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이나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가격표에 숫자를 적어 넣는 순간마다 손이 떨리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너무 높게 부르면 손님이 등을 돌리고, 너무 낮게 부르면 팔릴수록 손해가 쌓입니다. 결국 많은 자영업자와 스타트업 대표가 경쟁사 가격을 슬쩍 베끼거나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감으로 가격을 정하고, 그 결과를 뒤늦게 손익계산서로 확인합니다. 이 글은 그런 감에 기대지 않고, 소비자 조사를 통해 가격의 상한선과 하한선, 그리고 가장 받아들여지기 쉬운 최적 가격 지점을 계산해내는 가격 책정 방법을 다룹니다. 바로 반 베스텐도르프 가격 민감도 측정, 줄여서 PSM입니다.

왜 감으로 정한 가격은 위험한가

가격을 감으로 정하는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근거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담당자의 경험이나 촉은 시장이 바뀌면 곧바로 어긋나고, 그 어긋남을 알아챌 때는 이미 재고와 마케팅비가 소진된 뒤입니다. 반면 PSM은 잠재 고객에게 직접 몇 가지 질문을 던져, 사람들이 실제로 지갑을 여는 가격의 경계선을 데이터로 뽑아냅니다. 감이 아니라 숫자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다릅니다.

PSM 설문, 네 가지 질문으로 충분합니다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목표 고객 수십 명에게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두고 다음 네 가지를 묻습니다. 얼마부터 너무 싸서 품질이 의심스럽다고 느끼는지, 얼마부터 싸다, 부담 없다고 느끼는지, 얼마부터 비싸지만 살 만하다고 느끼는지, 얼마부터 너무 비싸서 포기하겠다고 느끼는지를 각각 가격으로 답하게 합니다. 이 네 가지 응답을 응답자 전원에 대해 누적 비율 그래프로 그리면 네 개의 곡선이 만들어지고, 이 곡선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격의 답이 나옵니다.

상한선과 하한선, 받아들여지는 가격의 폭을 찾습니다

너무 싸다는 응답의 누적곡선과 비싸지만 살 만하다는 응답의 누적곡선이 만나는 지점이 하한선이고, 싸다는 응답과 너무 비싸다는 응답의 누적곡선이 만나는 지점이 상한선입니다. 이 두 지점 사이가 시장이 받아들이는 가격의 폭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자리를 잡은 시장을 들여다보면 이 범위를 벗어난 곳에 가격을 매긴 경쟁 제품을 찾아보기가 좀처럼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즉 살아남은 제품들의 가격은 대부분 이 폭 안에 모여 있으며, 자사 가격을 이 범위 밖에 두는 순간 시장에서 이질적인 존재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최적 가격 지점(OPP)까지 좁히기

폭을 알았다면 그 안에서도 가장 저항이 적은 한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너무 싸다는 응답 곡선과 너무 비싸다는 응답 곡선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최적 가격 지점, OPP입니다. 이 지점은 가격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낮은 값이므로, 첫 출시가나 리뉴얼 가격을 정할 때 기준점으로 삼기에 적합합니다. 다만 이 지점을 그대로 최종 가격표에 옮기기 전에, 실제 판매 채널의 수수료나 원가 구조를 한 번 더 대입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전에서 숫자를 다듬는 법

계산으로 나온 가격을 실제 태그에 붙일 때는 끝자리 하나까지 의미를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한선 근처의 딱 떨어지는 값으로 가격을 못 박아버리면, 이후 거래처나 고객과 협상할 때 깎아줄 여지가 전혀 남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 어떤 가격표는 상한선보다 살짝 낮은 끝자리로 책정되는데, 이는 나중에라도 할인이나 프로모션을 걸 수 있는 완충 구간을 미리 남겨두려는 계산에서 나온 선택입니다. 처음 정한 숫자가 곧 영원한 숫자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여백을 설계하는 것도 가격 책정의 일부입니다.

정리하면, 가격을 정할 때는 먼저 목표 고객에게 네 가지 질문을 던져 하한선과 상한선을 그려보고, 그 폭 안에서 OPP를 계산한 뒤, 마지막으로 협상과 할인의 여지를 남기는 끝자리로 다듬으면 됩니다. 다음에 새 제품의 가격표 앞에서 다시 막막해질 때, 감이 아니라 이 네 가지 질문부터 다시 꺼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