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부서와 외주 업체가 얽힌 프로젝트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결과물의 완성도는 누가 봐도 높은데 출시 시점이나 보고 시점을 놓쳐, 아무도 쓰지 않는 산출물이 되는 경우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조직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누가 일정을 끌고 가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담당자는 각 부서가 던지는 일정에 맞추느라 끌려다니고, 뒤늦게 야근으로 구멍을 메웁니다. 이 글은 두 가지에 답합니다. 완성도가 높아도 마감을 넘기면 왜 가치가 사라지는지, 그리고 담당 책임자가 일정에 끌려다니지 않고 직접 리딩하는 프로젝트 일정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입니다.

마감을 넘긴 결과물은 왜 가치를 잃는가

결과물에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출시 시점, 보고 시점, 의사결정 회의 시점이 그 기한입니다. 기한이 지난 결과물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과 같아서, 아무리 정성 들여 만들었어도 아무도 먹지 않습니다. 경쟁사가 먼저 시장에 나간 뒤에 나온 기획안, 예산이 확정된 뒤에 도착한 검토 보고서는 내용이 훌륭해도 읽는 사람이 없습니다.

여기서 프로젝트 일정 관리의 기준이 바뀝니다. 완성도는 기한 안에서만 평가받습니다. 기한을 넘긴 순간 완성도 점수는 0이 되고, 그동안 들어간 비용과 시간만 남습니다. 그래서 일정 관리의 목표는 완성도를 조금 더 올리는 데 있지 않고, 결과물이 기한 안에 소비되게 하는 데 있습니다. 완성도를 더 높이려고 시간을 더 쓰는 판단도 기한 안에서만 허용됩니다.

프로젝트 일정 관리의 첫 질문: 누가 일정을 끌고 가는가

일정이 자꾸 밀리는 프로젝트에는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 즉 '챔피언'이 있어도 일정은 그 사람 손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 부서가 자기 일정을 내고, 외주사가 자기 납기를 말하고, 디자인 팀이 검토 기간을 요구하면 챔피언은 그것을 받아 적어 합칩니다. 합계가 마감을 넘기면 마감을 미룹니다. 지연도 챔피언이 먼저 아는 것이 아니라 일이 이미 밀린 뒤에 보고로 알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곧 스케줄에 끌려다니는 챔피언이고, 이 상태의 프로젝트는 예외 없이 실패합니다. 일정을 통보받는 사람은 언제나 뒤에서 쫓아가고, 한 번 용인된 지연은 다음 지연의 근거가 되어 마감이 밀리는 일이 관행으로 굳기 때문입니다.

챔피언이 일정을 리딩한다는 것의 실제 의미

리딩은 회의를 주재하거나 진척 보고를 받는 일이 아닙니다. 세 가지를 챔피언이 직접 쥐고 있어야 합니다.

마감을 먼저 못 박습니다. 각 부서의 일정을 모아 마감을 계산하는 순서를 뒤집어, 결과물의 유통기한에서 거꾸로 내려와 각 부서에 날짜를 배정합니다. 부서가 그 날짜를 못 맞춘다고 하면 마감을 옮기는 대신 무엇을 줄일지 함께 정합니다.

지연을 앞서 묻습니다. 보고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늦습니다. 외주사와 각 부서에 이번 주 무엇이 끝났고 다음 주 무엇이 위험한지 챔피언이 먼저 묻고, 위험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립니다. 묻는 시점을 매주 같은 요일로 고정해 두면 부서와 외주사도 그 날짜에 맞춰 위험 요소를 정리해 오게 됩니다.

범위를 줄여 마감을 지킵니다. 마감이 흔들릴 때 챔피언에게 남는 선택지는 범위를 줄이거나 마감을 미루거나 둘뿐입니다. 유통기한이 정해진 결과물이라면 답은 하나입니다. 마감을 미루는 순간 완성도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줄일 범위는 마감이 흔들린 뒤에 고르면 늦으므로, 착수 시점에 없어도 되는 기능과 꼭 있어야 하는 기능을 미리 나눠 둡니다.

끌려가는 챔피언과 리딩하는 챔피언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하는 일이 다릅니다. 그 차이를 한눈에 견주면 다음과 같습니다.

같은 자리, 다른 일정 관리끌려가는 챔피언일정을 통보받는다지연을 사후에 안다야근으로 메운다리딩하는 챔피언마감을 먼저 못 박는다지연을 앞서 묻는다범위를 줄여 지킨다

왼쪽은 일정이 밖에서 들어오고, 오른쪽은 일정이 챔피언에게서 나갑니다.

내일부터 적용하는 프로젝트 일정 관리 체크리스트

지금 맡은 프로젝트에 아래 항목을 대 보십시오.

- 결과물의 유통기한, 즉 출시일이나 보고일을 한 줄로 적어 두었는가 - 마감 날짜를 챔피언이 정했는가, 부서 일정을 합산해서 나왔는가 - 각 부서와 외주사에 배정된 날짜가 마감에서 거꾸로 계산된 것인가 - 지연 위험을 챔피언이 먼저 묻는 정기 시점이 있는가 - 일정이 흔들릴 때 줄일 범위의 우선순위를 미리 정해 두었는가

비어 있는 항목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 자리에서 일정이 밖으로 새고 있는 것입니다. 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 마감이 흔들릴 때 범위를 줄일 수 있으면 아직 챔피언이 일정을 쥐고 있는 것이고, 마감을 옮기는 것밖에 할 수 없다면 이미 일정에 끌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프로젝트에서 당신은 일정을 통보받는 사람입니까, 일정을 못 박는 사람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