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소식과 경기 불황 뉴스가 이어지면서, 카페 창업을 준비하던 사람이 통장 잔고와 상권 시세표만 들여다보다 결국 계획을 접는 일이 흔합니다. 카페 창업이 두려운 이유를 찾다 보면 대부분 자본 부족이나 아이템 선정 실패로 결론이 납니다. 그런데 그 두 가지는 준비하는 사람이 지금 내리는 결정으로는 바꿀 수 없는 변수입니다. 이 글은 창업 앞에 뭉쳐 있는 두려움을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갈라내고, 그중 무엇부터 손댈지 순서를 정하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두려움이 뭉쳐 있으면 손댈 곳이 보이지 않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대부분은 얼마를 모았는지, 어떤 아이템이 뜨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모두 개인이 온전히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금리와 임대료 시세는 시장이 정하고, 유행하는 메뉴는 소비자가 정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성패를 걸어놓으면 불안은 줄어들 방법이 없습니다. 두려움이 큰 이유는 위험이 특별히 커서가 아니라, 손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한 덩어리로 뭉쳐 있어 어디부터 건드려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뭉친 덩어리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고,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것은 대비할 수도 없습니다.
통제 밖과 통제 안을 가르는 한 가지 질문
갈라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걱정되는 항목마다 이것이 지금 내리는 결정으로 달라지는가를 물어보면 됩니다. 답이 아니오라면 통제 밖이고, 예라면 통제 안입니다. 임대료 시세와 금리, 상권의 유동인구, 소비 유행은 창업자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그 자체가 달라지지 않으니 통제 밖입니다. 반대로 어느 선까지의 임대료를 감당할지, 초기 자금 중 얼마를 운영 예비비로 남길지, 하루에 몇 시간을 매장에 쓸지는 전적으로 창업자의 결정에 달려 있으니 통제 안입니다. 같은 소재라도 이 질문을 통과하는 순간 성격이 갈립니다. 상권 시세는 통제 밖이지만, 그 시세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통제 안입니다.
왼쪽 칸에 들어간 항목은 아무리 오래 들여다봐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창업 준비 기간의 상당 부분이 왼쪽 칸을 반복해서 확인하는 데 쓰이고, 그래서 준비가 길어질수록 두려움도 같이 자랍니다.
통제 밖 변수는 걱정이 아니라 기준으로 바꿉니다
통제 밖이라고 해서 무시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루는 방식을 바꾸라는 뜻입니다. 통제 밖 변수를 다루는 방법은 계속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변수가 어떤 값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기준을 미리 정해 두는 것입니다. 임대료가 어느 선을 넘으면 그 자리를 포기한다, 매출이 몇 달 연속 정해 둔 선 아래면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다처럼 조건과 행동을 짝지어 두는 방식입니다. 기준을 정해 두면 그 변수는 매일 확인해야 할 걱정거리에서 조건이 충족될 때만 꺼내 보는 판단 재료로 바뀝니다. 창업 전에 정해 두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미 돈과 시간을 넣은 뒤에는 같은 숫자를 봐도 물러설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통제 안에서 무엇부터 손댈지 정하는 순서
통제 안으로 분류된 항목도 한꺼번에 다룰 수는 없습니다. 순서가 필요하고, 그 순서는 되돌리는 데 드는 비용으로 정합니다. 가장 먼저 다룰 것은 되돌릴 수 없는 결정입니다. 점포 계약, 인테리어 발주, 대형 장비 구매처럼 한 번 정하면 물리는 데 큰 비용이 드는 항목입니다. 그다음이 되돌릴 수는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결정으로, 메뉴 구성이나 영업시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이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준비의 앞부분에서 가장 무거운 판단이 끝나고 뒤로 갈수록 수정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바꾸기 쉬운 것부터 손대면, 정작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시간에 쫓겨 내리게 됩니다.
지금 종이 한 장으로 해볼 분류 연습
창업을 앞두고 막연히 불안하다면, 걱정되는 항목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 적었으면 항목마다 앞의 질문을 하나씩 던져 두 칸으로 나눕니다. 지금 내리는 결정으로 달라지는가. 아니라면 왼쪽, 맞다면 오른쪽입니다. 왼쪽 칸의 항목에는 각각 조건과 행동을 한 줄씩 붙입니다. 오른쪽 칸은 되돌릴 수 없는 것부터 위로 올려 순서를 매깁니다. 이 작업을 마치면 걱정 목록이 두 개의 문서로 바뀝니다. 하나는 조건이 충족될 때 꺼내 볼 판단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부터 순서대로 처리할 할 일 목록입니다. 두려움의 크기가 단번에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는 분명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