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레이 커즈와일은 147개의 예측을 담은 책을 냈습니다. 2009년이면 사람들이 무선으로 항상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로 일하고, 2020년대 초반이면 컴퓨터가 자연어를 인간 수준으로 처리하게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기술계 안팎에서 그를 가리키는 말은 "낭만주의자"였습니다. 2010년대 중반 연구자들이 그 예측들을 다시 검토했을 때, 86%가 방향과 시기 면에서 정확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오차 허용 범위를 2년으로 확장하면 정확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그 책이 나온 지 27년이 지난 지금, 업무에서 AI를 쓰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간단한 문서 초안 작성, 회의록 정리, 이미지 생성, 코드 디버깅까지 AI 도구가 끼어들지 않는 업무 영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커즈와일이 낭만주의자라는 소리를 들을 때 상상했던 세계가, 표면적으로는 그가 말한 방식으로 도착했습니다. 그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맞힌 예측의 목록을 나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AI를 도입하는 사람들이 취하는 자세와, 그가 기술을 바라본 방식 사이의 거리가 꽤 넓기 때문입니다.

AI를 쓴다는 것과 AI를 이해한다는 것

커즈와일이 기술을 읽는 방식은 현재 속도가 아닌 변화 속도의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술 발전 속도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의 변화 속도만으로 미래를 가늠하면 항상 뒤처진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대신 변화의 방향을 먼저 내면화하고, 그 위에서 구체적인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오늘날 AI 사용이 보편화된 방식은 이 논리와 조금 다른 방향에 있습니다. 챗GPT에 텍스트 작성을 위임하거나, 클로드에 분석을 요청하거나,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이 어떤 논리로 나왔는지, 어떤 상황에서 신뢰할 수 없는지를 파악하는 사람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도구를 쓰는 것과 도구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채용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2024년부터 채용 공고에서 "ChatGPT 활용 경험"을 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AI 도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업무에 통합하는 능력"을 명시하는 직무 설명이 늘고 있습니다. 특정 도구를 써본 이력보다, 도구가 바뀌어도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찾겠다는 신호입니다. 채용 담당자들이 이력서에서 이제 무엇을 보는지를 이해한 사람은, AI 도구가 교체되어도 평가받는 방식 자체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커즈와일이 말한 가속의 논리와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도구 자체보다 도구의 방향을 읽는 능력이 더 오래 가치를 유지합니다.

낭만주의자라는 비판이 왜 여전히 유효한가

물론 커즈와일의 시각에 대한 비판은 지금도 무겁습니다. 그는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가정했는데, 이 낙관론이 기술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구조적으로 과소평가한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옥스퍼드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AI가 인간 수준을 넘어설 경우 통제 불가능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MIT 슬론스쿨의 경제학자 다론 아체모글루는 자동화가 특정 계층의 노동 가치를 구조적으로 감소시킨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2023년 OpenAI 이사회가 샘 알트먼을 일시 해임한 사건의 배경에는 AI 개발 속도와 안전 검토 절차 사이의 긴장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낙관론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들입니다.

커즈와일 자신도 이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2024년 출간된 그의 신작에서 그는 2045년 특이점 시나리오를 유지하며, AI와 인간의 결합이 건강 연장과 빈곤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AI가 할루시네이션을 일으키고, 딥페이크가 선거를 교란하고, 저작권 소송이 법원에 쌓이는 지금의 현실은 그의 그림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커즈와일적 시각을 완전히 내려놓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가 도구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용할 것인가로 수렴하기 때문입니다. 도구에 대한 이해 없이 도구를 쓰는 사람은 그 위험도 파악하지 못합니다. 낭만주의의 가치는 무조건적 낙관이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는 태도에 있습니다.

1인 사업자가 커즈와일에게서 가져올 것

커즈와일적 적응 방식을 실무에 옮긴다는 것은 AI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을 갖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가 기술 예측을 높은 적중률로 맞출 수 있었던 방식을 보면, 그는 항상 현재 도구보다 5~10년 뒤의 구조적 변화를 먼저 그렸습니다. 지금 나에게 유용한 도구가 무엇인지보다, 이 도구들이 3년 뒤 어떤 형태로 바뀌어 있을지를 먼저 묻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것이 1인 사업자에게 특히 유용한 질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도구가 바뀌는 속도보다 빠르게 도구를 갈아타는 사람보다, 도구가 바뀌는 방향을 읽는 사람이 매 교체 시점에서 덜 흔들립니다.

이 관점은 몇 가지 구체적인 점검으로 이어집니다. AI 도구에 무엇을 얼마나 위임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특히 어떤 판단을 AI에 맡기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텍스트 요약을 AI에 맡긴다면, 그 도구가 어떤 기준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무엇을 버리는지를 한 번이라도 직접 검토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도구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도구가 틀렸을 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업무 전체 흐름에서 AI가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를 지도로 그리는 것도 유용합니다. 어떤 작업이 AI로 빠르게 처리되고, 어떤 부분이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들어가는지를 명확히 하면, 다음 도구를 선택할 때 기준이 생깁니다. 지금 어떤 AI 툴을 쓸 줄 아느냐보다 새 도구가 나왔을 때 얼마나 빠르게 파악하고 업무에 통합했느냐를 물어보는 방향으로 채용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무엇을 평가하는지를 이해한 사람은, 평가 기준이 바뀌어도 다시 읽어냅니다.


커즈와일을 다시 꺼내는 것은 그의 낙관론 전체를 수용하자는 제안이 아닙니다. AI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가늠하는 데 낭만적 거리 측정이 실용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어떤 AI 도구를 쓰는지는 1년 안에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AI가 어떤 방식으로 업무 구조를 재편하는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도구가 바뀌어도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 커즈와일이 낭만주의자 소리를 들으면서 유지했던 것이 그 방향감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