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레드불은 에너지 드링크 한 캔을 팔기 위해 매출의 약 30%를 마케팅에 다시 쏟아부었습니다. 연간 총액으로 따지면 40억 달러가 넘습니다. F1 팀 두 개를 운영하고, 자체 미디어 하우스를 통해 연간 수십억 뷰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 세계 600개 이상의 이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987년 캔 하나로 시작해 40년 가까이 이 방식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7월, 그 기계에 처음으로 경고등이 켜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시장이 성숙하면 공식도 마모됩니다
레드불 마케팅 공식의 특징은 음료 대신 이미지를 팔았다는 데 있습니다. 스카이다이빙, 클리프 다이빙, 익스트림 산악자전거, F1—모든 짜릿하고 위험한 것에 레드불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날개를 달아 준다'는 한 줄 카피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에서 알아봅니다. 이 전략은 실제로 작동했습니다. 전 세계 에너지 드링크 시장에서 레드불의 점유율은 한때 40%에 달했고, 2023년 매출은 100억 유로를 넘겼습니다.
지금 몇 가지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드링크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성장률이 둔화됐습니다. Z세대 사이에서는 고당·고카페인 음료에 대한 건강 불안이 공개적으로 퍼지고 있고, 소비가 비타민 음료나 전해질 음료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를 등에 업은 몬스터 에너지가 조용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건강한 에너지'를 내세운 셀시우스 같은 후발 브랜드가 젊은 소비자층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더 구조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레드불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익스트림 스포츠 이미지가, 그 문화에서 자란 세대에게는 여전히 강렬하지만, 그다음 세대에게는 '아버지 세대의 쿨함'으로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설계된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면 낡습니다.
정교한 기계는 방향을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레드불이 위기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습니다. 이 브랜드는 수십 년간 비슷한 경고 신호를 여러 번 받았고, 그때마다 공식을 조정하며 버텨 왔습니다. 레드불 레이싱이 최근 F1 시즌에서 거둔 성적이 오히려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디어 사업과 스포츠 팀 운영 등 수익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단순 음료 브랜드와 다르게 봐야 하는 근거로 자주 인용됩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은 기업 존폐가 아니라 공식의 한계에 관한 것입니다. 수십억 달러를 들여 정교하게 만든 이미지 기계일수록, 그 기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비용이 훨씬 커집니다. 공식이 정교할수록 그 공식을 의심하기 어렵고, 의심하지 않으면 변화가 늦어집니다.
한 번 통한 방식이 너무 잘 돌아갈 때, 그 방식 자체가 앞을 가로막는 순간이 옵니다. 레드불이 지금 마주한 것은 그 상태에 가깝습니다.
공식 없이 오래 버텨 온 것이 자산이 됩니다
이 이야기를 한국의 1인 사업자나 콘텐츠 디렉터 맥락으로 끌어오면, 구조가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효과가 검증된 공식을 찾아 반복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거나,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을 오래 이어 가는 쪽으로 기울어 있거나—대부분의 개인 브랜드는 이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레드불은 전자의 극단입니다. 공식을 찾아 수십억 달러로 증폭했고, 그 공식 위에 모든 것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경쟁자를 압도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성숙하고, 새 세대가 등장하고, 경쟁자가 비슷한 공식을 복사하기 시작할 때—공식 기반의 브랜드는 공식 자체를 바꿔야 하는 과제를 떠안습니다. 기계가 정교할수록 그 교체 비용이 커집니다.
반대편 방향을 오래 걸어온 사례들이 있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결과물도 공개하고, 실패한 시도도 기록하며, 그 모든 과정을 이어 온 시간 자체를 브랜드로 삼아 온 사람들입니다. 카페를 운영하거나 공방을 꾸려 온 1인 사업자 중에 이런 방식으로 10년 가까이 버텨 온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공방을 운영하며 자신의 과정을 공개해 온 한 브랜드의 기록에서 되풀이되는 관점이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도 계속 보여 주는 것이 브랜딩에서 가장 오래가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브랜드는 트렌드가 바뀌어도 공식 교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속 자체가 신뢰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면 점검해 볼 만한 질문들이 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방식이 특정 플랫폼이나 트렌드에 최적화된 공식인지, 아니면 플랫폼이 바뀌어도 이어 갈 수 있는 방식인지. 내 브랜드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을 따라온 것인지, 내가 만드는 특정 포맷을 따라온 것인지. 내가 오랫동안 쌓아 온 것이 공식인지, 신뢰인지.
저는 레드불처럼 정교하게 설계하지 못해서 오히려 자기 방식을 유지해 왔다면, 그 누적이 지금쯤 다른 이름의 자산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정교한 마케팅 기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오랫동안 공식 없이 자기 방식으로 버텨 온 사람들에게는 다른 무게로 닿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 공식에는 유통기한이 있고, 그 공식이 정교할수록 유통기한 이후에 지불하는 비용도 그만큼 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