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4는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 트로피를 가져갔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제작비 1,400만 달러로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6,900만 달러를 올렸고, 제작 방식부터 홍보 전략까지 독립 스튜디오의 기준을 다시 썼습니다. A24가 매년 선택하는 프로젝트 수는 많아야 10편 안팎입니다. 수천 편의 시나리오 중 어떤 것을 골라 어떤 감독에게 맡기는가, 그 일관된 심미 판단이 스튜디오의 브랜드였습니다. 구글 딥마인드가 이 스튜디오에 7,500만 달러를 투자해 AI 영화 제작 도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업계가 주목한 것은 금액보다 A24라는 이름이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AI와 거리를 두는 쪽에 속할 것으로 여겨졌던 스튜디오가 파트너십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계약을 창작 산업에서 어떻게 읽을지는, A24가 제공하는 것이 단순 훈련 데이터인지의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딥마인드가 이 거래에서 원한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면, 계약의 성격이 달리 읽힙니다.
딥마인드가 원한 것은 편집 감각이었습니다
TechCrunch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AI 기반 영화 제작 도구를 공동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딥마인드는 기술 역량을, A24는 제작 파이프라인과 심미적 판단 기준을 제공합니다. 투자금 7,500만 달러는 그 도구 개발에 쓰입니다.
기술 기업이 콘텐츠 업체에 자금을 대는 구도는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나 딥마인드의 이번 계약은 넷플릭스가 스튜디오에 투자하거나 아마존이 MGM을 인수한 것과 목적이 다릅니다. 유통 경로나 IP 자산 확보를 위한 계약이었다면 제작사 인수나 콘텐츠 라이선싱으로 충분했을 것입니다. 딥마인드가 선택한 것은 공동 도구 개발, 즉 A24의 제작 현장과 판단 과정에 직접 접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AI 영화 생성 도구는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미적 판단이라는 병목에 부딪힙니다. Sora나 Runway 같은 도구들은 텍스트 입력만으로 수초 분량의 영상 클립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어떤 장면이 영화적으로 살아있는지, 어떤 편집 리듬이 감정 곡선을 만드는지, 어떤 대사가 캐릭터를 세우는지를 AI 모델 스스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A24가 20년 동안 독립 영화 생태계에서 쌓아온 것은 그 판단 기준입니다. 어떤 감독에게 어떤 프로젝트를 맡길지, 어떤 시나리오가 극장에서 관객을 붙잡을지에 대한 판단이 수백 번 누적된 조직적 감각입니다. 영화 한 편의 러닝타임 동안 편집자가 내리는 결정의 수는 수천 개에 달합니다. 그 결정 패턴이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피드백 신호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딥마인드는 영화 자체보다 어떤 영화가 살아남는지를 판별하는 기준에 투자했습니다.
"A24의 독립성이 흔들린다"는 우려는 가볍지 않습니다
이 계약을 긍정적으로만 읽을 수는 없습니다. A24의 경쟁력이 어디서 왔는지를 짚어보면, 딥마인드와의 계약이 그 경쟁력에 얼마나 가까운 자리에 닿는지가 보입니다.
A24는 대형 배급사나 스트리밍 플랫폼의 자금 대신 심미적 자율성을 선택한 스튜디오입니다. 「미드소마」나 「엑스마키나」처럼 시장성보다 작가적 완성도를 우선한 작품들이 A24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았습니다. 이 스튜디오가 '이 프로젝트를 한다'고 결정할 때, 그 결정에 외부 자금 제공자의 필요가 끼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딥마인드의 7,500만 달러가 들어오면 제작 결정의 독립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 장면이 AI 훈련 데이터로 유효한가"라는 판단이 "이 장면이 영화적으로 필요한가"라는 판단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자금 제공자의 필요가 콘텐츠 제작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창작 파트너십에서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저작권과 크리에이터 권익 측면에서도 문제 소지가 있습니다. 2023년 미국 작가조합(WGA) 파업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AI 도구 활용과 관련된 계약 조항이었습니다. 작가들이 쓴 대본이 동의 없이 AI 모델 훈련에 쓰이는 것,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인간 작가가 다듬는 형태의 계약이 강제되는 것에 반발했습니다. A24와 딥마인드의 계약이 어떤 조건으로 작가와 감독의 창작 판단을 데이터화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영화 비평 커뮤니티에서는 이 계약이 A24의 큐레이션 원칙을 장기적으로 희석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불투명성 자체가 우려의 실질적 근거입니다.
취향이 데이터가 되는 세계에서 콘텐츠 디렉터가 살펴볼 것
한국 1인 사업자나 콘텐츠 디렉터 입장에서 이 계약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AI가 창작 분야에서 넘어서고 있는 선이 어디인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 편집 보조, 대본 초안 생성, 이미지 생성은 이미 현장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딥마인드-A24 계약은 그 다음 층위의 신호입니다. AI가 단순 생산 보조를 넘어 어떤 것이 좋은 콘텐츠인지를 판별하는 기능까지 개발하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유튜브 영상의 썸네일 클릭률 예측, 뉴스레터 제목의 오픈율 예측 등에서 AI 판별 기능이 쓰이고 있습니다. 딥마인드-A24 프로젝트는 그것을 영화라는 훨씬 복잡하고 장기적인 콘텐츠 형식에 적용하려는 시도입니다.
취향 데이터의 소유 구조가 달라지는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리에이터의 편집 감각과 취향 판단은 지금까지 개인의 암묵지였습니다. 스튜디오가 그것을 AI 훈련 데이터로 변환하는 계약을 맺기 시작하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자신이 사용하는 AI 도구의 데이터 이용 조항을 들여다볼 필요가 생깁니다. 어도비 Firefly, Canva의 AI 기능, 영상 편집 도구들이 모두 해당됩니다. 많은 생성형 AI 서비스가 사용자의 업로드 파일과 편집 판단 내역을 모델 개선에 활용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이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다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판단 기준을 언어화해두는 것도 실용적인 준비입니다. "왜 이 장면을 쓰는가", "왜 이 방향이 독자에게 맞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면, AI 도구가 생성한 결과물과 자신의 작업 사이에서 무엇이 나은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을 언어화하면 실용적 차이가 생깁니다. 자신의 기준을 명시화해놓을수록 AI 도구를 지시하는 프롬프트의 구체성이 높아지고, 결과물의 질이 달라집니다. A24의 감독들이 자신의 영화 언어를 설명하는 방식이 모델 훈련에 유의미한 신호가 될 수 있듯이, 개인 크리에이터의 취향 언어도 AI 도구 사용의 품질을 결정하는 변수입니다.
AI 도구가 콘텐츠 제작 비용 구조를 바꾸는 속도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딥마인드 규모의 기관이 투자하는 영화 제작 도구는 3~5년 내 상업적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한국 1인 크리에이터가 영상 한 편을 만드는 데 쓰는 후반 작업, 자막 번역, 배경 음악 라이선싱 비용은 해당 도구들이 낮추려는 영역입니다. 이것이 기회인지 위협인지는 크리에이터가 무엇을 경쟁력으로 갖고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비용 효율을 경쟁력으로 삼은 크리에이터에게는 위협이고, 취향과 판단을 경쟁력으로 삼은 크리에이터에게는 생산 도구가 저렴해지는 기회입니다.
흥미로운 역설이 있습니다. AI 도구가 생산 효율을 높일수록, 결과물 간 차별화는 어떤 것이 좋은지를 아는 사람에게서 납니다. 한 시간에 천 개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면, 경쟁력은 그중 열 개를 고르는 감각에서 생깁니다. 미래 직업 환경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방향이기도 합니다. AI가 반복적인 생산을 가져가면 갈수록, 인간의 판단력과 취향이 더 좁고 더 뚜렷한 경쟁 지점이 됩니다.
딥마인드가 A24를 선택한 것은, 영화를 만드는 기술보다 어떤 영화가 살아있는지를 판별하는 능력에 투자한 것입니다. 스튜디오들이 그 판별 능력을 AI에 넘기기 시작하는 지금, 개인 크리에이터에게 남은 경쟁 지점은 그 판별력을 내부에 쌓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