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어떤 일을 하냐는 질문에 저는 출판을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곧 돌아오는 뻔한 질문은 "출판 힘들지 않아요?" 입니다.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지만 저는 상대방과의 관계적 중요도를 따져보며 그 질문에 상세한 답을 해 줄지, 또는 그냥 맞장구 치고 말지 생각해보며 답을 합니다.
남들이 바라보는 산업에 대한 통계적 관점은 사실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디 힘들지 않은 산업이 있을까요? 불황이라는 이야기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불만은 아마 초 호황을 누리는 시대에도 분명 누군가의 입에서는 나왔을 것입니다. 대신 내가 그 일에 핏fit한 사람인지 생각하기 전에 재단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습니다.
두루 관심 있는 사람은 출판이라는 일에 적합했다
저는 출판이 제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건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도 아니고 책이라는 물건을 좋아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대신 한 분야를 깊이 파기보다 여러 분야를 두루 경험하는 쪽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죠.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고 직접 배우며, 관련 지식인과 창작자를 만나는 일에서 큰 쾌감을 느낍니다. 현장에서 부딪히고 계신 분들의 원고를 보고 편집하며, 그리고 그 분들의 산업을 관찰하고 또 전망해보면서 제 지식이 확장되고 융합되는 것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음을 느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쿠아스케이프 클래스』는 삭막한 도시 환경에서 '집 안에 수조 정원'을 누구나 만들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됐습니다. 『FPV 레이싱 드론 바이블』은 2016년 12월, 장난감 드론을 넘어선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고 한강 광나루 비행장에서 저자님을 처음 만나면서 시작됐습니다. 저자님을 직접 만나 섭외하고-관련 지식을 쌓고-책으로 정리하고-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 저자님들은 그 영역에서 자신만의 리그를 굳게 만들고 있죠.
목공을 배우다가 깨달은 것
책 만드는 일 외에도 개인적으로 도예를 1년, 목공을 6개월 배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손과 체력이 필요하고 내 시간을 온전히 바쳐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창작 영역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끼며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목공이 그랬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씩 두 달을 투자해서 만든 결과물이 나무 망치 하나였죠. 수강료로 따지면 약 100만 원을 내고 나무 망치 하나를 얻은 셈이었습니다. 물론 기술을 배웠으니 학습비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하나하나 깎아내는 것보다 기계로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쪽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생산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성향,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작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책을 만드는 일이 아닌, 책 이후의 일에 더 관심 있습니다
출판을 대하는 태도에도 이 성향이 반영됩니다. 저는 책 한 권을 만드는 것 자체를 작품 창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책을 통해 독자의 삶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죠.
그래서 저자님을 만나면 구성과 기획뿐 아니라 출간 이후의 활동까지 함께 논의합니다. 증정도서는 얼마든 지원해 드릴 테니 제발 좀 유명해지시라고요. 유명한 사람이 책을 쓸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유명해지는 것이 출판이 해야 할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만약 책이 나온 뒤에 저자의 인생이 바뀌고, 그 책을 읽은 독자가 저자와 만나고, 지식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움직이고 교류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없다면 출판은 그 의미를 잃게 된다고까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 저자님과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출판사가 저자님을 지속적으로 도와드리는 기준은 명확합니다. 공통된 비전을 갖고 책을 중심으로 활동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분인가 아닌가. 책 출간이 개인의 인생 기념품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통해 관계를 계속 확장하는 중요한 축인가 아닌가를 판단해 보려고 합니다.
예술품이 아니라 도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런 제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장인 정신이 필요한 영역이 분명히 있고,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작업에 가치가 있다는 점도 압니다. 게다가 문학과 같은 출판 영역은 저와 정 반대의 관점으로 돌아가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다만 실용성보다 심미적 가치만 있다면 그건 예술 작품의 영역입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건 소수를 위한 예술품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효용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리브레토에서 출간되는 책이 사람들 인생을 바꾸는 도구가 되길 바랍니다. 인생이 변화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체득하는 것이 제가 출판을 하는 이유이고, 리브레토가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입니다. 그래서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책 그 자체가 아닌 그 다음을 먼저 생각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기념품은 한 번의 즐거움으로 끝나지만, 관계가 확장되는 경험은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 주는 투자가 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