웃이 일어났을 때 이용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마크롱이 원한 것은 그 기다리는 상황을 국가 단위에서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당신의 사업에 필요한 점검

국가 수반의 경고를 1인 사업자가 직접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경고의 논리 구조를 개인 단위로 내려놓으면 사업 연속성의 문제가 됩니다.

핵심 업무 프로세스 가운데 단 하나의 외산 AI 플랫폼에만 의존하는 작업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이것은 도구를 바꾸라는 말이 아닙니다. 어느 도구가 사라졌을 때 업무가 완전히 멈추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모르고 있다면, 그 자체가 리스크입니다.

국산 또는 오픈소스 도구를 최소 하나 이상 병행해서 손에 익혀두는 것도 검토할 만합니다. 네이버 HyperCLOVA X와 클로바 스튜디오는 한국어 문서 처리에서 외산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구간이 있습니다. LG의 EXAONE은 전문 문서 요약에 강점이 있고, KT의 Mi:dm은 한국 기업 환경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Llama 3나 Mistral 같은 오픈소스 모델은 상업 서비스가 아니어서 외부 서비스 중단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없습니다. 성능이 1순위가 아닐 수 있지만, 백업으로 손에 익혀두는 것과 이름도 모르는 것은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사용 중인 AI 플랫폼의 서비스 약관과 데이터 처리 조항을 한 번은 읽어둘 필요도 있습니다. 미국 상장 기업들은 연간 공시 보고서에 "리스크 요인" 섹션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서비스 중단 가능성, 규제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명시됩니다. 투자자들은 이 섹션을 읽고 투자를 결정합니다. 그 기업의 서비스에 업무를 의탁하는 사람도 같은 논리로 그 내용을 한 번은 읽어볼 이유가 있습니다. OpenAI의 최근 공시에는 "지정학적 긴장이 서비스 제공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항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기업 자신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리스크입니다.

저는 이것을 불안을 조장하는 이야기로 꺼내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 도구에 깊이 의존하기 전에 그 의존의 조건을 한 번은 읽어두자는 말입니다. 외환 거래를 할 때 환율 리스크를 확인하고, 임대 계약을 할 때 중도 해지 조항을 확인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AI 플랫폼을 의탁처로 삼는 것도 계약이고, 계약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한국 데이터센터 기반의 AI 서비스에 최소한 일부 작업을 배분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의 카나나, SK텔레콤의 에이닷, 네이버의 뤼튼은 외교적 변수로부터 독립적인 인프라를 씁니다. 기능상 외산 플랫폼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외교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어도 한 가지 선택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전한 독립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선택지를 더 갖는 것과 아무것도 없는 것 사이의 거리는, 위기 상황에서 훨씬 크게 드러납니다.

당신이 쓰는 도구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습니다

G7 정상들이 두려워한 것은 스위치의 위치였습니다. 마크롱과 모디가 요구한 것은 미국 AI 거부가 아니라, 그 접근권을 나눠 갖거나 독립적인 대안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1인 사업자에게 이것을 번역하면 지금 당신이 사용하는 도구가 사라졌을 때를 한 번이라도 상상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이 됩니다.

전기를 쓰면서 발전소 위치를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발전소가 요금을 두 배로 올리거나 공급을 끊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AI 플랫폼도 마찬가지입니다. 편리하게 쓰되, 그것이 사라졌을 때를 한 번은 상상해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는 아무 일이 없을 때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블랙아웃이 왔을 때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