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가 살아남는 시대

요즘 같은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일까요? 프로그래밍? 마케팅? 디자인?

답은 기획력입니다.

AI가 발전하고 자동화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단순한 기술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획자가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기획자란 누구인가

기획자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기획자는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구체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기획자는 시장과 상품을 연결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시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그것을 상품이나 서비스로 해결할 방법을 판단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볼까요? "나는 디자인을 잘해", "나는 코딩을 잘해"라고 한다고 해서 성공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지 모르고, 누가 그걸 필요로 하는지 모른다면 그냥 개인적인 능력에 그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5년 1월에 발표한 「미래 직업 보고서Future of Jobs Report 2025​」에 따르면, 고용주들이 꼽은 핵심 역량 1위는 분석적 사고Analytical Thinking​였습니다.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왜, 어떻게"를 판단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1,0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 2위와 3위도 회복력·유연성·민첩성, 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이었습니다. 코딩이나 디자인 같은 실무 기술은 상위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기획자는 결국 돈을 지불할 시장과 상품을 만드는 방법을 동시에 알고 있어야 합니다.

도구의 장벽은 이미 무너졌다

요즘 도구들의 발전상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전문가만 다룰 수 있었던 프로그램들이 지금은 누구나 배워서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출판을 예로 들면, 예전에는 쿼크QuarkXPress​라는 프로그램을 썼습니다. 맥에서만 돌아갔고, 다루려면 상당한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어도비의 인디자인,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프로그램들을 몇 시간만 공부하면 기본적인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디자인 도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트너Gartner​는 2025년까지 기업에서 새로 개발하는 애플리케이션의 70%가 로우코드·노코드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코딩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드래그 앤 드롭만으로 앱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로우코드·노코드 플랫폼 시장은 2024년 약 32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22% 이상 성장 중입니다.

3D 프린터부터 AI 기반 콘텐츠 생성 툴, 자동화 시스템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기술을 몰라도 기획력만 있으면 충분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WEF 보고서 역시 같은 전망을 제시합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억 7,000만 개의 새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9,200만 개가 사라질 전망인데, 사라지는 일자리 대부분이 단순 사무·행정직입니다. 반면에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AI를 활용한 기획, 전략 수립, 창의적 문제 해결 쪽에 몰려 있습니다.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어디에 쓸지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기획자는 간극을 좁히는 사람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습니다. 기획자는 시장의 요구와 상품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합니다.

대기업은 마케팅 팀, 기획팀, 개발팀이 따로 있어서 각자 맡은 일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개인 창업자는 어떤가요? 혼자서 시장 조사도 하고, 제품 기획도 하고, 마케팅까지 해야 합니다.

이걸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나는 멋진 제품을 만들었는데 왜 안 팔리지?"라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룬 자영업자는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매출이 평균 22% 높았습니다. 기술 자체가 매출을 올린 게 아니라, 기술을 시장의 필요에 맞게 적용한 기획이 매출을 올린 것입니다.

기획자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적절한 형태로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기획자는 곧 창업가다

저는 기획자가 곧 창업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팔 물건을 찾고, 누가 살지 고민하고, 어떻게 팔지 설계하는 것—이 모든 과정이 기획입니다.

기획이라는 단어가 어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모든 창업가는 기획자입니다. 마이크로 창업을 하든, 부업을 하든, 회사를 운영하든 기획자로서의 마인드는 필수입니다.

한국의 현실을 보면 이 말이 더 절실해집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으로 2025년 4월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약 561만 명입니다. 전체 취업자의 19%입니다. OECD 평균 자영업 비율이 15%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문제는 생존율입니다. 2023년 기준 창업 후 5년 내 폐업 비율이 60%에 달합니다. 10곳 중 6곳이 사라집니다. 2024년 연간 창업 기업은 118만 2,905개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습니다(중소벤처기업부, 2025년 연간 창업기업동향). 경기 둔화, 고금리, 고물가, 저출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 숫자가 말해주는 건 분명합니다. 단순히 "뭔가를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상품이 돈을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이 판단을 먼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질문해보세요

자, 그렇다면 이제 스스로 질문해볼 차례입니다.

본인은 시장이 원하는 걸 파악하고 있나요? 내가 만든 상품이 돈을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이해하고 있나요? 나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 수 있는지, 돈을 받고 팔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

이 세 가지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획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WEF 보고서가 보여주듯, 2030년까지 직무에 필요한 핵심 역량의 39%가 바뀔 전망입니다. 지금 가진 기술이 5년 후에도 통할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획력은 기술이 바뀌어도 유효합니다.

기획자의 시대

저는 출판 기획자로 시작해서 지금은 더 넓은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배워보소서 채널에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돈이 되는 지식과 기획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채널입니다.

지금이 바로 기획자가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단순한 기술을 익히는 게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떤 시장에서 팔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갖춰야 할 진정한 경쟁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