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철물 100개 중 12개가량은 환자 입에 맞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제작합니다. 이 숫자는 오랫동안 미국 치과 업계에서 "어쩔 수 없는 비용"으로 통해왔습니다. 치과 보철물은 완전한 주문 제작품입니다. 환자의 구강 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치과의사가 그 정보를 기공소에 정확하게 전달하고, 기공사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에 들어가는 세 단계가 오차 없이 맞물려야 하나가 완성됩니다. 어느 고리가 어긋나도 결과물은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재제작(remake)'이라 불러왔고, 그 비용은 치과의사와 기공사와 환자가 형태를 달리해 나눠 감수해왔습니다.
그 12%에 손댄 사람은 컨설턴트도 IT 기업 출신도 아닌, 미국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해온 치과의사였습니다. 이노바이드를 창업한 국진혁 대표는 치과의사로 일하면서 재제작이 반복되는 구조를 안에서 지켜봤습니다. 구강 스캔 데이터가 이메일로 오가고, 처방 정보는 손으로 쓴 메모로 전달되며, 기공사는 불완전한 정보로 제작을 시작합니다. 디지털 스캐너가 보급된 이후에도 데이터를 기공소에 전달하는 표준화된 경로는 따로 없었습니다. 이 공백이 12%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가 그 공백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기로 한 것은, 그 안에서 충분히 오래 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치과 보철의 우버'가 만들어진 방식
이노바이드는 치과의사와 치과기공소를 잇는 디지털 마켓플레이스입니다. 치과의사가 플랫폼에 처방 정보와 구강 스캔 데이터를 올리면, 등록된 기공소 가운데 해당 보철 유형에 전문성이 있는 곳으로 연결됩니다. 발주 과정에서 오가는 소통이 플랫폼 안에서 기록되고, 재제작이 발생할 때는 어떤 정보가 부족했는지가 데이터로 남습니다. 기공소는 처방 정보의 맥락을 더 명확하게 받고 작업에 들어갈 수 있고, 치과의사는 어느 기공소가 어떤 유형의 보철을 잘 만드는지 이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과 보철의 우버"라는 표현은 중개 방식의 유사성에서 나왔습니다. 우버가 승객과 드라이버를 연결하듯 이노바이드는 치과의사와 기공사를 잇고, 오랜 개인 연락망이나 관행적 거래 관계에 의존하던 연결을 플랫폼이 대체합니다. 치과의사는 신뢰할 만한 기공소를 별도로 수소문하는 시간을 줄이고, 기공소는 지금까지 접촉하지 못했던 치과의사에게 작업 능력을 알릴 경로를 얻습니다.
그러나 우버와 다른 지점도 있습니다. 우버의 드라이버는 어느 도시에서나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치과기공사는 유형별로 전문화 정도가 다릅니다. 임플란트 보철과 보조기 보철을 같은 기공사가 동등하게 잘 만들지는 않습니다. 이 전문성을 플랫폼이 정확하게 매칭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재제작률이 줄어듭니다. 우버가 별점으로 드라이버를 평가하듯, 이노바이드는 기공사의 보철 유형별 이력과 재제작 원인 데이터를 축적합니다.
창업자가 치과의사 출신이라는 사실은 이 설계 지점에서 의미가 달라집니다. 어떤 처방 정보가 빠졌을 때 기공사가 어림잡아 작업에 들어가는지, 처방전을 작성하면서 치과의사가 습관적으로 생략하는 항목이 무엇인지, 재제작 요청을 받은 기공소가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이 세부 사항은 인터뷰 몇 번으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플랫폼 안에서 어떤 필드를 강제 입력으로 둘지, 재제작 사유를 어떻게 분류할지, 기공사에게 처방 정보를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이 판단들이 달라집니다.
도메인 전문가 창업이 언제나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이 서사에는 반박할 지점도 있습니다. 도메인 전문가가 자기 업계의 문제를 푸는 데 유리하다는 논리는 실리콘밸리에서 반복 거론돼 왔지만, 같은 논리로 설명되는 실패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현장을 잘 아는 것이 곧 시장 전체를 설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치과의사는 환자와 보철물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지만, 기공소의 원가 구조, 기공사의 수주 패턴, 기공소 간 가격 경쟁 방식은 또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 업계의 고통을 정확히 짚은 것과, 그 고통을 해소하는 플랫폼이 모든 참여자에게 동시에 이익이 되도록 설계하는 것은 다른 데서 나옵니다.
의료 분야 플랫폼은 규제와 수가 구조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과 보철처럼 비급여 비중이 큰 시장은 수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그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기공소 마진이 얇습니다. 플랫폼이 거래를 중개할수록 기공소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추가 부담으로 쌓입니다. 재제작률 12%가 줄어들면 치과의사와 환자에게는 명확한 이익이지만, 재제작 작업 자체가 기공소 수입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효율이 높아지는 방향이더라도, 그 과실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기공소의 협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노바이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플랫폼 구조 안에 내장했다는 데 있습니다. 재제작 사유가 데이터로 축적되면, 어떤 유형의 처방 정보가 부족할 때 재제작이 발생하는지 패턴이 보입니다. 이 데이터는 단순 중개를 넘어, 보철 제작의 품질 기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중개 수수료 구조로 출발하더라도, 기공사 유형별 품질 이력이나 처방 정보 완성도 기준 같은 서비스로 사업 구조가 진화할 여지가 있습니다. 재제작 데이터를 가장 많이 쌓은 플랫폼이 그 품질 기준을 설정하는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내 업계의 12%는 어디에 있습니까
"치과 보철의 12%"는 이 산업만의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숫자 뒤의 구조를 꺼내보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지금 내가 속한 업계에서, 오랫동안 당연하게 감수해온 낭비는 어디에 있는가.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사이에서 반복 수정으로 사라지는 작업 시간. 소규모 물류 팀에서 배차 과정에 생기는 공차(空車) 비율. 교정-인쇄-납품 단계마다 마지막 순간에 오류가 반복되는 소규모 출판사의 작업 흐름. 어느 업계에나 오래된 비효율은 있고, 그 비효율의 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대부분 그 안에서 가장 오래 일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비효율을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원래 이런 거야"라는 감각이, 개선 가능성을 포착하는 눈보다 먼저 자리를 잡기 때문입니다.
현장 경험과 비즈니스 설계 사이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경영 이론은 시장 진입 방법과 경쟁 우위 확보를 가르치지만, 어떤 업계에서 어떤 정보가 구멍으로 남아있는지는 그 안에서 직접 일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론이 가르치지 않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은 현장에서 수년간 축적한 경험 안에 담겨 있습니다. 치과의사 창업자는 그 구멍을 12%라는 숫자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숫자가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언어가 됐고, 팀에게 방향을 잡아주는 좌표가 됐습니다.
지금 1인 사업자나 소규모 팀으로 일하는 분이라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내가 오랫동안 일해온 영역에서, 매번 누군가가 수동으로 메워야 하는 정보의 공백이 있는가. 그 공백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가. "불편하다"는 감각은 방향을 잡기 어렵지만, "100개 중 12개"는 시장 규모를 계산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그 숫자를 손에 쥐었을 때, 감수해온 비용은 비로소 해결할 과제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치과의사가 치과 보철 플랫폼을 만든 이야기에서, 제가 가장 오래 머무는 질문은 "왜 더 오래전에 누군가가 이걸 하지 않았을까"입니다. 업계 안에서 수십 년 일한 사람은 비효율을 일상으로 흡수했고, 업계 바깥에서 들어온 사람은 그 12%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두 집단 모두 지나쳤던 자리에서, 스스로 그 자리에 오래 있으면서도 다르게 보기로 한 사람이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