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발자가 2년을 들여 자신만의 텍스트 에디터를 만들었습니다. 기능 목록 첫 줄에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나 이외의 사용자를 위한 기능은 만들지 않는다.
설정 화면 없음.
모든 환경설정은 코드에 직접 넣는다."
AI가 모든 코딩을 대신해주는 2026년에 벌어진 일입니다.
두 글자로 95% 찾는 검색의 비밀
그가 만든 파일 검색 기능은 몹시 단순했습니다. 검색어로 시작하는 파일인가, 검색어를 포함하는 파일인가, 최근에 수정된 파일인가 하는 세 가지 기준이 전부였습니다. 복잡한 알고리즘 대신 이 기준만으로 두 글자만 치면 95% 확률로 원하는 파일이 목록 상위 두 칸 안에 뜹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 똑똑하게 만들려다 망치는 검색 기능을 너무 많이 봤다."
AI에 맡기지 않은 고투의 기쁨
이 개발자는 정규식 엔진을 네 번 다시 짰습니다.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에 왜 이런 수고를 했을까요. 그가 얻은 것은 빠른 검색만이 아니었습니다. UTF-8의 구조, 터미널 렌더링, 멀티스레드 작업 분배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완성된 도구는 자신의 손에 꼭 맞고, 고장 나면 자신이 고칩니다.
글의 끝에 그가 남긴 말이 인상적입니다. "직접 도구를 만들어 보세요. 텍스트 에디터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제발, 어려운 부분을 AI에 맡기려는 충동을 참으세요. 고투 속에 기쁨이 있습니다."
기성품 과잉 시대의 자작 도구 철학
시스템 파일을 고치거나 메모할 때 아무리 불편해도 자기 에디터를 썼습니다. 빠진 기능이나 버그를 발견하면 아무리 사소해도 바로 기록했습니다. 짜증이 날 정도로 거슬리는 문제는 그 자리에서 고쳤습니다. 이 규칙을 적용하자 작업량이 한 달에 한 시간에서 일주일에 몇 시간으로 늘었습니다.
도구를 직접 만들 때의 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킬 필요가 없으니 '나한테 되는 것'만 남기면 됩니다. 기성품 기능 80%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한 사례입니다.
별난 엔지니어의 취미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맞는 도구가 없어서 직접 만든다'는 감각은 개발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증강인간》에서 제시하는 워크 3.0 시대의 핵심 역량과 맞닿아 있습니다.
AI가 기술과 지식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에게 남는 것은 태도입니다. 기성품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도구를 만드는 태도, 불편함을 참지 않고 바로 고치는 태도, 어려운 부분을 AI에 떠넘기지 않고 직접 이해하려는 태도가 핵심입니다.
손맛이 만드는 차이
기성품이 넘치는 시대에 자기 손으로 깎은 도구가 주는 감각은 특별합니다. 효율보다 태도의 문제입니다. 이 개발자가 Helix, VS Code, Sublime Text, Vim, Neovim 등 수많은 에디터를 써보고도 결국 자신만의 도구를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가 찾던 것은 'fingerspitzengefühl'이었습니다. 독일어로 '손끝의 감각'을 뜻하는 이 단어는 도구와 사용자 사이의 완벽한 조화를 의미합니다. 기성 에디터들은 모두 훌륭했지만, 그 미묘한 손맛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리브레토는 이를 '증강인간의 도구 철학'으로 봅니다.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자신만의 도구를 만들고 다루는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AI가 아닌 자신의 직관과 경험으로 만든 도구만이 진정한 생산성과 만족감을 줍니다.
오늘 당장 무언가를 손으로 만들어보세요. 텍스트 에디터일 필요는 없습니다. 고투 속에 기쁨이 있고, 그것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를 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