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서울이 메인타워 재단장을 마치고 2026년 8월 14일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객실 수는 737실에서 590실로 줄었습니다. 147실, 기존 대비 약 20%입니다. 같은 기간 서울 특급호텔의 객실당 평균매출(RevPAR)은 2019년 대비 67% 상승했습니다. JLL코리아 보고서 추산으로는 2025년 기준 객실당 약 20만 7,345원입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연결이 쉬워 보입니다. 객실을 줄였더니 수익이 올랐다고. 그런데 이 연결이 어떤 조건에서 성립하는지는 수치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나옵니다. 중간에 한 가지 상태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RevPAR는 객실 수를 줄인다고 오르지 않습니다
RevPAR(Revenue Per Available Room)는 객실 점유율과 평균 객실 단가를 곱한 수치입니다. 10개 객실 중 8개가 찼고 평균 단가가 10만 원이면 RevPAR는 8만 원입니다. 객실 수 자체는 이 계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객실을 줄이면 RevPAR가 오르는 경로는 이렇습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객실 수)이 줄면, 같은 수요를 더 적은 객실로 소화합니다. 점유율이 올라가고, 공급이 부족해진 만큼 단가를 올릴 여지도 생깁니다.
그런데 이 경로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수요가 이미 충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요가 약한 상태에서 공급을 줄이면 점유율도 함께 내려갑니다. 분모(객실 수)가 줄어도 분자(수익)가 같이 줄면 RevPAR는 오르지 않습니다.
이 구분이 롯데호텔의 결정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순서를 따라가면 답이 나옵니다.
롯데호텔이 공사에 들어가기 전, 점유율이 먼저 79%를 넘었습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서울 호텔 객실 점유율은 79.2%였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76.8%를 이미 넘어선 수치입니다. 방한 외래객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2019년 대비 회복률은 전 세계 평균 104%를 웃도는 108%였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앞서 있었습니다.
롯데호텔이 메인타워 재단장을 시작한 것은 2025년 5월입니다. 이 시점에 객실 점유율은 2019년을 이미 넘어서 있었습니다. 채울 수 있는 수요가 확인된 상태에서 공급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15개월의 공사 기간 동안 빈 객실로 두는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감축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근거가 여기 있었습니다.
2018년 신관 재단장에서도 순서는 같았습니다. 그때 373실을 278실로 줄였는데, 2018년 방한 외래객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시점이었습니다. 수요 회복이 먼저 확인됐고, 공급 감축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RevPAR 67% 상승을 따라가면 점유율 79% 수치가 먼저 나옵니다. 수요 초과가 확인된 상태에서 공급 감축이 이뤄졌고, RevPAR는 그 두 조건이 겹친 결과였습니다.
테이블 점유율을 시간대별로 기록해야 감축 결정이 가능합니다
호텔과 카페의 업종 거리는 보기보다 크지 않습니다. 구조가 비슷합니다.
카페에도 RevPAR에 해당하는 수치가 있습니다. 영업 시간 중 테이블 한 개가 한 시간에 버는 평균 매출입니다. 이것을 시간대별로 추적하면 언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지 드러납니다. 점심 1~2시에 테이블 점유율이 95%를 넘고 대기가 생긴다면, 그 시간대에 단가를 올려도 수요가 유지되는지 판단할 근거가 있는 상태입니다.
이 수치 없이 좌석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는 것은,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지 아닌지를 모르는 채 결정하는 것입니다. 수요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단가를 올리면 손님이 먼저 줄고 수익이 뒤따릅니다.
오픈 이후 일정 기간을 수요 데이터를 쌓는 구간으로 두는 것이 이 순서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어떤 손님이 어떤 시간에 얼마를 쓰는지, 피크 타임에 자리가 얼마나 찼는지를 기록합니다. 그 기록이 시간대별로 쌓이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이 나뉩니다. 감축이나 가격 인상은 그 다음 단계입니다.
롯데호텔이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시장 점유율 79%를 확인한 것과 같은 절차입니다. 규모가 다를 뿐 순서는 같습니다.
더 플라자의 3년 폐관은 수요 확인 전의 전환입니다
더 플라자는 9월 30일 영업을 종료하고 약 3년간 전면 재단장에 들어갑니다. "각국 정부 고위 관계자, 글로벌 기업인이 모이는 공간"으로의 전환이 목표입니다. 클럽라운지를 확대하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유치하며, 글로벌 럭셔리 호텔 연합체인 LHW 가입도 추진합니다.
이 계획과 롯데호텔 재단장의 구조적 차이는 수요 확인 시점에 있습니다.
롯데호텔은 기존 시장에서 79%를 넘는 점유율이 확인된 상태에서 공급을 줄였습니다. 더 플라자가 타겟으로 삼는 수요층—글로벌 정부 고위 관계자, 글로벌 기업인—이 재단장 이후 더 플라자를 선택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정입니다. 그 수요가 지금 어디에 있고, 재단장 후 어떻게 유입될지는 공개된 계획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롯데가 '수요 확인 후 공급 감축'을 밟았다면, 더 플라자는 '공급 전환 후 수요 유입'을 기대하는 방향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3년 뒤에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두 전략이 서로 다른 종류의 판단에 기대고 있다는 것은 지금도 구분됩니다.
시간당 테이블 매출을 시간대별로 기록하고 있다면, 그 데이터가 수요 초과 여부를 가르쳐 줍니다. 없다면, 지금부터 기록을 시작하는 것이 감축이나 가격 인상보다 앞서야 하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