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더 버지(The Verge)의 닐레이 파텔이 매년 진행하는 구글 I/O 후속 인터뷰가 공개됐습니다. 다섯 번째 만남입니다. 인터뷰는 구글의 AI 전략, 조직 개편, AGI 전망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뤘는데, 그중 한 대화가 웹 생태계 전체에 가장 무겁게 남았습니다.
콘데 나스트(Condé Nast) CEO 로저 린치가 최근 한 발언이 인용됐습니다. 보그, 뉴요커, 와이어드를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최고경영자입니다. 그가 직원들에게 이렇게 지시했다고 합니다. "매년 우리의 검색 트래픽이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우리 팀에 말했습니다. 검색이 없다고 가정하라. 검색 트래픽이 0이라고 가정하고 사업을 계획하라."
이 발언을 들은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의 답이 이 인터뷰의 핵심입니다. 그는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구글 제로"라는 개념이 현실이 됐습니다
닐레이 파텔은 몇 년 전 '구글 제로(Google Zero)'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구글이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직접 답을 점점 더 많이 제공하면서, 외부 웹사이트로 보내는 트래픽이 결국 0에 수렴할 것이라는 개념입니다.
이전 인터뷰에서 피차이는 이 개념을 부드럽게 일축해왔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콘데 나스트 같은 거대 미디어 기업의 CEO가 공개적으로 "검색 트래픽 0을 가정한다"고 말하는 상황 앞에서, 피차이는 그 가정 자체를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피차이의 답은 이랬습니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소스에서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모든 콘텐츠 제공자가 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우리는 모바일에서 사람들이 이런 제품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음성으로 듣는 세상으로 시프트하고 있습니다."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분명합니다. 변화는 일어나고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거대 매체조차도.
에이전트가 행동까지 대신하는 세계
피차이가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은 검색이 단순히 정보를 찾는 도구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점입니다. 구글의 새 인텔리전트 검색창, Gemini Spark 에이전트 플랫폼, Antigravity 코딩 도구가 결국 하나로 수렴할 것이라는 게 그의 그림입니다.
여행을 계획하면, 이제 정보를 찾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직접 항공권을 예약합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면, AI가 맞춤 앱을 만들어 줍니다. 건강을 챙기면, 개인 데이터를 종합해 답을 내려줍니다.
이 변화 안에서 외부 웹사이트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좁아집니다. 검색이 답을 직접 만들고, 에이전트가 행동까지 대신하는 세계에서, 사용자가 외부 링크를 클릭할 이유가 점점 줄어듭니다.
피차이도 이 흐름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는 "낮은 품질의 클릭이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외부 페이지로 흘러간 사람들 중 의미 없이 튕겨 나오는 클릭은 줄어들고 있고, 그게 "자연스러운 진화"라는 것입니다.
이 표현이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외부 콘텐츠로 향하던 모든 트래픽을 구글이 정한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의 주인은 구글입니다.
"AGI의 발치에 있다"는 발언의 무게
인터뷰의 또 다른 핵심은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가 구글 I/O 키노트를 마무리한 발언입니다. "이 시기를 돌아볼 때, 우리가 특이점(singularity)의 발치에 서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피차이는 이 발언에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AGI 도달 시점에 대해 "3년이냐 5년이냐를 두고 의견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 기술은 빨리 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3년 안에 인간 수준의 인지 작업이 가능한 AI가 등장한다고 가정하면, 검색·콘텐츠·교육·미디어 전 영역의 경제 구조가 다시 짜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는 사회가 적응하기에는 너무 빠를 수 있습니다.
피차이 본인도 이 점을 인정합니다. "인간은 이렇게 많은 변화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사람들이 이 기술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고, 우리는 그 불안에 매우 민감해야 합니다."
CEO가 자기 회사 기술에 대해 "사회가 불안해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하는 건 흔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변화의 규모와 속도가 크다는 자기 진술이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는 AI를 싫어합니다"
이 인터뷰에서 닐레이 파텔이 가장 날카롭게 짚은 부분은 사용자 인식의 격차입니다. 그는 두 가지 데이터를 대비시켰습니다. 한쪽에는 구글이 발표하는 사용자 만족도 지표, 다른 한쪽에는 여론조사 데이터.
"젊은 사람들은 AI를 싫어합니다. 그건 가장 객관적인 수치로 나옵니다. 가서 물어보면, 그들은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 싫어한다고 답합니다. 전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는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야유를 받았습니다. 미국인 10명 중 7명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합니다."
피차이도 이 격차를 인정합니다. "이 기술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게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는 그 불안에 민감해야 합니다. 그건 사회 전체가 다뤄야 할 더 깊은 문제입니다."
이 대화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시장 변화가 아닙니다. 사용자 만족도 지표가 올라가는데 사회적 신뢰는 떨어지는 모순적 상황입니다. 구글이 측정하는 "사용자 행복"과 시민이 느끼는 "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옵트아웃은 가능한가
닐레이 파텔이 던진 가장 날카로운 질문 중 하나는 학습 데이터의 옵트아웃 문제였습니다. "콘텐츠 제공자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학습 데이터에서 빠지고, 동시에 검색에 노출되는 옵트아웃을 가질 수 있나요?"
피차이의 답은 모호했습니다. "법과 규제가 진화해야 할 것입니다. 법원도 참여해야 합니다. 저작권과 공정 이용 양쪽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구글이 사용한 표현이 인터뷰에서 인용됩니다. "프리 라이더(free rider) 차터." 콘텐츠 제공자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콘텐츠 권리자 측은 즉시 반박했습니다. "구글이 우리를 프리 라이더라 부르는 건 우스운 일입니다. 이게 진짜 공급망 경제학이라면, 그들은 우리에게 옵트아웃을 허용했을 겁니다."
이 충돌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구글은 콘텐츠 권리자에게 단순한 옵트아웃 권한을 주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AI 회사 전반이 같은 입장입니다. 학습 데이터를 자유롭게 쓰는 권한이 모델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진실의 기준을 정하는가
인터뷰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닐레이 파텔이 자기 휴대폰의 검색 결과를 피차이에게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베스트 크롬북"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AI 오버뷰가 한 답을 내놓고, 그 아래 Reddit이 다른 답을 내놓고, 뉴욕타임스가 또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같은 질문에 같은 도구에서 세 가지 다른 답이 나오는 상황. 피차이는 "그 검색어에 한해서는 너무 의견이 강하게 들어간 것 같다"고 인정했습니다.
이건 작은 사례지만 큰 함의를 갖습니다. 구글은 오랫동안 "객관적 진실의 공급원"으로 기능해왔습니다. 한국어로든 영어로든 같은 질문을 던지면 비슷한 답이 나왔고, 그 답이 사회의 공통 출발점이 됐습니다.
그 공통 출발점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AI가 답을 만들고, 그 답이 개인화되고,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피차이는 이걸 "객관적 질문과 주관적 질문의 연속체"라고 설명합니다. "미국의 수도는?"은 객관, "몬트리올 여행 어떻게 갈까?"는 주관. 둘 사이의 회색지대가 점점 넓어집니다.
회색지대가 넓어진다는 것은, 한 사람이 보는 답과 다른 사람이 보는 답이 점점 더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사회가 같은 정보를 출발점으로 공유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사업자가 지금 해야 할 일
이 인터뷰가 한국의 사업자, 마케터, 일반 사용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검색을 채널이 아니라 변수로 다뤄야 합니다. 마케팅, 광고, 유입 전략에서 검색 트래픽을 안정적인 자산으로 가정하던 시대가 끝납니다. 한 달에 얼마가 들어오던 키워드가 다음 달에 절반으로 줄 수 있고, 그 변화가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입니다. 검색 의존도를 분산시키는 작업이 사업의 우선순위가 됩니다.
직접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강해집니다. 구독, 멤버십, 커뮤니티, 앱처럼 검색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도달하는 채널을 가진 사업이 유리해집니다. 피차이도 인정한 것처럼, 구글이 최근 도입한 기능 중 "구독한 소스를 선호 소스로 표시하는 것"이 있습니다. 구독 모델이 구글 안에서도 유리하다는 신호입니다.
AI가 답하는 카테고리와 그렇지 않은 카테고리를 구분해야 합니다. "최저가 비교", "베스트 추천", "어디서 살까" 같은 거래 의도 검색은 AI가 직접 답합니다. 외부 사이트가 끼어들 자리가 점점 줄어듭니다. 반대로 깊이 있는 분석, 개인적 경험, 검증된 전문성처럼 AI가 흉내내기 어려운 영역은 여전히 외부 콘텐츠가 작동합니다. 어느 카테고리에서 활동하느냐가 사업의 명운을 결정합니다.
한국 시장의 시간차를 활용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변화가 한국에 도달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있습니다. 미국 사업자들이 지금 겪는 충격을 보고, 한국 사업자들이 그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다음 5년의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일반 사용자도 정보 소비 습관을 점검해야 합니다. AI가 만든 답을 받아들이는 게 익숙해지면, 그 답의 출처와 근거를 묻는 습관이 약해집니다.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 그 답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의심하는 습관이 필요해집니다.
이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한 줄을 골라야 한다면 콘데 나스트 CEO의 발언입니다. "검색이 없다고 가정하라."
이 가정 위에서 사업을 다시 짜는 곳과, 검색 트래픽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곳 사이에 격차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격차는 한 번 벌어지면 좁히기 어렵습니다.
구글의 CEO가 인터뷰에서 그 가정을 반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신호입니다. 검색 트래픽이 줄어드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이고, 가장 안에 있는 사람조차 그 흐름을 부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검색 트래픽 0이라는 가정. 한국의 사업자도 지금 이 가정 위에서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 시작이 빠를수록 적응할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곧 격차가 됩니다.
검색이 정보를 매개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다음 시대에 어떤 자리에 서 있을지를 정하는 일은, 외부에서 결정해주지 않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 모두가 직접 답해야 하는 질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