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창업자가 30분 동안 사업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경청한 지인 멘토는 발표가 끝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흐름이 자연스럽고 도입부가 좋았어요. 숫자 부분만 조금 다듬으면 될 것 같아요." 창업자는 메모 몇 가지를 남기고 자리를 나섰습니다. 연습 피칭 한 회가 완료됐습니다.

실제 투자자 미팅에서는 두 번째 슬라이드로 넘어가기도 전에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재구매율이 이 정도라면, 고객 획득 비용을 회수하는 데 몇 달 걸립니까?"

그 멘토의 피드백은 성실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줄 수 있는 것을 줬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받기 어려운 종류의 피드백이 따로 있었습니다.

피드백의 질은 피드백 제공자의 입장에서 결정됩니다

투자자가 피칭 자리에서 던지는 질문은 "이 발표가 잘 만들어졌는가"를 묻지 않습니다. "이 사업에서 돈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몇 가지인가"를 묻습니다. 이사회 멤버가 보고를 받을 때는 "이 전략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가"보다 "이 전략이 실패하면 우리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를 먼저 봅니다.

같은 피칭을 듣더라도 지인, 멘토, 초기 투자자, 이사회 멤버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질문합니다. 지식의 차이도 일부 있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그 사람이 그 사업 앞에서 무엇을 책임지는가입니다. 자기 돈이 걸려 있거나 법적 책임이 따르는 사람은 우호적으로 봐줄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르게 묻습니다.

연습 피칭이 실전보다 부드럽게 끝나는 것은,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그 사업의 이해관계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해관계자가 아닌 사람은 날카롭게 물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버드가 699달러에 담은 것

올해 8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HBS 파운드리'라는 창업 부트캠프를 699달러에 공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AI 아바타는 HBS 강사를 기반으로 설계됐고, 수강생의 연습 피칭과 이사회 시뮬레이션에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HBS 강의실에 들어가는 비용과 비교하면 699달러는 낮은 숫자입니다. 이 가격표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더 정확히 보면, HBS 케이스메서드 방식으로 사업의 가정을 건드리는 질문 경험입니다.

케이스메서드에서 강사는 학생의 주장을 경청한 뒤 가정이 무너지는 시나리오를 찾습니다. "이 시장이 예상보다 작으면 어떻게 됩니까", "고객이 전환 비용을 감수할 이유가 있습니까" 같은 질문입니다. 아바타가 이 방식을 모사한다면, 창업자는 지인 멘토링에서는 거의 받지 못하는 이의 제기를 연습 안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전략을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과정은 많습니다. 그 전략을 실제 이해관계자의 이의 앞에서 방어하는 연습을 시켜주는 과정은 드뭅니다. 699달러 프로그램은 그 사이의 공백을 채우려는 시도입니다.

아바타가 실제로 날카롭게 물을 수 있는가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재구매율 기준이 어떻게 됩니까"와 "재구매율이 이 수준이라면 이 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입니까"는 전혀 다른 질문입니다. 전자는 숫자를 확인하고, 후자는 사업 모델 자체에 이의를 답니다. 피드백을 제공하는 AI 도구들은 대부분 "잘 된 점과 개선할 점"으로 구성된 답변을 내놓는 편입니다. 사용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서비스의 기본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HBS 아바타가 이 경향을 얼마나 벗어났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훈련 데이터와 프롬프트 설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데,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습니다. 699달러를 쓰기 전에 실제 사용 후기가 쌓이는 것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한국 창업자의 피드백이 우호적인 쪽으로 쏠리는 이유

이 공백은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 창업자나 1인 사업자가 사업 계획에 대해 받는 피드백의 출처를 따라가면, 대부분 지인 네트워크, 창업 지원 기관 멘토링, 액셀러레이터 심사로 수렴합니다. 지인 네트워크는 응원이 기본값입니다. 부정적인 말을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창업 지원 기관 멘토링은 사업성 검토보다 발표 완성도나 서류 형식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액셀러레이터 심사는 날카로운 편이지만, 그 피드백을 제대로 듣는 것은 탈락한 뒤이고, 그때 기회는 이미 지나간 상태입니다.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묻는 피드백을 창업 준비 단계에 받는 경로는 거의 없습니다.

AI 아바타 없이도 이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피드백 세션의 요청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발표를 봐줘"가 아니라 "이 사업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를 세 가지만 찾아줘"로 요청하면, 같은 지인도 다른 각도에서 질문합니다.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 봐줘", "이 사업의 경쟁자라면 어떻게 흔들겠어" 같은 역할 지정은 피드백 제공자가 앉는 자리를 바꿉니다.

더 유용한 것은 실제 이해관계자를 찾는 일입니다. 해당 산업의 전직 종사자, 잠재 고객 중 까다로운 사람, 비슷한 시장에서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는 우호적으로 봐줄 이유가 없습니다. 이들의 이의 제기는 지인 멘토의 것과 종류가 다릅니다.

HBS 파운드리가 699달러에 판매하는 것은 그 입장을 시뮬레이션하는 경험입니다. AI가 그 역할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해낼 수 있는지는 앞으로 검증될 것입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제품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날카로운 이의 제기를 받을 기회가 얼마나 드문지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