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한 셀러가 쿠팡 판매 관리 화면을 열었다가 숫자 두 개를 나란히 봤습니다. 12개월 누적 매출 9,800만 원, 같은 기간 실제 통장 입금 합산 3,920만 원. 그는 쿠팡 수수료율을 10.8%로 알고 있었습니다. 9,800만 원의 10.8%는 1,058만 원입니다. 나머지 4,822만 원이 어디로 갔는지 그날까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이 글은 그 4,822만 원을 분해합니다.
수수료율 표가 보여주지 않는 항목들
쿠팡이 카테고리별로 공개하는 수수료율은 판매가 일어났을 때 부과되는 항목만 담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10.8%로, 판매자 계약서 첫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 수수료는 거래가 성사된 이후의 비용입니다. 거래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별도입니다. 쿠팡 로켓그로스 방식으로 입점한 이 셀러의 원가 구조를 항목별로 보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소비자가 10,000원에 결제하면 쿠팡은 그 금액을 그대로 지급하지 않습니다. 수수료, 물류비, 보관료를 먼저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정산합니다. 수수료 1,080원, 물류 처리비(풀필먼트) 2,200원~2,500원(제품 무게와 크기에 따라 변동), 반품 처리비 1,500원~2,000원이 빠집니다. 이 셀러의 반품률은 약 8%였습니다. 100개를 팔면 8개가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이 항목들을 다 빼고 나면 10,000원짜리 제품의 실수령액은 평균 6,100원~6,300원 수준입니다. 여기서 제품 원가 3,800원을 빼면 개당 이익은 2,300원~2,500원입니다. 이 단계까지는 수수료율 10.8%와 물류비 합산이니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보이지 않는 청구서 — 광고비
쿠팡에서 상품이 노출되려면 광고가 필요합니다. 검색 결과 상단에 올라오지 않으면 판매가 일어나기 어렵고, 상단 자리는 입찰 방식의 광고 시스템(쿠팡 애즈)이 결정합니다.
건강기능식품 카테고리에서 클릭당 평균 광고 비용은 경쟁 강도에 따라 150원~300원 수준입니다. 클릭이 구매로 전환되는 비율이 평균 3%라면, 판매 1건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클릭은 약 33회이고 그 광고비는 4,950원~9,900원이 됩니다.
이 셀러의 12개월 광고비 총액은 2,100만 원이었습니다. 전체 매출 대비 21.4%입니다.
여기서 계산이 달라집니다. 판매 수수료 10.8%에 광고비 21.4%를 더하면 이미 32.2%가 매출에서 사라집니다. 물류비와 반품 처리비까지 포함하면 쿠팡 플랫폼에 귀속되는 총 비용은 매출의 46~51%에 달합니다.
플랫폼이 공개하는 수수료율 표는 이 중 첫 번째 항목 하나만 보여줍니다.
광고비가 수수료처럼 작동하는 이유
이 셀러는 2025년 2분기에 광고비를 40% 줄여봤습니다. 결과는 매출 31% 하락이었습니다.
광고를 줄이면 노출이 줄고, 노출이 줄면 판매가 줄고, 판매가 줄면 플랫폼 내 랭킹이 내려갑니다. 랭킹이 내려가면 다시 광고를 늘려야 회복됩니다. 이 순환 안에서 광고비는 선택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닙니다. 플랫폼에서 계속 팔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고, 그 금액은 매출이 늘어날수록 비슷한 속도로 함께 늘어납니다.
판매량이 두 배로 늘면 수수료도 두 배가 됩니다. 광고비는 경쟁이 심해질수록 두 배를 넘기 쉽습니다.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비례해서 늘지 않는 건 이 때문입니다. 수수료율 10.8%는 고정이지만,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그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광고비가 함께 올라갑니다.
이 셀러가 12개월 만에 처음으로 채널별 손익을 계산해 보고 알게 된 것이 이 부분이었습니다.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광고비도 같은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고, 그 사실이 대시보드에 따로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직접 채널로 넘어갔을 때 달라진 수치
이 셀러는 2025년 하반기부터 자사 쇼핑몰 채널을 병행했습니다. 카카오 채널 친구와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기존 구매자에게 직접 도달하는 방식입니다.
전환 비율은 낮았습니다. 12개월 기준 전체 매출의 18%만 직접 채널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그 18%에서 나온 이익은 전체 이익의 34%를 차지했습니다.
원가 구조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직접 채널에서는 PG(결제 대행) 수수료 약 2.5~3%, 건당 택배비(2만 원 이상 무료배송 기준), 카카오 채널 운영비 정도가 전부입니다. 풀필먼트 비용이 없고, 신규 고객을 유치할 때만 광고비가 발생합니다. 기존 고객이 재구매할 때는 광고비가 0원입니다.
기존 쿠팡 고객을 직접 채널로 유도한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배송 박스 안에 다음 구매 10% 할인 코드를 QR코드로 인쇄해 넣었습니다. 세 번에 한 번 정도 카카오 채널 친구 추가로 이어졌고, 카카오 친구의 재구매율은 쿠팡 대비 2.3배였습니다. 재구매가 이뤄질 때마다 광고비 지출 없이 판매가 발생합니다.
처음 직접 채널을 만들었을 때 이 셀러가 기대한 것은 매출 다각화였습니다. 실제로 확인한 것은 같은 고객에게서 같은 금액을 받았을 때 남는 돈이 얼마나 다른가였습니다.
플랫폼 의존도를 실제로 측정하는 방법
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매출 규모가 아니라 채널별 이익 배분입니다.
실제 수치를 보려면 플랫폼별로 이익을 귀속시켜야 합니다. 매출은 채널별로 쉽게 나눌 수 있지만, 이익은 광고비와 물류비까지 채널에 붙여야 실제 수치가 나옵니다. 이 계산 없이는 매출 1억이 가리키는 숫자와 실제 손익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광고비 대비 재구매 매출 비율도 같이 봐야 합니다. 한 번 쓴 광고비로 데려온 고객이 재구매하지 않으면 매 판매마다 광고비가 다시 나갑니다. 같은 고객이 돌아오는 비율이 높아야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당 광고 비용이 줄어듭니다. 이 비율이 낮으면 매출이 커질수록 광고비 부담도 비슷하게 커집니다.
플랫폼 없이 직접 연락할 수 있는 고객 수는 별도로 관리해야 합니다. 이메일, 카카오 채널 친구, 문자 수신 동의. 이 숫자가 없으면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리거나 알고리즘을 바꿨을 때 대응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셀러는 지금도 매출의 82%가 쿠팡에서 납니다. 쿠팡을 떠날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18%의 직접 채널이 생기기 전과 후에, 수수료가 올라도 협상 카드가 없다는 느낌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