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ckUp이 전체 직원의 22%를 내보낸다고 발표한 날, 공식 입장은 단출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그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Box의 공동창업자 애런 레비는 이 흐름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AI 사이코시스(AI psychosis)'. 한 조직이 AI의 가능성에 깊이 경도된 나머지, 실제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잃어버리는 상태입니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일수록 그 일을 직접 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 이 상태를 더 위험하게 만듭니다.

2026년, 해고의 이유가 바뀌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 기준으로, 기술업계 감원 규모는 이미 2025년 전체 수치에 근접했습니다. 속도만 빨라진 것이 아닙니다. 이유가 바뀌었습니다. 이전 감원 사이클에서는 경기 둔화, 과잉 채용, 비용 효율화가 주된 명분이었습니다. 2026년의 감원 공문에는 다른 단어가 등장합니다. "AI 에이전트", "자동화 전환", "역할 재정의."

ClickUp의 발표가 그 전형입니다. 프로젝트 관리 SaaS 기업으로서 규모 대비 22%는 작은 수치가 아닙니다. 회사 측 논리는 AI 에이전트가 기존 인력이 하던 반복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전제 자체는 완전히 틀리지 않습니다. 루틴한 티켓 처리, 로그 분류, 내부 문서 정리 같은 작업은 AI가 상당 부분 소화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판단이 어디서 내려졌느냐입니다. 어떤 업무가 진짜 루틴하고, 어떤 업무가 루틴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지를 식별하는 일은 그 업무를 직접 수행해본 사람에게 물어야 압니다. 그리고 감원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대개 그 업무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AI가 한다고 말하는 일과 실제로 하는 일

애런 레비가 말한 'AI 사이코시스'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AI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데모를 보고, 그것이 실제 업무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데모는 통제된 입력, 이상적인 조건, 예측 가능한 출력으로 구성됩니다. 실제 업무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객 문의를 처리하는 담당자의 하루를 생각해봅니다. 분류 가능한 질문이 60%라면, 나머지 40%는 분류 불가능한 감정, 맥락 의존적인 판단, 회사 내부 암묵지를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AI는 60%를 처리합니다. 그러나 의사결정권자의 발표문에는 "AI가 고객 문의를 처리한다"고만 적힙니다. 40%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사람이 사라집니다. 그 40%를 누가 처리할지는 계획에 없습니다. 기존 팀이 흡수하거나, 고객 경험이 조용히 나빠지거나, 몇 달 뒤 새로운 채용 공고가 올라옵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AI 전환이 실제로 조직 역량을 강화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기업은 반복 업무를 AI에 넘기고 남은 인력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세일즈포스나 일부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은 AI 도입 이후 전체 인건비를 줄이면서도 고객 만족도를 유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시각에서 보면 AI 기반 감원이 반드시 조직 역량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빠르게 전환한 조직이 더 민첩해졌다는 주장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성공 사례들에는 공통된 조건이 있습니다. 현장 업무를 이해하는 사람이 전환 설계에 깊이 관여했고, AI가 맡는 범위를 실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확장했습니다. 빠른 결정, 큰 발표, 일괄 감원이 아니었습니다. 해결책을 설계하기 전에 그 문제를 매일 경험하는 사람의 관점을 먼저 살폈습니다. 제품 기획이든 조직 전환이든, 이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한국 조직에서 이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

한국 기업에서 AI 도입 논의가 시작될 때, 현장 담당자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는 드뭅니다. 위에서 방향이 잡히고, 벤더 데모가 올라가고, 비용 절감 보고가 경영진에 전달됩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의 목소리는 줄어듭니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암묵지는 보고서에 올라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가 지속되는 것은 나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결정권자는 AI의 가능성을 보고 진심으로 조직에 좋다고 판단합니다. 현장 담당자는 이 전환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지 알지만, 그것을 설득력 있게 위로 전달하는 언어를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모의 논리는 깔끔하고, 현장의 예외는 지저분합니다. 보고서는 깔끔한 쪽을 선택합니다.

1인 사업자나 소규모 팀을 이끄는 디렉터라면, AI 도입 판단을 스스로 내려야 하는 상황이 더 빈번합니다. 그 자리에서 'AI 사이코시스'를 피하는 방법은 단계를 줄이는 것입니다. 팀원 한 명의 하루 업무를 먼저 세분화하고, 어떤 부분이 실제로 자동화될 수 있는지를 2주 단위로 실험한 뒤 결론을 냅니다. 전체 조직에 적용하는 결정은 그 이후의 일입니다.

중간관리자라면 AI 도입 논의가 올라올 때, 현장 담당자의 실제 업무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위로 전달하는 역할이 가장 필요합니다. "이 업무의 70%는 AI가 처리할 수 있지만, 나머지 30%는 이런 이유로 여전히 사람이 필요합니다"는 문장이 보고서에 올라가야 합니다. 그 문장이 없으면 숫자만 남습니다.

점검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AI 도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해당 업무를 직접 경험한 적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둘째, 파일럿 기간 없이 일괄 전환이 계획된다면 그 전제를 의심합니다. 셋째, 감원 발표 이후 남은 업무를 누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계획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 세 가지에 명확한 답이 없다면, 그 결정은 데모를 현실로 착각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6년은 AI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이 이미 지났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도입하느냐, 그리고 어디서 속도를 늦추느냐를 판단하는 시점입니다. ClickUp이 22%를 내보내고 나서야 마주하게 될 것을, 지금 결정을 앞둔 조직이 미리 볼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현장 업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가, 조직의 다음 1년을 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