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용료가 또 내려갔습니다. OpenAI가 최근 공개한 GPT-5.6은 이전 세대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높은 성능을 낸다고 발표했고, API 호출 단가는 다시 한 단계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중국 AI 기업 DeepSeek가 새 모델을 내놨는데, 발표에서 주목을 끈 것은 성능 수치가 아니라 가격이었습니다. 독립 평가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주요 추론 벤치마크에서 GPT-4o급 성능을 내는 모델입니다. 같은 예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이 또 한 번 늘어난 셈입니다. 이번 주 첫손에 꼽는 글은 이 반가운 소식의 뒷면을 봅니다. 제목이 곧 요지입니다. AI 모델이 싸질수록 판단 비용은 더 비싸진다는 것입니다. 결과물을 만드는 값은 계속 내려가는데, 결과물을 받아 든 사람의 일은 줄지 않습니다. 이 초안을 쓸지 버릴지, 이 작업을 맡길지 직접 잡을지, 이 숫자를 믿을지 의심할지 정하는 일이 남기 때문입니다. 생산이 싸질수록 골라내야 할 것은 오히려 쌓입니다. 값이 내려간 자리 옆에서 값이 오르는 것은 판단입니다. 그 판단이 어긋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주는 기록도 이번 주에 나왔습니다. GPT 5.6 Sol에 실제 사업을 맡긴 결과를 적은 해커뉴스 글은 242개의 추천과 146개의 댓글을 모았습니다. 반응은 양 끝에 몰렸습니다. AI를 사업에 쓰면 안 된다는 쪽과, 프롬프트 설계가 문제였다는 쪽입니다. 둘 다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어느 쪽도 맡긴 사람 몫의 질문, 그러니까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서 끊을지는 대신 답해주지 않습니다. 그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글이 두 편 있습니다. 클로드 코드 잘 쓰는 법은 AI에 프로젝트를 통째로 넘겼다가 산으로 간 결과물을 받아 본 경험에서 출발해, 실패의 원인이 AI의 성능이 아니라 일을 넘기는 단위에 있다고 짚습니다. 반대쪽에는 지침으로 조이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지침서가 길어질수록 벌어지는 일이 소개하는 7월의 arXiv 연구는, 정책 문서가 두꺼울수록 통제가 잘되리라는 직관과 반대되는 수치를 내놨습니다. 맡기는 기술은 문서의 분량으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숫자를 믿을지 가리는 판단도 같은 주에 나란히 놓였습니다. 그 훈련을 시키는 글이 카페 인수 주의사항, 월매출 숫자에 속지 않는 법입니다. AI와 무관해 보이지만 구조가 같습니다. 매물 광고는 월매출 ○천만원을 앞세우면서, 그 매출을 만들기 위해 매달 나가는 임차료와 인건비, 그리고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앞에 내걸린 숫자는 거저 주어지고, 뒤에 숨은 구조는 파고들어야 보입니다. AI 기업의 재무제표 읽기도 같은 훈련입니다. 투자자 발표자료의 숫자와 금융당국에 제출한 공시 서류 주석의 숫자는 같은 시점 기준이고 둘 다 허위가 아닌데도, 보여주는 그림은 상당히 다릅니다. 10분의 1 비용이 합리적이기 위한 조건 역시 DeepSeek의 가격표를 그대로 받아 적는 대신, 그 숫자가 성립하려면 어떤 조건이 붙는지를 따집니다. 공개된 숫자와 믿어도 되는 숫자 사이의 거리를 재는 일은 읽는 사람에게 남습니다. 모델 값은 앞으로도 내려갈 것입니다. 그때마다 싸지는 것은 결과물, 그리고 결과물을 포장한 숫자입니다. 무엇을 맡기고 어디서 끊을지, 어떤 숫자의 뒷면을 확인할지 가르는 눈은 같은 속도로 싸지지 않습니다. 이번 주 글들은 그 눈을 벼리는 재료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출발점은 AI 모델이 싸질수록 판단 비용은 더 비싸진다는 글입니다. 이어서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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