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안경과 구별할 수 없는 스마트 안경

중국 허베이성의 대학생 비비안은 시험지를 스캔해 AI에게 답을 묻습니다. 그녀가 쓴 스마트 안경은 일반 안경과 똑같이 생겨 감독관도 구분하지 못합니다. "낙제할 것 같으면 어떤 과목이든 사용한다"는 그녀의 말처럼, AI 스마트 안경은 중국 대학가에서 일상적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홍콩 과학기술대 연구진이 실험한 결과는 주목할 만합니다. 스마트 안경을 챗GPT와 연결해 시험을 본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92.5점입니다. 전체 평균 72점보다 20점 이상 높습니다. 착용자 대부분이 상위 5%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수요가 늘자 대여 시장도 생겼습니다. 스마트 안경 대여업체 커창쓰는 최근 4개월 동안 1,000명 이상에게 기기를 빌려줬다고 밝혔습니다. 개별적 일탈을 넘어 시장이 형성된 구조적 현상입니다.

한국도 예외 지역이 아니다

2024년 와세다대 입시에서 스마트 안경으로 시험지를 촬영해 외부로 전송한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감독관은 시험 중에 발견하지 못했고, 사후 신고를 통해서야 부정행위가 드러났습니다. 기술 발전 속도를 감시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한국 대학가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다수 학생이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로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챗GPT와 제미나이로 얻은 답을 오픈 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했습니다. AI를 쉽게 쓸 수 있게 되면서 부정행위의 양상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올해 2월 'AI 활용 윤리 지침'을 발표했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은 여전합니다. 진실성, 투명성, 공정성 등 원칙론적 가이드라인으로는 구체적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증강인간 시대, 평가 방식을 다시 생각할 때

과연 이런 현상을 단순한 '컨닝'으로 봐야 할까요? AI가 인간의 인지 능력을 확장하는 시대에, 기억력과 연산 능력을 측정하는 기존 시험 방식 자체가 시대착오적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없이 전화번호를 외우는 사람이 거의 없듯이, AI 없이 복잡한 계산을 하는 능력이 여전히 중요한지 되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평가하려는 것이 정보 암기 능력인지, 문제 해결 능력인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AI와 함께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이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이라면, 현재의 시험 제도는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평가 방식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