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규칙 위에 얹힌 이익
스마트스토어·앱마켓·유튜브처럼 남의 플랫폼에서 매출 대부분이 나오는 1인 사업자라면, 그 플랫폼의 수수료 규칙이 바뀌는 순간 내 이익도 함께 흔들립니다. 정산 비율이 조금 오르거나 노출 방식이 바뀌었을 뿐인데 한 달 순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경험을 한 분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주 애플은 그 구조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보여 주었습니다. 정부와 법원의 규칙 위에 얹혀 있던 가장 두꺼운 이익이 깎이기 시작했고, 애플은 그 빈자리를 여러 갈래에서 한꺼번에 메우려 하고 있습니다.
통행료가 깎이자 세 갈래로 움직인 한 주
애플 서비스 부문은 전체 매출의 26.3%, 금액으로 1,092억 달러이면서 마진율이 70%를 넘습니다. 그 한가운데에 앱스토어 수수료가 있습니다. 개발자가 번 돈에서 일정 비율을 떼는, 말 그대로 통행료입니다. 이 통행료 수익이 18% 급락했습니다. EU 디지털시장법 상소가 7월 말 기각되었고, 미국에서는 독점금지 소송이, 아일랜드에서는 세무조사가 겹쳤습니다. 셋의 공통점은 경쟁이 아니라 규칙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쟁사에 밀린 것이라면 제품으로 되받을 수 있지만, 정부가 수수료 체계를 손대면 경영진이 움직일 여지가 좁습니다.
기기 쪽 사정도 좋지 않았습니다. 메모리칩 값이 50달러에서 200달러로 4배 뛰면서 기기 마진이 1.5%포인트 나빠졌고, 중화권 판매는 3년 연속 줄어 644억 달러에 머물렀습니다. 서비스가 기기 마진 악화를 메워 주던 구조였는데, 그 서비스의 기둥이 흔들린 것입니다.
그래서 애플은 세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였습니다. 기존 구독자에게서 더 받고, AI를 이유로 기기를 바꾸게 하고, AI 서비스 자체를 새 매출원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통행료 수입이 줄자 구독료·기기·새 서비스 세 군데서 대체 수익을 찾기 시작한 셈입니다. Apple TV는 월 12.99달러에서 14.99달러로 올랐고, 2019년의 4.99달러와 견주면 3배 경로입니다. Apple One 번들도 19.95달러에서 21.95달러로 10% 올랐습니다. M6 칩은 AI 성능 4배, CPU 40% 향상을 내세워 개발자와 크리에이터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합니다. Siri 강화는 출판사와의 라이선싱 협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하나가 아니라 셋을 동시에 하는가
세 가지가 한꺼번에 나온 이유는 어느 하나도 앱스토어 수수료만큼 두껍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독료 인상은 가입자 순증가가 둔화된 상황에서 남은 가입자의 지갑을 더 여는 방법이라 한계가 뚜렷합니다. M6 칩이 아무리 강해도 맥은 애플 전체 매출의 6~7%에 그쳐 아이폰의 50% 이상과는 체급이 다릅니다. Siri 라이선싱은 비용이 먼저 나가는 구조라 마진이 얼마나 남을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애플은 지금 굵은 수익원 하나를 가는 수익원 여럿으로 나누어 받치는 중입니다. 팀 쿡의 600억 달러 국내 제조 투자 약속도 같은 맥락입니다. 중국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은 맞지만, 마진이 이미 눌린 시점에 대규모 지출을 약속한 타이밍은 불리합니다. 규칙 변화가 시작된 뒤에 움직이면 모든 대응이 동시에, 그리고 비싸게 진행됩니다. 플랫폼 수수료 의존 리스크는 현실이 된 뒤에는 돈으로 막기 어렵다는 것을 애플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1인 사업자가 옮겨 쓸 것
규모는 다르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스마트스토어 정산 수수료, 앱마켓 인앱 결제 수수료, 유튜브 광고 배분율은 모두 내가 정하지 않는 규칙입니다. 그 규칙이 내게 유리한 동안에는 사업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남의 규칙 위에서 이익을 잠시 빌려 쓰는 것에 가깝습니다. 협상력이 없는 1인 사업자에게 플랫폼 수수료 의존 리스크는 애플보다 더 날카롭게 옵니다.
그래서 애플이 셋을 동시에 하기 전에, 1인 사업자는 하나씩 미리 해 두어야 합니다. 먼저 매출 중 특정 플랫폼의 수수료 규칙에 직접 묶인 비율을 숫자로 적어 보십시오. 절반을 넘는다면 규칙 한 줄에 사업 전체가 걸린 것입니다. 다음으로 기존 고객에게 직접 닿는 통로를 하나 만드십시오. 이메일 명단, 카카오채널, 자체 결제 페이지처럼 플랫폼 밖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접점입니다. 애플이 구독료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가입자 명단을 스스로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없이도 팔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작게 하나 실험하십시오. Siri 라이선싱처럼 처음에는 비용이 먼저 들겠지만, 규칙이 바뀌기 전에 시작해야 싸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 해볼 한 가지
지난달 매출을 플랫폼별로 나누고, 예컨대 수수료율이 5%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순이익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계산해 보십시오. 그 숫자가 크게 느껴진다면 플랫폼 수수료 의존 리스크는 이미 내 사업 안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애플은 그 계산을 규칙이 바뀐 뒤에 하고 있습니다. 1인 사업자는 바뀌기 전에 할 수 있고, 그것이 작은 쪽이 가진 몇 안 되는 이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