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구글 I/O에서 이틀 동안 100여 개의 AI 기능이 발표됐습니다. 행사를 취재한 기자들 상당수도 모든 내용을 따라가지 못했고, 테크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I/O 스파게티"라는 표현이 돌았습니다. 기능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어 무엇이 중심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였습니다.

이 현상은 구글만의 일이 아닙니다. 같은 주에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메타가 각자 새 AI 기능을 공개했고, 경쟁이 가속되면서 AI 도구를 도입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생겼습니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새 기능이 나오는 속도와 그것을 실무에 녹일 수 있는 속도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습니다. 기능이 늘어날수록 선택의 부담도 커집니다. 구글 I/O는 그것을 가장 큰 규모로 드러낸 무대였습니다.

구글이 이번에 한 일

2026년 I/O에서 구글은 새 제품보다 기존 서비스 전반에 AI를 삽입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검색 첫 화면에 AI 개요가 기본으로 배치됐습니다. 질문을 입력하면 링크 목록 대신 요약된 답변이 먼저 나옵니다. Gmail에는 이메일 초안 제안과 수신 메일 자동 분류가 추가됐습니다. 구글 포토는 사진의 배경과 상황을 분석해 설명 문구를 자동으로 붙입니다. 크롬은 현재 열려 있는 탭들의 내용을 묶어 요약하고, 구글 맵은 경로 안내가 대화형 질문 응답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유튜브는 영상 요약과 댓글 응답에 AI가 연결됐습니다.

개발자를 위한 기능도 있었습니다. 코딩 에이전트 Jules는 깃허브 저장소에 연결해 버그를 자동으로 찾고 수정을 제안합니다. 영상 생성 모델 Veo 3는 짧은 설명 문장만으로 고화질 영상 클립을 만들어냅니다. 노트북LM은 여러 문서를 동시에 분석해 특정 내용을 빠르게 찾는 기능이 확장됐습니다.

구글 딥마인드는 "세계 모델(World Models)" 연구 방향도 공개했습니다. AI가 물리 세계의 인과관계와 공간 구조를 시뮬레이션하듯 이해하는 기술입니다. 로봇공학, 의료 진단, 기후 예측 같은 분야와 연결되는 장기 방향이지만, 어느 제품에 언제 들어올지는 발표 단계에서 불명확했습니다.

이 전략에는 논리가 있습니다. 별도 앱을 만들면 사용자가 새로 배워야 합니다. 이미 매일 쓰는 도구에 AI가 들어오면 학습 부담 없이 채택률이 높아집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파일럿을 워드와 엑셀 안에 집어넣은 방식과 같습니다. AI가 많이 쓰일수록 사용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가 다음 모델 학습에 쓰입니다. 플랫폼 기업에게 이 순환은 오래 유지될수록 경쟁 우위가 됩니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비판도 따라붙습니다

이 발표에 회의적인 시각도 분명 존재합니다.

AI를 모든 기능에 삽입하면 각 기능의 완성도가 고르지 않아집니다. 사용자는 어떤 것이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 직접 써보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기능이 100여 개라면 그중 쓸 만한 것을 찾는 데 드는 시간이 별도로 발생합니다. 한 기능이 기대와 다르게 작동할 때 사용자가 느끼는 실망은 그 기능 하나에 그치지 않고 관련 서비스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기도 합니다.

딥마인드 내부의 긴장도 간간이 보고됩니다. 딥마인드는 원래 AI 안전 연구와 장기 정렬 문제에 집중하던 독립 조직이었습니다. 구글에 통합된 뒤로 상업적 제품 개발에도 기여해야 하는 구조가 됐고, 안전 연구와 매출 기여 사이에서 실질적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외부에서는 명확히 보이지 않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상업 압박이 장기 안전 연구를 밀어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세계 모델 기술을 빠르게 제품화하려는 움직임과 신중한 안전 검증 사이에서 어떤 속도를 택하느냐가 앞으로의 쟁점이 될 것입니다.

덧붙여, AI를 모든 곳에 넣는 것은 플랫폼의 경쟁 전략입니다. 모든 AI를 다 써보는 것은 실무자의 시간 배분 방식이 됩니다. 플랫폼의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해서 실무자에게 같은 전략이 맞는 것은 아닙니다. 이 차이를 의식하지 않으면 플랫폼의 출시 일정에 실무자의 업무 주기가 맞춰지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한국 1인 사업자에게 이번 발표가 남기는 것

구글 I/O에서 발표된 기능 중 지금 당장 실무에 쓸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Gmail의 초안 제안 기능은 반복적인 이메일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동일 거래처나 협력사와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을 자주 주고받는다면, AI가 생성한 초안을 수정하는 방식이 처음부터 작성하는 것보다 빠릅니다. 노트북LM의 확장된 기능은 긴 계약서, 제안서, 시장 조사 보고서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씁니다. 문서 전체를 읽지 않고도 특정 조항이나 핵심 수치를 빠르게 찾습니다. 구글 Docs와 연동된 메모 정리는 회의 후 내용을 구조화하는 시간을 줄입니다.

반면 세계 모델 연구, 홀로그래픽 화상회의인 구글 빔, 복잡한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2026년 현재 1인 사업자가 실제로 도입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이번 발표의 절반가량은 앞으로 1~2년 뒤의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성격이었습니다.

문제는 발표 직후 모든 것을 당장 써봐야 한다는 압박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SNS 피드가 새 기능 소개로 가득 차고, 유튜브에는 I/O 정리 영상이 수십 개 올라옵니다. 이 소음에 반응해 새 도구 탐색에 에너지를 쏟으면 기존에 잘 되던 업무의 속도가 떨어집니다. AI 출시 소식이 업무 루틴을 방해하는 패턴은 이제 분기마다 반복됩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됐을 때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습니다. 앱이 수십만 개 쏟아지자 사람들은 다 써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산성이 실제로 올라간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쓰는 앱은 오히려 더 적었습니다. 5개를 쓰는 사람보다 2개를 깊이 쓰는 사람이 더 빠르게 일했습니다. 스마트 기술이 빠르게 교체되는 환경에서 살아남은 실무자들의 공통점은 새 기술을 가장 먼저 쓴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업무 흐름에서 병목이 어디인지 알고 그 지점에 맞는 도구만 고른 사람들이었습니다.

I/O 발표 이후 실무자의 판단

구글 I/O 이후 실무에서 바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AI 도구 목록을 적어보십시오. 그 중에서 지난 2주 동안 실제로 열어본 것과 열지 않은 것을 나눠보십시오. 열지 않은 도구는 지금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없어도 일이 됐다는 뜻입니다.

매주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반복 작업 하나를 골라보십시오. 이메일 정리든, 자료 리서치든, 보고서 초안 작성이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 하나를 AI로 처리하는 방법을 찾는 데 3일만 써보십시오. 구글 I/O 관련 기사를 전부 읽는 시간보다 짧습니다. 효과가 있다면 그 도구는 실무에 남습니다. 효과가 없다면 발표된 100여 개 기능 중 이 하나는 내 업무 방식에 맞지 않는다는 정보를 얻은 것입니다.

구글이 딥마인드의 세계 모델 연구를 어떤 제품에 어떻게 녹일지, 딥마인드가 안전 연구와 상업 목표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을지는 앞으로의 발표에서 더 분명해질 것입니다. 지금은 그 질문보다 내 업무에서 AI가 어디에 맞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구글이 100여 개를 내놓은 날 실무자가 고를 것은 그중 2~3개이고, I/O 발표를 전부 따라가는 사람보다 지금 쓰는 도구 하나를 더 잘 쓰는 사람이 6개월 뒤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