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초, 국내 MCN 업계에서 자주 들리던 말이 있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채널을 키우면 키울수록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다." 농담처럼 시작된 말이었지만, 그해 하반기부터 유명 크리에이터가 독립 법인을 세우거나 MCN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업계 공통의 걱정이 됐습니다. 채널이 클수록 고객을 잃습니다. MCN이 처한 역설이었습니다.

"MCN은 죽었다"는 말이 돌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입니다. 그러나 2026년, 살아남은 9곳이 매출을 만드는 방식은 그 말을 처음 꺼낸 사람들의 예상과 다릅니다.

왜 광고 배분 모델이 지금처럼 흔들렸는가

MCN은 유튜브 초창기에 광고주와 크리에이터를 잇는 중개자였습니다. 장비를 지원하고 브랜드사를 연결하고 저작권을 관리해 주는 대가로 광고 수익의 일부를 가져갔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이 방식이 통했습니다. 유튜브 광고 단가는 오르고 있었고, MCN이 깔아 주는 영업망이 크리에이터에게 실제로 쓸모가 있던 시절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이 기반을 흔들었습니다.

하나는 플랫폼 환경의 변화입니다. 숏폼이 퍼지면서 광고 단가 자체가 낮아졌고, 유튜브 바깥의 플랫폼은 MCN에 유리한 광고 배분 방식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MCN과 크리에이터가 나눠 가질 몫이 전반적으로 줄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크리에이터 협상력의 이동입니다. 구독자가 수십만 명을 넘어서자 브랜드사는 MCN을 거치지 않고 크리에이터에게 직접 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개 없이도 거래가 되니, 수익을 나눠야 할 이유는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크리에이터에게 MCN은 비용이 됐고, MCN에게 크리에이터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존재가 됐습니다.

두 흐름이 겹치자 일부 MCN은 소속 크리에이터는 늘었는데 매출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2021년을 전후해 상당수가 사업을 줄이거나 문을 닫았습니다.

살아남은 9곳이 바꾼 것, 그리고 그 한계

살아남은 9곳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광고 수익 배분 말고 다른 매출원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다만 그 방향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일부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쌓아 온 세계관과 캐릭터를 IP 자산으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독립해도 그동안 만들어 둔 콘텐츠 포맷이나 캐릭터 권리는 공동 소유나 라이선스 형태로 남습니다. 이 IP를 굿즈나 게임, OTT 공급으로 이으면 크리에이터가 떠나도 매출이 곧장 빠지지는 않습니다.

다른 곳은 크리에이터 플랫폼이라는 간판을 내려놓고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스튜디오로 옮겨 갔습니다. 겉보기엔 MCN 같지만 실제로는 제작사에 가깝습니다. 또 어떤 곳은 팔로워를 소비자로 잇는 커머스와 구독형 교육 플랫폼을 새 수익축으로 더했습니다.

이 변화를 마냥 좋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IP 사업은 이미 팬덤이 단단한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에서만 제대로 굴러갑니다. 팬덤이 자리 잡기 전에 IP를 자산으로 만들려 해도 사 줄 곳이 없습니다. 자체 제작 모델은 MCN의 본래 강점인 크리에이터 관계망과 끊기는 탓에, 기존 콘텐츠 제작사와 정면으로 맞붙어야 합니다. 콘텐츠 제작이 원래 MCN의 핵심이 아니었다면 이 싸움에서 앞서기 어렵습니다. 커머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로워가 많다고 구매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여러 라이브커머스가 이미 보여 줬습니다. 새 수익 모델에도 저마다 전제와 실패 가능성이 따라붙습니다.

그런데도 이 9곳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광고 배분이 흔들리기 전에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해 뒀다는 데 있습니다. 위기가 터진 뒤에야 전환에 나선 곳은 대부분 때를 놓쳤습니다. 수익 모델을 바꾸려면 최소 1~2년이 걸리고, 그동안에도 기존 모델이 계속 돌아가 줘야 조직이 버티기 때문입니다.

1인 기획자에게 이 전환이 묻는 것

MCN의 모델 전환은 자기 채널이 있는 크리에이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브랜드 콘텐츠를 납품하거나 단발 프로젝트로 먹고사는 솔로 기획자, 콘텐츠 디렉터에게도 같은 약점이 있습니다.

발주처가 예산을 줄이거나 다른 기획자로 갈아 치우는 순간 매출이 끊긴다면, 그건 광고 배분에만 매달렸던 MCN과 다를 게 없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늘어도 수익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수주를 멈추는 순간 수입도 함께 멈춥니다.

살아남은 MCN이 한 일을 개인 단위로 옮겨 보면 질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지금 내가 만드는 콘텐츠나 기획물에서 꼬박꼬박 되풀이되는 수익이 있는가. 뉴스레터 구독료, 강의 재판매, 콘텐츠 포맷 라이선스처럼 한 번 만들어 두면 계속 굴러가는 것들이 그 후보입니다. MCN이 IP를 자산으로 바꿨듯, 개인 기획자도 자기 방법론이나 커리큘럼을 되풀이해 팔 수 있는 형태로 챙겨 두는 셈입니다.

카페를 처음 열면 문을 연 직후엔 손님이 반짝 몰립니다. 그 열기가 가라앉고 나서야 차이가 드러납니다. 정기 구독 원두, 멤버십, 클래스처럼 손님을 다시 불러들이는 장치를 갖춘 가게와 그렇지 못한 가게. 없는 쪽은 매달 새 손님을 찾는 데 기운을 다 씁니다. 광고 배분에만 기댔던 MCN이 꼭 그랬습니다.

지금 잘 되는 방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쉽습니다. 어려운 건 그게 흔들렸을 때 무엇이 남느냐는 쪽입니다. 살아남은 9곳은 아직 흔들리지 않았을 때, 가장 안정적으로 보이던 그 시기에 이미 두 번째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