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획자H입니다. 지난 1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AI 구독료 한 달 50만 원 정도가 자연스러운 지출이 됐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비쌌지만, 5명이 하던 일을 혼자서 하는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더 이상 비싸 보이지 않습니다. 멋진 웹사이트가 하루에 만들어지고, 보고서가 30분에 정리되고, 디자인 시안이 동시에 다섯 개씩 나옵니다. 50만 원은 정당화됩니다.

여기까지 와본 사람이라면 이제 다음 질문 앞에 서 있을 겁니다. 

"이 도구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사람마다 갈라집니다. 어느 길로 가느냐가 차이를 만듭니다.

세 종류의 사람이 나뉘기 시작합니다

AI라는 도구 앞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세 부류로 갈라진다고 봅니다.

수동태적 인간. AI 기술로 만들어진 편리한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챗GPT로 이메일을 다듬고,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만들고, 클로드로 보고서를 정리합니다. 도구가 제공하는 가치를 받아 씁니다. 거기서 멈춥니다. 이 자리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AI 시대의 출발점입니다. 다만 출발점이 종착점은 아닙니다.

능동태적 인간. AI를 써서 비용을 절약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사람입니다. 외주를 줄이고, 인력을 늘리지 않고도 같은 일을 처리합니다. 시간을 아끼고, 인건비를 아끼고, 그 절약분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납니다. 이 자리가 지금 한국의 1인 사업자, 작은 팀, 중소기업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위치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가장 쉬운 길이기도 합니다.

초능동태적 인간. AI를 써서 새로운 수익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비용 절약을 넘어서, AI가 가능하게 한 새 서비스, 새 제품, 새 시장을 만듭니다. 이 사람을 한 단어로 부르면 창업가entrepreneur​입니다. 이 자리는 가장 어렵습니다. 그리고 가장 보상이 큽니다.

비용 절약은 쉽고, 수익 창출은 어렵습니다

왜 능동태적 인간은 많은데 초능동태적 인간은 드물까요. 두 길의 난이도 차이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용 절약의 길은 명확합니다. 지금 외주를 주는 일이 무엇인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무엇인지, 인력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가 이미 보입니다. AI 도구를 그 자리에 끼워 넣으면 됩니다. 결과가 즉시 측정됩니다. 한 달 50만 원 쓰고 외주비 200만 원을 줄였다면, 150만 원이 명확한 이익입니다.

반면에 수익 창출의 길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을 팔아야 하는가부터 막힙니다. 시장 조사를 해 보면 비슷한 게 이미 있습니다. 새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내가 AI로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거라면, 다른 사람도 똑같이 만들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생각의 순환에 빠지면 실행 자체가 멈춥니다.

여기에 또 다른 함정이 있습니다. 비용 절약은 즉각적인 보상을 줍니다. 한 달 단위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옵니다. 수익 창출은 그렇지 않습니다. 6개월을 매달려도 매출이 0일 수 있고, 그 6개월의 불확실성을 견디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명확하게 갈라져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쉬운 길을 선택합니다. 그게 합리적이기도 합니다.

금도끼를 받은 나무꾼의 세 가지 선택

이 상황을 우화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어느 날 모든 나무꾼에게 금도끼가 하나씩 주어졌습니다. 이 도끼는 쇠도끼보다 다섯 배 빠르게 나무를 벱니다. 도끼 자루도 가볍습니다. 한 달에 50만 원을 내면 계속 쓸 수 있습니다.

나무꾼 앞에 세 가지 선택지가 놓입니다.

첫 번째 선택. 금도끼로 그냥 나무를 팹니다. 예전에 하루에 50그루를 베던 사람이 이제 250그루를 벱니다. 수입은 그대로지만, 일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또는 일하는 시간은 그대로 두고 수입을 다섯 배로 늘립니다.

이게 수동태적 선택입니다. 도구가 주는 효율을 그대로 받아 씁니다. 합리적이고, 즉각적이고, 안전합니다. 다만 이게 통하는 동안은 짧습니다. 모든 나무꾼에게 금도끼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1년 후에는 모두가 250그루씩 베고 있고, 결국 나무 가격이 25%로 떨어집니다.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셈입니다.

두 번째 선택. 금도끼로 더 효율적으로 일할 방법을 찾습니다. 나무 베는 위치를 더 좋은 곳으로 옮기고, 베어낸 나무를 나르는 시스템을 만들고, 동료들을 모아서 분업합니다. 자기가 받은 금도끼 하나로 시스템 전체를 다시 짭니다.

이게 능동태적 선택입니다. 같은 도구로 더 많은 가치를 뽑아냅니다. 비용 절약과 생산성 극대화의 길입니다. 첫 번째 선택보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간 자리입니다.

세 번째 선택. 금도끼를 다르게 봅니다. "이 도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 자기는 더 이상 나무꾼이 아니라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다른 나무꾼들에게 도끼 자루를 만들어 팝니다. 나무 시장을 분석해 어디로 팔아야 가장 비싼지 정보를 정리해 판매합니다. 나무꾼들이 베어낸 나무를 모아 가구 공장에 도매로 넘기는 중개업을 시작합니다.

이게 초능동태적 선택, 창업가의 길입니다. 도구를 가지고 일을 더 잘하는 게 아니라, 도구가 가능하게 한 새로운 사업을 만듭니다.

누가 어느 자리에 머무는가

세 가지 선택 중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각 자리의 의미와 결과가 다릅니다.

수동태적 자리는 곧 표준이 됩니다. AI를 안 쓰는 사람이 드물어집니다. 그 자리에서는 차별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쓰니까요. 1년 후, 2년 후 이 자리는 "AI 안 쓰면 뒤처지는 자리"가 됩니다. 그 이상은 아닙니다.

능동태적 자리는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듭니다. 같은 AI를 쓰더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워크플로를 잘 설계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벌어집니다. 인건비를 줄이고 마진을 높이는 작은 회사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비용은 0 이하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어느 시점부터는 절약이 둔화되고, 매출 정체로 이어집니다.

초능동태적 자리는 새로운 매출원을 만듭니다. 이 자리는 비용의 한계와 무관합니다. 새 시장을 만들고, 새 고객을 발견하고, AI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서비스를 출시합니다. 위험도 크지만,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다른 두 자리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세 자리는 위계가 아닙니다. 각자 다른 사람에게 맞는 자리입니다. 다만 자기가 어느 자리에 머물고 싶은지를 의식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흘러가는 대로 두면 대부분 수동태에 머뭅니다.

초능동태로 가지 못하는 이유

수익화로 가지 못하는 사람의 가장 흔한 핑계가 있습니다. 

"내가 만든 걸 다른 사람도 만들 수 있을 텐데."

이 생각이 무한히 반복되면 실행이 멈춥니다. 그리고 사실, 이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맞는 부분은 AI가 보편화된 시대에는 단순한 기능 복제가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만든 도구를 비슷하게 따라 만드는 비용이 극적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두가 모든 것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실제로 만든다는 것 사이의 격차가 여전히 큽니다. 시장에는 "왜 아무도 이걸 안 만들지?"라는 영역이 항상 있고, 그 영역의 대부분은 누군가 만들기 시작하는 순간 채워집니다.

진짜 차별화는 기능 자체가 아닙니다. 누구를 위해 만들었는지, 어떤 맥락에 끼워 넣었는지, 어떤 신뢰를 쌓았는지가 차별화의 자리입니다. 같은 AI 글쓰기 도구라도 1인 사업자를 위한 것과 출판 목적을 가진 도구는 다른 제품입니다. 같은 자동화 워크플로라도 미용실 사장님을 위한 것과 변호사를 위한 것은 다른 사업입니다.

복제가 쉬워진 시대에 차별화는 더 미세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 자리를 찾는 게 창업가의 일입니다.

초능동태로 가는 첫 걸음

수익화의 길로 가고 싶은 사람을 위한 현실적 출발점이 있습니다.

자기가 이미 AI로 풀고 있는 문제를 다시 봅니다. 자기가 매일 AI를 어디에 쓰고 있는지를 정리해 봅니다. 그중에 자기 말고도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이 있을 만한 자리가 있습니다. 자기가 해결한 방식을 다른 사람도 쓸 수 있게 다듬으면 그게 첫 제품입니다.

한 명의 고객부터 시작합니다. 거창한 사업 계획서를 짜지 않습니다. 자기 주변에 비슷한 문제를 가진 한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에게 직접 도움을 줍니다. 무료여도 됩니다. 그 한 명의 반응이 두 번째 고객을 만드는 단서가 됩니다.

비용 절약의 일부를 실험에 씁니다. AI로 절약한 시간과 돈을 전부 자기 호주머니에 넣지 않습니다. 그 일부를 새로운 시도에 투자합니다. 안 되는 실험을 빠르게 해 봐야, 되는 자리가 보입니다.

6개월 동안 한 가지 가설을 검증합니다. 동시에 여러 아이디어를 굴리지 않습니다. 하나의 가설, 하나의 고객군, 하나의 제품에 집중해서 6개월을 씁니다. 그 기간 안에 매출이 만들어지면 확장하고, 안 되면 다음 가설로 넘어갑니다.

실행이 사고를 이깁니다. "이게 팔릴까"를 계속 고민하는 사람보다, "일단 만들어서 한 명에게 보여주는" 사람이 답을 빨리 찾습니다. 머릿속의 시뮬레이션이 시장의 한 번의 반응을 못 이깁니다.

AI 시대의 도구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졌습니다. 클로드 구독, 챗GPT 구독, 미드저니 구독은 누구나 살 수 있습니다. 그 도구의 성능도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같은 도구를 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점점 더 벌어집니다. 도구의 차이가 아니라 도구를 들고 무엇을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수동태적 사용자가 되어 도구의 편리함을 누리는 것. 능동태적 사용자가 되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 초능동태적 사용자가 되어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것. 세 가지 모두 정당한 선택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어느 자리에 있을지를 자기가 결정하지 않으면, 시장이 결정합니다. 그리고 시장이 결정한 결과는 대부분 수동태입니다. 그게 가장 편한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금도끼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그냥 나무를 더 빨리 팰 것인가. 

그 도끼로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도끼와 무관한 사업을 시작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같은 도구를 쓰는 사람들의 앞으로의 위치를 결정합니다. AI가 모두의 손에 들렸다는 사실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그 출발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걸어갈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다음 한 걸음은 도구를 더 많이 사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어느 자리에 서고 싶은지를 정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