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타워(Sensor Tower)의 2025년 분석 보고서에는 두 숫자가 나란히 실려 있습니다. 56개 시장 기준 전체 웹 방문 수는 전년 대비 1.8% 감소해 약 8조 건을 기록했습니다. 웹 사용 시간도 5% 줄어 1조6000억 시간에 그쳤습니다. 같은 해 AI 어시스턴트 카테고리의 방문 수는 86% 급증했습니다. 두 수치가 같은 시장에서, 같은 기간에,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 대비는 단순한 트렌드 수치 이상의 신호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정보를 얻으러 가는 첫 번째 목적지가 이동하고 있다는 흔적입니다. 검색창이 아닌 AI 인터페이스로 먼저 이동하는 사람이 늘면서, 웹 전체의 트래픽 흐름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사람이라면, 이 숫자가 내 글이 읽히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번 따져볼 만합니다.

검색창이 30년간 해온 일

수십 년간 웹 트래픽의 작동 방식은 일정했습니다. 사람들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검색창에 단어를 넣었고, 결과 링크를 클릭해 웹페이지로 이동했습니다. 이 흐름이 광고 수익을 만들었고, 콘텐츠 생산자에게 노출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검색 상위에 오르면 방문자가 왔고, 방문자 수가 콘텐츠 가치를 증명하는 숫자가 됐습니다. 20년 넘게 유효했던 논리입니다.

이 구조를 기반으로 콘텐츠 생태계 전체가 구축됐습니다. 검색 엔진 최적화(SEO)라는 전문 분야가 생겼고, 키워드 전략, 백링크 구축, 메타 태그 최적화가 콘텐츠 마케팅의 기본 교과서가 됐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1인 사업자와 콘텐츠 디렉터가 이 방법론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쏟아왔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주기적으로 발행하고, 유튜브 자막을 꼼꼼히 달고, 롱테일 키워드를 분석하는 작업이 콘텐츠 유통의 정석이었습니다.

센서타워의 데이터는 이 구조에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줍니다. 전체 웹 사용 시간이 5% 줄었다는 건 특정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소비 방식 전반에 걸친 변화의 신호입니다. ChatGPT, Claude, Perplexity 같은 AI 인터페이스가 검색창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페이지를 열어 정보를 조합하는 대신, AI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고 정리된 답을 받는 방식입니다. 방문 감소 뒤에는 정보 탐색 자체의 이동이 있습니다. AI 어시스턴트로 먼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늘면서, 검색→웹페이지 방문이라는 기존 흐름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AI는 읽되, 방문자를 보내지 않는다

여기서 콘텐츠 생산자에게 불편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AI가 내 콘텐츠를 읽는다면, 그 읽힘이 나에게 어떤 형태로 돌아오는가.

검색 엔진은 링크를 클릭하게 만들었습니다. 상단에 오르면 방문자가 왔고, 그 숫자가 노력의 대가였습니다. AI 인터페이스는 다르게 작동합니다. AI는 출처 페이지의 내용을 읽어 요약하거나 재구성해 답변을 생성합니다. 사용자는 원본 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를 얻습니다. AI가 콘텐츠를 소비하되, 방문자 숫자를 만들어 주지는 않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일부 콘텐츠 퍼블리셔들은 AI 서비스의 확산 이후 유기적 검색 트래픽이 크게 줄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 낙관적인 해석도 있습니다. AI가 답변에 출처를 인용한다면 오히려 노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Perplexity처럼 출처를 명시하는 AI 서비스에서 출처 링크를 통한 유입이 늘었다는 보고도 실제로 나옵니다. AI에게 믿을 만한 자료로 인식된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에게 간접적으로 도달한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전문성이 높고 특정 분야에서 꾸준히 글을 쌓아온 개인 브랜드나 매체의 경우, AI 인용을 통한 신뢰도 상승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낙관론에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AI가 당신의 콘텐츠를 참조할 만한 출처로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문제는 AI가 어떤 콘텐츠를 참조할지 결정하는 기준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이 불투명성이 검색 시대보다 훨씬 위험한 새로운 종류의 비가시성이라고 봅니다. 학습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은 콘텐츠, AI가 근거가 약하다고 판단한 콘텐츠는 답변 생성 과정에서 처음부터 없는 것처럼 처리됩니다. 검색 결과 10페이지에 묻히는 것과는 종류가 다릅니다. 검색에서는 10페이지까지 존재는 했습니다. AI에게 무시된 콘텐츠는 그 이전 단계에서 탈락하며, 콘텐츠 생산자가 이 선별 기준을 파악하거나 통제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AI 기업들이 참조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 불투명성을 더욱 짙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어느 시대에나 유효한 정보 유통 방식이 달라졌을 때, 그 논리를 먼저 이해한 쪽이 먼저 적응했습니다. 이 패턴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검색이 신문과 TV 광고 중심의 미디어 패러다임을 바꿨을 때도, 소셜 미디어가 검색 중심의 트래픽 구조를 흔들었을 때도, 가장 빨리 움직인 쪽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습니다.

내 콘텐츠는 AI에게 읽히고 있습니까

한국의 1인 사업자, 콘텐츠 디렉터, 솔로 PM에게 이 변화가 실무 수준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로 이야기를 좁혀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확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당장 ChatGPT나 Claude에 내 브랜드 이름, 내 분야의 핵심 키워드를 입력해 보는 겁니다. AI가 생성하는 답변에 내 콘텐츠가 참고 자료로 활용되는지, 내 관점이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아직 해본 적 없다면, 결과를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몇 년간 쌓아온 콘텐츠가 AI에게 전혀 인식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예상 밖의 키워드에서 인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은 콘텐츠 구조를 점검하는 일입니다. AI는 구조가 명확한 텍스트를 더 잘 처리합니다. 개념 정의를 명확히 하는 문장, 출처가 확인되는 숫자, 맥락이 자기완결적인 단락이 AI 답변에 인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 검색 최적화와 방향이 완전히 다르지는 않지만, 강조점은 달라집니다. 키워드 밀도보다 내용의 명확성과 출처 신뢰도가 앞서는 방향입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완결된 정보를 담고 있는 글이 AI에게 참조하기 쉬운 자료가 됩니다. 모호한 수사보다 구체적인 사실과 숫자가 앞서는 글쓰기 방식이 AI 시대의 유통에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포맷의 다양화도 고려할 만합니다. AI는 텍스트를 주로 처리합니다. 영상, 팟캐스트, 이미지처럼 비텍스트 형식의 콘텐츠는 AI에게 직접 읽히기 어렵습니다. 영상 콘텐츠를 주로 만드는 경우라면, 그 내용을 텍스트로도 출판하는 병행 전략이 AI 가시성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방법이 됩니다. 팟캐스트 스크립트, 영상 요약문, 인터뷰 전사본을 별도로 웹에 올리는 것이 이제 단순한 검색 노출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텍스트로 기록되지 않은 지식은 AI가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순한 사실이, 콘텐츠 포맷 결정에 새로운 기준 하나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관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AI는 특정 분야에서 충분한 분량의 텍스트를 꾸준히 발행해 온 출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 주제를 산발적으로 다루는 것보다, 좁은 영역에서 깊게 누적해 온 콘텐츠가 참조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폭넓게 다루되 어느 분야에서도 깊이가 없는 콘텐츠는 검색 시대에도 중간에 묻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AI 시대에는 이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웹 방문이 줄었다는 수치에 위기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가 동등하게 타격을 받는 건 아닙니다. 검색 시대에도 검색 로직을 이해한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 사이에는 노출 격차가 있었습니다. AI 시대에도 같은 종류의 간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기준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전체 웹 방문이 줄어드는 동안, 당신의 글이 AI에게 참조 가능한 자료로 처리되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볼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