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팀 직원 한 명이 월요일 오전에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회사 굿즈를 팔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개발자에게 요청서를 넣고, 백로그에 올라가기를 기다리고, 스펙을 협의하고, QA를 돌리는 기존 방식이라면 빨라야 2~3주, 느리면 분기를 넘겼을 일입니다. 그런데 그 직원은 화요일 오전에 라이브 스와그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엔지니어링 리소스 투입 없이, 24시간 안에. Sendbird CEO 존 김(John Kim)이 공개한 AI 내재화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 장면이 놀라운 이유는 속도 때문만이 아닙니다. 마케터가 "개발자 없이 배포"를 해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조직에서 AI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문화 캠페인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많은 조직이 AI 도입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전사 교육 세션을 열고, 슬랙 채널을 만들고, "AI 챔피언"을 몇 명 뽑고, 월간 뉴스레터를 발송합니다. 그리고 6개월 뒤 체감 변화를 물으면 "ChatGPT를 가끔 씁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존 김은 다른 접근을 택했습니다. AI 도입 자체를 하나의 내부 제품(internal product)으로 설계했습니다. 퀘스트(quests)라는 이름의 미션 시스템을 도입하고, 완료한 미션에 따라 토큰을 지급하며, 토큰 누적량이 사내 리더보드에 공개됩니다. 특정 티어를 달성한 직원은 "스킬 마켓플레이스"에서 사내 강사로 등록하거나, 다른 팀원에게 세션을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얻습니다. 게임 메커니즘을 그대로 차용한 구조입니다.
이 방식이 단순한 인센티브 설계와 다른 점은, 학습의 결과가 다시 조직 안으로 순환된다는 것입니다. 잘 쓰는 사람이 단순히 인정을 받는 게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이 됩니다. 배움이 개인의 역량으로 머무르지 않고 팀의 역량으로 확장됩니다.
Sendbird는 B2B SaaS 기업으로, 채팅·음성·영상 API를 제공합니다. 직원 수는 수백 명 규모. 이 정도 조직에서 마케터가 스토어를 직접 배포하고, 개발팀이 자동화 도구를 스스로 만들고, 팀마다 맞춤형 AI 워크플로를 운영하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존 김이 공개한 방법론은 국내 1인 사업자나 소규모 조직에도 적용 가능한 시사점을 담고 있습니다.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격차는 도구 접근이 아니다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Sendbird 직원들 모두 같은 AI 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구독 비용도 회사가 냅니다. 그런데 활용 수준 차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집니다. 어떤 직원은 하루 만에 스토어를 열고, 어떤 직원은 6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가끔 초안 작성에 씁니다" 수준입니다.
이 격차의 원인을 "기술 친숙도"나 "디지털 역량"으로 설명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설명은 절반만 맞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태도의 문제입니다.
AI가 대신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눠보면, 기술(Skill)과 지식(Knowledge)의 많은 부분은 이미 AI가 처리합니다. 코드를 짜는 법, 카피를 쓰는 법, 데이터를 분석하는 법—이것들을 완벽하게 몰라도 AI와 함께라면 결과물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 결과물에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자세, "실패해도 다시 시도해보겠다"는 의지—이것들은 AI가 대신하지 못합니다.
Sendbird의 퀘스트 시스템이 실제로 설계하려는 것도 그 부분입니다. 미션을 완료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불편한 시도"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평소 쓰지 않던 도구를 쓰게 하고,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보게 하고, 그 결과를 사람들 앞에 드러내게 합니다. 리더보드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것은, 시도 자체를 가시화한다는 의미입니다.
1인 사업자에게 이 구조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리더보드를 만들 팀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존 김이 설계한 메커니즘의 핵심—"학습을 강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혼자서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역량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를 떠올려보면 도움이 됩니다. 기술, 지식, 그리고 태도. AI 시대에는 기술과 지식의 진입 장벽이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누구나 프롬프트 하나로 코드를 생성하고, 시장 조사를 수행하고, 문서를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조건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 태도입니다. 더 잘 쓰려는 의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개방성, 자신의 작업 방식을 끊임없이 재설계하는 습관. 이것들은 조직 구조로도, 교육 세션으로도, AI 도구 자체로도 심어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Sendbird는 그것을 게임처럼 설계해서 반복 경험으로 만들려 한 것입니다.
1인 사업자에게 이 구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퀘스트와 리더보드가 없는 1인 사업자에게, 이 사례가 주는 가장 실용적인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AI 도입을 "하면 좋은 것"으로 두지 말고, 실제 업무 흐름 안에 강제로 집어넣으라는 것입니다.
몇 가지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작업을 AI 없이 하면 얼마나 걸리는가"를 기록해보세요. 클라이언트 제안서 작성, 콘텐츠 초안, 미팅 후 요약 정리, 계약서 검토. 한 달간 시간을 재고 나면, 어디서 AI가 진짜 차이를 만드는지가 보입니다. 막연히 "써야지"가 아니라, 구체적 시간 절약이 가시화될 때 습관이 형성됩니다.
그다음은 "못 하는 것을 먼저 넘겨보기"입니다. 잘 하는 영역에서 AI를 쓰면 체감 효과가 작습니다. 오히려 내가 오래 걸리거나, 자신 없거나, 미루고 있던 일에 AI를 먼저 투입하세요. 재무 보고서가 늘 막막했다면 AI에게 구조를 짜게 하고, 냉정한 피드백이 필요한 기획안이라면 비판적 리뷰어 역할을 맡겨보세요. 이 과정에서 자신이 AI에게 어떤 것을 넘길 수 있고 어떤 것은 직접 해야 하는지 기준이 생깁니다.
세 번째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번 달에 새로 시도한 AI 활용 방식"을 한 줄로 기록하는 것입니다. Sendbird의 퀘스트가 시도를 가시화하는 구조라면, 1인 사업자의 버전은 스스로 자신의 시도를 기록하는 루틴입니다. 거창할 필요 없이, 노션 페이지 하나나 메모앱의 태그 하나로 충분합니다.
도구 선택과 관련해서는, 복잡한 스택보다 하나의 도구를 깊이 쓰는 것이 낫습니다. ChatGPT, Claude, Gemini를 고루 쓰는 것보다, 하나를 골라 "이 작업을 이 도구로 처리하는 나만의 방식"을 만드는 쪽이 생산성 향상에 더 직접적입니다. 마케터가 하루 만에 스토어를 열 수 있었던 것도, AI 도구 전반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특정 도구로 특정 작업을 처리하는 흐름을 몸에 익혔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점검해볼 질문을 하나 드립니다. 지금 내가 정기적으로 하는 업무 중,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AI 없이 처리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습관화된 비효율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 퀘스트를 설계한 존 김의 팀도 그 질문에서 출발했을 것입니다.
AI 도입의 핵심은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 도구를 쓰고 싶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Sendbird는 그것을 게임으로 풀었고, 마케터는 하루 만에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1인 사업자라면 구조 설계자와 플레이어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어렵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간단한 루틴 하나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태도로 도구 앞에 앉는가—그것이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