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영화를 구입한 이용자들이 자신의 라이브러리에서 551편의 영화가 지워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영화 제작사 스튜디오카날(StudioCanal)이 소니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이미 돈을 낸 이용자들에게 사전 공지는 없었습니다. 환불 절차도 안내되지 않았고, 소니는 초기에 침묵했습니다. 이용자들이 집단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제한적인 대응이 나왔는데, 그것도 대체 스트리밍 서비스 크레딧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영화 551편을 잃은 이용자들의 분노는 크레딧 한 장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구매' 버튼이 보여주지 않는 것
디지털 콘텐츠를 살 때 우리는 습관적으로 "샀다"고 말합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는 "Buy(구매)" 버튼을 씁니다. 장바구니에 담고, 신용카드를 입력하고, 영수증 이메일을 받습니다. 이 경험의 어느 지점도 "이것은 콘텐츠 소유권이 아니라 라이선스 취득"이라는 신호를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약관 어딘가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귀하는 해당 콘텐츠에 대한 라이선스를 구입하는 것이며, 소유권은 이전되지 않습니다." 스튜디오카날과 소니 사이의 계약이 종료되자, 그 라이선스는 유효기간이 끝났습니다. 영화는 사라졌고, 법적으로 소니는 약관대로 행동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입법 대응이 시작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 1월부터 디지털 상품이 라이선스임을 소비자에게 명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시행했습니다. 업계 관행이 오랫동안 소비자를 오도해 왔다는 것을 사후 입법이 보여줍니다.
소니만의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
이 사건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다른 입장도 나왔습니다. 스튜디오카날이 소니와의 계약을 해지한 것은 소니가 통제할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의 콘텐츠 유통 구조는 제작사·배급사·플랫폼 간 다층 계약으로 얽혀 있고, 어느 한 링크가 끊기면 플랫폼도 피해자가 됩니다.
"약관을 읽지 않은 소비자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해커 뉴스(Hacker News) 커뮤니티 일부에서는 소니의 약관이 이런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성인 소비자가 디지털 구매의 성격을 인지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 비판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Buy" 버튼을 전면에 내세우는 인터페이스와 라이선스 해지 가능성을 약관 깊이 묻어두는 방식은, 소비자 경험과 법적 책임을 분리 설계한 결과입니다. 만약 버튼에 "License"라고 썼다면 전환율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업계는 그 데이터를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편의와 책임을 동시에 가져가는 설계가 이번 사건의 밑바닥에 있습니다.
플랫폼 위에서 사업하는 사람이 따져야 할 것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고,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 연결하는 1인 사업자라면 이 사건을 소비자 피해 기사로만 읽기 어렵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와 구조적으로 같은 위치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서브스택, 노션, 아임웹 같은 플랫폼에 콘텐츠와 고객 데이터를 올려두는 사업자는 플랫폼이 정책을 바꾸거나, 알고리즘을 수정하거나, 서비스를 종료하는 순간 그 자산을 통제할 수단이 없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경 한 번에 유입이 60~70% 떨어진 미디어 회사들이 그것을 비싸게 배웠습니다.
경영 전략에서 이것은 '공급자 의존도(supplier dependency)' 문제로 오래전부터 다루어 왔습니다. 핵심 자산을 외부 플랫폼에 종속시킬수록 협상력이 줄어들고 취약성이 커집니다. 규모를 막론하고, 핵심 역량과 핵심 데이터를 자체 인프라에 두는 전략이 장기 생존력을 높입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로 만든 파일은 구독을 해지하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정 플랫폼 안에만 보관된 뉴스레터 구독자 리스트는 그 플랫폼이 정책을 바꾸는 날 함께 위태로워집니다.
운영 관점에서 따져볼 것이 있습니다. 현재 구독 중인 도구 중 '구매'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입니다.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고객 데이터나 콘텐츠 원본을 외부로 내보낼 수 있는지, 내보내기 조건은 무엇인지입니다. 플랫폼의 서비스 약관에서 "플랫폼은 사전 통보 없이 콘텐츠를 제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어디에 있는지입니다. 이 질문들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과 사후에 확인하는 것 사이의 비용 차이는 상당합니다.
저는 이것을 플랫폼 불신의 문제로 읽지 않습니다. 어떤 플랫폼도 영속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운영 전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플랫폼에 맡겨둔 것이 소유인지 대여인지를 구별하고, 대여라면 복사본을 두는 것이 관리 가능한 리스크와 관리 불가능한 리스크를 나누는 기준이 됩니다.
플랫폼에 돈을 내는 것과 자산을 소유하는 것은 다릅니다. 소니 이용자들이 잃은 551편의 영화는 플랫폼과 제작사 사이의 계약이 살아 있는 동안에만 유효했던 접근 권한이었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자신의 핵심 자산 목록을 한 번씩 꺼내어, 그것이 진짜 내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계약에 달려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운영의 기본 점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