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법률 서비스 직군 업무의 44%가 생성형 AI로 자동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수치가 공개된 이후 일부 대형 로펌들은 패러리걸과 신입 변호사 채용 계획을 조정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1~2년 만에 예상하지 못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AI가 만든 초안을 검토·수정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3~5년 차 변호사들이, 처음부터 법률 논리를 구성하는 작업에서 막힌다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컨설팅, 회계, 소프트웨어 개발, 콘텐츠 기획 전반에서 비슷한 패턴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AI가 중간 산출물을 내놓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산출물이 없던 시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거쳤던 훈련 과정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조직은 효율을 얻었지만, 전문성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경로는 가늘어졌습니다.

이 문제를 먼저 직면하는 곳은 솔로 PM과 1인 사업자입니다.

AI가 없앤 것은 허드렛일이 아니라 수련의 경로였습니다

전문직 교육에는 보이지 않는 설계가 있었습니다. 신입은 귀찮고 반복적인 일을 오래 합니다. 자료 조사, 숫자 정리, 보고서 초안 작성, 회의록 취합.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이 시간을 '억지로 하던 허드렛일'로 기억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가지가 축적됩니다.

하나는 도메인 패턴 인식입니다. 같은 형태의 계약서를 200번 읽고 나면, 이상한 조항이 눈에 들어옵니다. 재무제표를 매주 정리하다 보면, 숫자의 흐름이 먼저 읽힙니다. 설명으로 전달할 수 없는 감각이고, 반복 노출이 쌓아야만 생기는 역량입니다.

다른 하나는 시니어와의 마찰입니다. "이건 왜 이렇게 썼어?"라는 질문을 수십 번 받고 나면, 주니어는 시니어가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를 몸으로 알게 됩니다. 기준이 언어로 전달되기 전에 경험으로 먼저 학습됩니다.

생성형 AI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로막습니다. 리서치를 AI가 대신하면 패턴 노출이 줄어들고, 초안이 이미 완성도 있게 나오면 시니어가 틀린 이유를 설명할 기회가 없습니다. 피드백 루프가 얇아지고, 도제 관계가 해체됩니다.

사실 주니어 허드렛일이 반드시 좋은 훈련은 아니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반대 입장을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일부 연구자와 조직 설계자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주니어 반복 업무가 정말 전문성 훈련이었는가, 아니면 값싼 노동력을 낭만화하는 것인가?

복사기가 나오기 전, 주니어들은 서류를 손으로 베끼며 업무 흐름을 익혔습니다. 복사기가 그 과정을 없앴지만 전문성 계발 체계가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엑셀이 나오기 전에는 재무 모델을 손으로 계산했습니다. 스프레드시트가 그 수고를 대신했지만 재무 전문가는 계속 배출됐습니다. AI도 같은 선상의 기술 대체일 뿐이라는 시각입니다.

이 주장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고된 과정을 전문성과 동일시하는 건 생존자 편향에 가깝습니다. 더 빠른 방식으로 같은 역량을 기를 수 있다면, 느린 방식을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습니다. 복사기와 엑셀은 단순 작업을 대체했습니다. 생성형 AI는 '중간 판단자'의 형태를 띤 산출물을 내놓습니다. 초안, 분석 요약, 전략 제안. 이것들은 결론의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산출물을 받아 교정하는 방식으로만 일하면, 교정력은 자라지만 처음부터 구성하는 사고력은 자라지 않습니다. 두 역량의 성격이 다릅니다.

그리고 지금 업계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정확히 이것입니다. AI 도입 이후 속도는 빨라졌는데, 시니어로 올라가야 할 사람들이 '교정만 해온 사람'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솔로 PM·1인 사업자가 이 문제를 먼저 감지합니다

맥킨지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대기업 HR 과제로 다루고 있지만, 솔로 PM·1인 사업자·독립 컨설턴트에게 이것은 훨씬 앞선 현실입니다.

조직에는 다음 세대 훈련을 설계할 HR 담당자가 있습니다. 1인 구조에서는 내 역량이 자라고 있는지, 멈추고 있는지를 나 스스로 감지해야 합니다. AI가 편리할수록 이 자기 감지는 더 어려워집니다.

저는 이런 질문이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AI 없이 처음부터 완성한 작업이 가장 최근에 언제였는가?" 한 달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영역에서 사고력이 멈춰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AI에게 질문을 넘기기 전에 먼저 자신의 답을 짧게 적어보고, AI 결과와 비교해 어디서 갈렸는지 추적하는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이 차이가 쌓이는 곳에서 안목이 자랍니다.

의사결정 로그를 남기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내가 왜 이 방향을 선택했는지, 어떤 신호를 보고 이 방향으로 갔는지를 기록해두면, 반년 후 같은 상황에서 같은 수준의 선택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기록하지 않은 경험은 경험으로 남지 않고 그냥 시간으로 남습니다.

AI 활용 방식도 점검할 지점입니다. AI를 '결과물 생성기'로 쓰는 방식과 '내 초안을 정제하는 도구'로 쓰는 방식은 같아 보여도 1년 후 역량 곡선이 달라집니다. 전자는 AI가 없으면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방향으로 수렴합니다. 후자는 AI를 쓸수록 자신의 속도와 밀도가 함께 올라갑니다. 어떤 방식으로 도구를 쓰는지가 도구 의존도가 아니라 역량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오래된 브랜드를 만들어온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설펐다는 것, 그 어설픔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보다 불완전한 과정의 반복이 고유한 안목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AI가 처음부터 완성도 있는 산출물을 제공하는 환경에서는, 이 시간이 생략됩니다. 그 과정이 없으면 자기 기준을 발견할 길도 없습니다. 브랜드도, 전문성도, 고유한 시각도 그 불완전한 반복에서 자라는 것입니다.

맥킨지는 조직에 이렇게 묻습니다. 지식 관리, 역할 설계, 학습 체계, 코칭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었느냐고. 1인 사업자에게 같은 질문을 돌리면 이렇게 됩니다. 나의 역량이 자라는 경로를, 나는 어디에 설계해 두었는가. AI가 허드렛일을 가져간 뒤 그 빈자리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가, 지금 이후의 방향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