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애플 앱스토어가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많이 인용된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개발자 누구나 전 세계 수억 명의 손안에 소프트웨어를 올릴 수 있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혁명의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한 것은 앱이 아니라 플랫폼이었습니다. 모든 유료 거래의 30%를 가져가는 수수료는,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신문 1면을 채우던 시기에 조용히 확정됐습니다. 개발자들이 올라탄 뒤에야 그 구조가 실감됐습니다.
모바일에서만 반복된 패턴이 아닙니다. 이커머스, 스트리밍, 플랫폼 경제에서도 같은 구도가 있었고, 지금 AI에서 다시 있습니다. 산업이 전환될 때마다 두 시장이 동시에 열립니다. 공식 명분—누가 이 기술로 무엇을 바꿀 것인가—이 거래되는 시장과, 그 기술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접근권이 굳어지는 시장입니다. 두 시장은 같은 기간에 열리지만, 다른 것을 거래하고 다른 사람이 이깁니다.
두 시장이 각각 거래하는 것
공식 명분의 시장에서 오가는 것은 가능성입니다. "이 기술이 산업을 바꾼다"는 명제가 기자회견장을 채우고, 투자자 발표 자료를 장식하고, 채용 공고를 늘립니다. 이 시장에서 유리한 조건은 설득력입니다. 더 극적으로 말하는 쪽이 주목을 끌고, 주목은 초기 단계에서 실제 자원—인재, 자본, 파트너십—을 불러옵니다.
자원 접근권의 시장에서 오가는 것은 공급 제약입니다. AI를 예로 들면, GPU 할당량, 전력 공급 계약, HBM 메모리 공급망이 그것입니다. 2025년 들어 엔비디아 분기 매출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어섰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수십 년 단위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전 계약하고 있습니다. 이 계약들이 체결된 시기는 "AGI가 인류를 구원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요란하게 퍼지던 때와 겹칩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공식 명분이 자본을 끌어들이고, 그 자본이 인프라 계약을 빠르게 소진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두 시장에서 이기는 조건은 다릅니다. 공식 명분의 시장은 커뮤니케이션과 타이밍에 달려 있습니다. 자원 접근권의 시장은 공급 제약을 얼마나 일찍 파악하고 계약을 맺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파도가 2단계로 넘어가는 시점
두 시장이 서로 다른 결과를 낳기 시작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대개 "모두가 이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는 공감대가 절정에 달할 때입니다. 그 직전까지는 공식 명분이 실물 자원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파트너를 끌어올 수 있고,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대가 절정을 찍는 순간, 공급 제약이 드러납니다. 모두가 GPU를 원하는데 GPU는 없습니다. 모두가 데이터센터 전력을 원하는데 부지가 없습니다. 이때부터 계약이 접근권을 결정합니다. 이미 계약을 맺어놓은 쪽이 새로 진입하는 쪽에게 접근권을 팝니다.
모바일 파도에서는 앱스토어 수수료 구조가 정착하던 2011~2012년이 그 지점이었습니다. 개발자는 그 구조 안에서 경쟁하거나, 구조 바깥—즉각 배달, 로컬 O2O처럼 앱스토어가 중개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이동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이커머스에서는 아마존이 풀필먼트 센터 네트워크를 완성한 시점이 그 지점이었습니다. 경쟁하려면 아마존 물류를 사거나, 독자 물류를 짓거나, 아마존이 들어가기 어려운 틈새로 이동하거나였습니다.
AI 파도에서 그 지점이 이미 지나갔는지, 지금 지나가는 중인지는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GPU 가격이 공급자 우위로 굳어지고, 전력 계약이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몇 년치씩 선점되고 있다면, 자원 접근권 시장의 2단계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기획자가 먼저 물어야 하는 것
"이 기술이 산업을 바꿀 것인가"는 공식 명분의 시장에서 쓰는 질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답은 "그렇다"이고, 그 답이 옳더라도 수익 구조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자원 접근권을 추적하는 질문은 다릅니다. "이 기술이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그것의 공급 제약은 어디에 있는가." 이어서 "지금 누가 그 위치를 쥐고 있는가, 그 위치는 강화되는 중인가 약화되는 중인가."
AI 서비스를 설계하는 기획자라면, "어떤 모델을 쓸 것인가"보다 "그 모델 호출 비용이 2년 뒤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가 먼저입니다. 공급자 수가 충분히 늘어서 비용이 내려갈 것인가, 특정 공급자로 고착되면서 협상력이 사라질 것인가. 카페를 여는 기획자라면, "프리미엄 카페 시장이 성장하는가"보다 "이 상권에서 실제 제약—임대료, 원두 공급, 숙련 바리스타—은 어디에 있고,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가"가 먼저입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심사역이라면 공식 명분의 설득력보다 공급 제약을 선점하는 팀인지를 먼저 묻습니다. 공식 명분은 시장을 열고, 공급 제약을 쥔 쪽은 그 시장의 통행 조건을 씁니다. 두 질문을 동시에 추적하는 팀이 아직 드문 이유는, 대부분의 평가 기준이 공식 명분의 시장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구도가 무너지는 조건
이 구도가 항상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공식 명분 자체가 공급 제약인 산업이 있습니다.
명품이 그렇습니다. 에르메스 버킨백의 제약은 가죽이나 공정이 아닙니다. 대기 명단과 희소성 서사가 제약입니다. 그 서사를 훼손하면 제약도 함께 사라집니다. 이 경우 두 시장은 사실상 같은 시장입니다.
미디어도 비슷한 성격이 있습니다. 독자가 특정 매체를 따라오는 것은 그 서사에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 신뢰가 제약이고, 신뢰는 서사로 만들어집니다. 이런 산업에서는 인프라 계약보다 서사의 밀도가 더 결정적입니다.
그러니 어떤 산업을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합니다. 이 산업에서 공식 명분 자체가 자원인가, 아니면 명분과 인프라가 분리되는가. 분리된다면, 지금 이 파도의 어느 단계에 있는가. 명분이 아직 인프라를 끌어오는 단계인가, 인프라가 이미 명분을 팔기 시작한 단계인가.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파도를 타고 가는 것과 파도 위에서 서는 것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