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에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고 해 봅시다. 하나는 그동안 다듬은 빌드 절차와 프롬프트 묶음을 정리해 만든 전자책입니다. 9,900원에 내놓았더니 후기가 좋았고, 시간을 아꼈다는 감사 메일도 받았습니다. 자신감이 붙어 가격을 12,900원으로 올렸더니 판매가 절반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3,000원 차이에 고객이 등을 돌린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동네 가게 사장의 의뢰입니다. 가게에 쓸 주문 자동화 도구를 만들어 달라며 건당 45만 원을 먼저 제시합니다. 가격을 깎자는 말은 없었고, 일정과 작업 범위만 물어 왔습니다.

당신이 한 일의 내용물은 전자책에 적은 절차와 거의 같습니다. 같은 지식이 한쪽에서는 만 원을 못 넘기고, 다른 쪽에서는 45배 가격에 흥정도 없이 팔렸습니다. 처음에는 이 차이를 정성이나 신뢰의 차이로 이해하려 합니다. 그러나 분량으로도, 들인 시간으로도, 친분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두 거래는 가격이 계산되는 식 자체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이 어긋남이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내 상품은 고객의 어느 줄을 움직일까요

상품의 차원이란 내 상품이 고객의 살림살이에서 어느 항목을 움직이는가를 말합니다. 고객의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상품이 1차원, 절약 상품입니다. 고객의 매출과 수익을 늘리거나 지켜 주는 상품이 2차원, 수익 상품입니다. 같은 지식, 같은 기능이라도 어느 줄에 닿느냐에 따라 차원이 갈립니다.

차원이 가격을 결정하는 까닭은 상한의 계산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1차원 상품의 가치 상한은 고객의 시간당 가치에 절약되는 시간을 곱한 값입니다. 고객이 자기 시간을 시간당 2만 원으로 치고 내 도구가 한 달에 두 시간을 아껴 준다면, 그 도구의 가치는 4만 원을 넘지 못합니다. 게다가 고객은 절약분 전부를 내지 않습니다. 자기 몫의 이득이 남아야 지갑을 여니까, 받을 수 있는 가격은 그 일부에 멈춥니다. 이것이 1차원 상품의 가격 천장입니다.

2차원 상품의 상한 계산식에는 그 분모가 없습니다. 고객이 내 상품으로 새로 벌거나 지킨 돈이 상한이고, 그 돈은 고객의 사업이 클수록 같이 큽니다. 가게 사장에게 결제 장애 한 번은 수백만 원의 손실입니다. 45만 원짜리 자동화 구축은 회수가 계산되는 지출이었습니다. 여기서 '버는 돈'에는 '지키는 돈'이 들어갑니다. 결제 장애 점검, 데이터 백업 자동화, 배포 오류 감시처럼 사고 한 건의 비용이 큰 영역에서는 손실을 막아 주는 방어형 2차원 상품이 오히려 가격을 설득하기 쉽습니다. 막은 손실은 금액이 또렷해서, 사고 이력이 있는 고객일수록 설득에 드는 말이 줄어듭니다.

차원은 상품에 새겨진 속성이 아니라 상품과 고객 사이의 관계입니다. 같은 전자책이 다른 빌더에게는 1차원이고, 그 내용을 자동화 구축 절차로 다시 묶으면 가게 사장에게 2차원이 됩니다. 그래서 차원을 판정할 때는 내 상품이 무엇인지보다 이 고객에게 내 상품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질문의 주어를 상품에서 고객으로 옮기는 데서 판정이 시작됩니다.

천장은 왜 안 뚫리는 걸까요

천장이 구조라는 주장에는 근거가 필요한데, 우선 수요 쪽입니다. 마셜(A. Marshall)이 정리한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가격이 1% 움직일 때 수요량이 몇 % 움직이는지를 재는데, 탄력성이 1보다 큰 시장에서는 가격을 올리면 총수입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절약 상품 시장이 대개 그렇습니다. 시간을 아껴 주는 도구에는 무료 대안과 비슷한 유료 대안이 빽빽하고, 인공지능 범용 기능이 그 밀도를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대체재가 많은 시장의 수요는 탄력적이고, 탄력적인 시장에서 가격 인상은 매출 감소로 돌아옵니다. 당신의 12,900원 실험이 실패한 까닭은 그 전자책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상품이 서 있는 시장의 탄력성이 높아서였습니다.

다음은 가격을 매기는 논리 쪽입니다. 관리회계 교과서를 쓴 호른그렌(C. Horngren)과 동료들은 가격결정 방식을 둘로 가릅니다. 원가에 이윤을 얹는 원가가산은 공급자 중심이고, 고객의 지불의향을 먼저 재고 그 안에서 이익을 역산하는 가치기반은 수요자 중심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상품에서는 원가가산이 좀처럼 성립하지 않습니다. 샤피로(C. Shapiro)와 배리언(H. Varian, 1999)이 정보재 분석에서 보였듯,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는 첫 제작비 이후 복제와 배포의 한계비용이 0에 가깝습니다. 0원에 마크업을 얹으면 가격의 근거가 사라지고, 시장은 바닥 경쟁으로 흐릅니다.

그래서 디지털 1인 상품의 가격 논리는 가치기반 쪽으로 기우는데, 여기서 1차원 상품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가치기반으로 아무리 정교하게 계산해도, 절약 상품의 지불의향 자체가 고객의 절약분에 묶여 있습니다. 가격 기법을 바꿔도 천장의 높이는 그대로이고, 천장을 옮기는 변수는 차원입니다. 피구(A.C. Pigou)가 정리한 가격차별 이론이 한 겹을 더합니다. 1차원 고객들 사이의 지불의향 격차는 시간가치의 격차라서 폭이 좁고, 1차원과 2차원 고객 사이의 격차는 차원의 격차라서 폭이 수십 배입니다. 등급표를 정교하게 짜는 일보다 차원을 옮기는 일이 회수하는 잉여가 훨씬 큽니다.

이 차이는 가격 협상의 풍경까지 바꿉니다. 1차원 고객은 더 싼 대안이 있는지 묻고, 2차원 고객은 이것이 정말 되는지 묻습니다. 그래서 1차원에서는 할인이 통하고, 2차원에서는 증거가 통합니다. 상세페이지 대행을 월 60만 원에 파는 사람이 가게 사장에게 보여야 할 것은 이전 고객의 전환율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적은 한 장의 기록입니다. 월 60만 원이 월 200만 원의 매출 증가로 돌아온 사례가 보이면, 그 거래는 투자 심사로 바뀝니다. 어떤 가격 기술을 쓸지는 그다음 문제이고, 거래가 어느 차원에서 성립하는지가 먼저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

오늘 종이 한 장으로 할 세 가지

표 한 장이면 자기 상품의 차원과 천장이 드러납니다. 지금 팔고 있거나 팔 준비가 된 상품을 한 줄에 하나씩 적고, 셋을 차례로 점검합니다.

첫째, 천장을 계산합니다. 1차원 상품이라면 절약 시간에 고객 시간가치를 곱해 천장 가격을 구하고, 그 천장으로 목표 월수입을 나눕니다. 매달 필요한 구매자 수가 나옵니다. 그 인원을 댈 유입 경로가 지금 있다면 그 상품은 규모 게임의 자격이 있습니다. 없다면 그 상품 혼자서는 생계가 되지 않는다는 판정입니다.

둘째, 차원 이동 후보를 찾습니다. 소비자로 적은 고객 곁에, 같은 지식을 돈으로 읽어 줄 주체가 없는지 적습니다. 입문 빌더 곁의 가게 사장, 취미 요리사 곁의 반찬가게처럼 한 다리 건너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상품 소개 문장의 동사가 '아껴 드립니다'인지 '벌어 드립니다·지켜 드립니다'인지를 보면, 지금 닿아 있는 줄이 보입니다.

셋째, 증명 수단을 확인합니다. 2차원 가격은 선언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번 돈, 지킨 돈을 숫자 한 줄로 보일 수 있을 때만 지켜집니다. 가격 후보는 적었는데 증명 수단이 비어 있는 줄은, 가격을 지우고 잠재 자산으로 내려 둡니다. 그 줄은 측정 수단을 붙이는 공사 목록에 올려 두고, 측정이 생기면 그때 가격 후보를 되살립니다. 한꺼번에 다 고치려 들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이 표는 한 번 채우고 덮는 문서가 아니라, 분기마다 다시 여는 장부입니다. 천장이 더 내려오지 않았는지와 증명 수단이 새로 생기지 않았는지, 두 칸만 다시 보면 됩니다.

생산성에서 수익성으로

절약 상품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객이 최종 소비자이고 내가 줄이는 것이 그의 수고와 여가라면 1차원이 정직한 답이고, 억지로 '이것으로 돈을 번다'고 포장하면 신뢰를 깎습니다. 다만 고객 가운데 돈을 버는 주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같은 지식을 2차원으로 다시 묶은 상품을 적어도 한 줄 만들어 두는 편이 맞습니다. 천장 아래의 1차원 상품은 처음 만나는 고객이 지갑을 여는 문턱으로 알맞고, 그 구매자 명단은 2차원 고객을 거르는 그물이 됩니다. 1인 창업자의 시간은 한 줄뿐이므로, 시간이 많이 드는 쪽 상품은 천장 없는 차원에 두는 것이 배분의 순리입니다.

지난 편에서 다룬 생산성과 수익성의 갈림은 가격표 위에서 이렇게 다시 나타납니다. 빨라진 손으로 무엇을 만드느냐가 2단계의 문제였다면, 만든 것을 누구의 어느 줄에 닿게 하느냐가 가격의 문제입니다. 인공지능은 절약 기능을 빠르게 흡수하는 중이라 1차원의 천장은 내려가고, 특정 고객의 매출 구조를 이해하고 그 숫자를 움직이는 2차원의 일은 흡수가 더딥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만드는 데서 한 걸음 물러나, 같은 지식을 돈 버는 고객의 줄로 옮기는 지점에서 매출의 천장이 사라집니다.

이 차원 이동의 자세한 설계는 한 권의 원고가 분과 경계 없이 이어 갑니다. 다음 편에서는 2차원 가격이 계속 지켜지려면 왜 도구와 시장과 측정이라는 세 축이 한 묶음으로 서 있어야 하는지, 그중 가장 자주 빠지는 측정 축을 어떻게 손수 붙이는지를 다룹니다. 만드는 일에는 익숙해졌는데 가격에서 막혀 선 분이라면, 다음 편부터가 본론입니다.


개념 별첨

- 수요의 가격 탄력성 — 마셜(A. Marshall, 1890)이 체계화한 미시경제 개념으로, 가격 변화율에 대한 수요량의 변화율을 가리킵니다. 탄력성이 1보다 큰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총수입을 줄이며, 대체재가 빽빽한 절약 상품 시장이 이 구간에 들어 1차원 가격 천장의 수요 쪽 근거가 됩니다. 

- 가치기반 가격결정 — 호른그렌(C. Horngren)과 동료들의 관리회계 표준이 원가가산과 대비해 제시한 방식으로, 고객의 지불의향을 먼저 재고 그 안에서 이익을 역산합니다. 한계비용이 0에 가까운 디지털 상품에서는 원가가산이 성립하지 않아 이 방식으로 기우는데, 1차원에서는 지불의향 자체가 절약분에 묶여 천장이 그대로 남습니다. 

- 정보재의 한계비용 0 구조 — 샤피로(C. Shapiro)와 배리언(H. Varian, 1999)이 정리한 정보경제학 명제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는 첫 제작 이후 복제·배포 비용이 0에 수렴합니다. 0원에 마진을 얹을 근거가 없으므로 디지털 1인 상품의 가격은 공급 원가가 아니라 고객 가치, 곧 차원에서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